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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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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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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모듈 조정. 네 이름이 뭐지?

제 공식 이름은 ST-100형 대화 로봇입니다. 예전에 당신이 저에게 붙여주신 이름은...

그만.

ST-100

알겠습니다. 크레이그 님.

나이가 많고 몸이 구부정한 인간이 길게 숨을 내쉰 뒤, 장갑을 벗어 옆에 두었다.

안경을 밀어 올린 크레이그는 작업대 위에 있는 로봇의 방향을 돌리고 싶어 했다. 로봇은 그의 의도를 파악하고 허리 구조를 돌려 배터리 칸을 크레이그에게 향하게 했다.

배터리 칸을 다시 닫아야 한다면, 각도를 조정해 드릴 수 있습니다.

고마워. 그대로 유지해 줘.

ST-100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크레이그가 다소 느린 동작으로 데이터 케이블을 찾는 걸 본 ST-100은 머리를 살짝 움직여서 주위를 관찰했다.

침묵 속에서 약 1분이 지났을 때쯤, 크레이그가 마침내 데이터 케이블 위치를 찾아 ST-100의 몸에 연결했다.

짧은 조작 후, ST-100은 수신한 데이터에 따라 몸의 위치를 자동으로 교정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방 안을 관찰하던 머리 부분도 원래 방향으로 돌아갔다.

당신의 <공중 도시 영웅전> 최신 부분을 읽었습니다.

이제 제가 프리셋된 "구룡 평서" 프로그램으로 번역한 뒤, 실험장 내 모든 로봇에게 전달하겠습니다.

알았어. 예전에 외부에 배치했던 배우들에게도 네가 알리도록 해.

크레이그가 빨간 버튼을 눌러 작업대를 끄자, ST-100의 몸이 인간형으로 맞춰졌다. 그러자, 수리가 끝난 ST-100은 자신의 팔다리를 돌리며 상태를 확인했다.

크레이그 님. 저는 마차를 좋아합니다. 예전 소품 마차를 몰아도 되겠습니까?

네가 운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 너에게 운전 플러그인을 설치했는지 기억나지 않는군.

그럼, 동의하셨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크레이그는 자신의 기억력 감퇴와 몸 상태 악화에 짜증이 난 듯 보였다. 잠시 뒤에야 크레이그는 데이터를 전송한 후에 케이블을 뽑아야 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ST-100은 이미 데이터 케이블을 뽑은 뒤,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ST-100이 다시 뒤돌아봤다.

크레이그 님께서는 휴식을 취하셔야 합니다. 다른 로봇들이 소품과 풍경 제작을 도와줄 것입니다.

크레이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테마 교체는 생각해 보셨습니까? 극장이 수년째 구룡 이야기만 공연하고 있습니다.

의자를 찾아 앉은 크레이그는 ST-100을 보지 않고 다시 일하기 시작했다.

기회가 되면 고려해 볼게. 근데 그건 왜 묻는 거지?

제가 출고될 당시, 내장된 개성 모듈에 "호기심"이라고 불리는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크레이그 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라디오.

안녕하세요. 조수님.

다른 방에서 캐터필러 소형 로봇이 로봇 팔로 차 한 잔을 든 채 크레이그에게 다가왔다.

아직 창작 중이십니까? 차는 여기에 두겠습니다.

그냥 줘.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역할이나 익혀.

ST-100은 잠시 망설이다가, 수리실 자동문 앞으로 다가간 뒤 햇빛이 비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이때, ST-100의 마음속은 마차에 관한 데이터로 가득했다.

산속으로 향하는 길은 조금씩 걷기 어려워졌다. 아마 오랫동안 사람이 다니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이 주변으로 드나드는 로봇이 많지 않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마침내 지그재그로 이어진 완만한 경사를 지나 나무숲 너머로 앞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전통적인 구룡 장식 스타일과 비슷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얼핏 보면 구룡 주민들이 숨어살고 있는 마을이라 생각할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정상적인 것 같았다. 마을로 들어간 지휘관 일행이 구룡 복장을 입으려고 안간힘 쓰는 각양각색의 로봇들을 보지 못했다면 말이다.

다행히 인간 형태의 로봇도 많이 있었다.

이 로봇들은 각성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그들의 걸음은 체스판 위에서 움직이는 체스 말과 같이 정확했다.

만병통치약. 만병통치약.

삼칠아, 아직 네 차례 아니야.

시끄러워!

녹티스, 소리 질러.

지휘관 나리 납시오~

다들 어디 간 거야?

녹티스는 능청스럽게 외친 후, 지휘관에게 속삭이며 물었다.

이 외침은 거리에 있는 모든 로봇의 주의를 끌기 시작했고, 로봇들은 성에 들어온 지휘관 일행에게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지휘관은 예전에 대본에서 봤던 말투를 떠올리며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

지... 휘... 관... 나... 리...

한 소형 로봇이 전지형 캐터필러를 이용해 힘겹게 움직이며 지휘관 쪽으로 다가왔다. 로봇의 소리에 정신이 팔렸던 베라는 무기조차 꺼내지 못했다.

다른 인간형 로봇과 달리 인간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 로봇의 이동 방식이 좀 더 "자유로워" 보였다.

마중 나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오.

로봇이 위아래로 고개를 끄덕였다. 행동 기능에는 제한이 있어 보였지만, 소리와 로봇의 동작으로 자연스럽게 단어 하나가 떠올랐다.

"굽신거리다"였다.

너무 가까이 오지 마.

느릿느릿 이쪽으로 오고 있는 로봇을 발로 툭 찬 베라는 이번엔 자신의 힘을 잘 조절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로봇이 두 발짝 물러섰다.

이름을 대라.

로봇은 잠시 멈칫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로봇 팔을 조종해 한 바퀴 돈 뒤 한 발짝 더 뒤로 물러섰다. 허리 관절이 없던 로봇은 고개를 숙이는 행동으로 자신의 미안함을 표현했다.

나리, 저를 잊으셨습니까? 청렴입니다!

몇 년 전, 나리와 저는...

친한 척하지 마라. 네가 그 뭐였더라? 네가 그 담성의 현령이냐?

네. 맞습니다.

우리가 왔는데 왜 아무도 영접하지 않았던 거지?

나... 나리님들께서 오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 못해 그렇습니다.

그럼, 어떻게 보상할 거냐?

뭐라도 내놔야지 않겠어? 예를 들면...

베라는 더 이상의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는지 녹티스를 발로 찼다.

닥쳐.

네... 당연합니다. 일... 일단 공관으로 모시겠습니다.

혹시 몰라 마련해 뒀습니다.

물론 마을의 선량한 주민들이 도와줬습니다.

허. 선량한 주민들이 도와줬다?

죄송하지만 현령부는 지내시기 불편하실 겁니다. 대신...

21호는 네 집에서 묵을 거야.

제, 제 집말입니까?

네 집 꽤 크지?

나리님들께서는 아직 보신 적이 없으실 텐데...

다른 데서 들었어.

현령 나리, 왜 이렇게 인색하게 구는 거야?

아닙니다!

"청렴"은 상체를 고정한 채, 하체의 캐터필러를 이용해 장난감 레일 기차처럼 제자리를 맴돌았다.

어서 안내하지 않아? 내 부하 셋이 굶고 있잖아.

부하가 세, 셋이십니까?

"청렴"은 머리를 돌려 지휘관을 봤다.

알겠습니다. 제가 말이 많았습니다!

"청렴"은 자신의 로봇 팔로 감시기를 두드렸다. 지휘관은 베라가 말한 세 번째 부하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베라는 지휘관을 향해 의기양양하게 눈을 깜빡였다.

아직 안내하지 않아?

고개를 끄덕인 "청렴"은 천천히 자세를 가다듬은 뒤, 케르베로스와 지휘관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다.

외관상으로는 구룡의 일부 마을과 구조가 비슷해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다른 건물에 구룡 스타일의 장식물을 더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술 협회의 몇몇 세트장에서 닮은 디자인을 본 적이 있었는데, 이는 스튜디오 내 구조를 쉽게 변경하기 위한 것이었다.

나리님들, 여깁니다.

장식된 이전의 건물 구조와는 다르게 이곳 관아는 새롭게 세워진 것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구룡식 건축과 거의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했다.

정문 좌우측으로 자리한 돌사자는 세밀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목조 대문에 칠한 칠면은 얼룩덜룩하게 금이 가 있었다.

하지만 머리 위 현판에 적힌 글씨는 서예나 목조 작품이 아니라 컴퓨터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사전 설정된 폰트였다.

관아 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로봇은 "청렴"과 같은 사양이 아니라 인간 형태에 무기를 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았다면 그 로봇들도 돌사자처럼 제자리에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밥을 준비하겠습니다.

그건 됐고, 오는 길에 한 노부인에게서 여기 억울한 사연이 있다고 들었어. 누군가가 그의 아들을 잡았다던데, 넌 이 일을 알고 있지?

무언가를 읽고 있었던 "청렴"은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청렴"은 뭔가를 깨달은 듯 팔로 의자를 두드렸다.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요 며칠 마을은 굉장히 평화로웠습니다! 누군가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 21호가 직접 확인해 볼게.

어서 너희의 그 뭐더라...

재빨리 단말기를 힐끗 본 지휘관은 그 호칭을 떠올렸다.

나, 나리님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며칠 전에 한 명을 잡긴 잡았는데, 해가의 큰 며느리가 도적에게 습격당해서...

그럼, 방금 왜 말하지 않았지?

저, 저도 무서웠습니다! 나리님들, 제발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해가는 대대로 이 근처에 있는 공용 배터리와 오일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일반 백성들이 충전하려면 그들에게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그 집 큰아들이 이런 일이 있으면, 집안의 자객들에게 시켜서 현으로 백성을 잡아 옵니다. 그러고는 의심스럽다면서 죄를 내려달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해가 아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현령인 저도 배터리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정말로 억울한 사연이 있나 본데?

나리, 저에게도 사정이 있어서...

지휘관의 말을 듣자마자, 방 안을 여기저기를 관찰하던 21호와 녹티스가 순식간에 지휘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들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무슨 뜻이십니까? 0=0

사람을 묶는 것과 좀 달라. 연구 좀 해볼게.

녹티스는 허리춤에서 밧줄을 뽑아 "청렴"의 두 팔을 한데 묶었다.

너무 어지럽습니다—

들어 올려진 "청렴"이 공중에서 자신의 캐터필러를 허공에 굴리자 머리도 한 바퀴 회전했다.

녹티스는 짐을 싸거나 선물 상자를 포장하는 것처럼 "청렴"을 묶었다.

그런 뒤, 질질 끌다시피 "청렴"을 관아 입구까지 데려갔다.

각양각색의 로봇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지만, 그들의 눈에서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다. 만약 대본이 있다면 그들 역시 배우일 것이다.

이때, 베라가 지휘관 옆으로 다가왔다.

상당히 굳은 신념을 가졌던데, 지휘관 "나리"?

그녀 때문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이내 "청렴"을 향해 정색했다.

녹티스는 "청렴"을 들어 올린 뒤, 어디로 가야 할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오일을 토할 것 같습니다.

입 다물어.

21호는 "청렴"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러자 "청렴"의 머리가 잠시 흔들거리더니 힘이 빠져 아래로 처지게 됐다.

저쪽으로 가면 돼. 21호가 이곳의 지형을 이미 파악해 뒀어.

21호의 안내에 따라 커다랗게 "감옥"이라고 적힌 작은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청렴"은 이미 기절한 상태였다.

겉에서 보면, 감옥이라는 곳은 그냥 오래된 작은 집을 개조한 것에 불과했다. 창문이 막혀 있는 것이 "감옥"이라는 의미에 대한 최대의 존중이었다.

그때, 다른 로봇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문 앞을 지키고 있어야 할 로봇들은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구경하던 엑스트라들도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었다.

아무도 로봇들이 혼란스러운 건지 아니면 진지한 건지를 알 수 없었다.

베라가 "감옥"의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자, 석양빛이 칠흑 같은 방안에 삼켜졌다. 구석에 켜져 있는 카메라만이 약하게 붉은빛을 발하고 있었다.

21호가 어둠 속에서 전등 스위치를 찾아 누르자, 겨우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천장 등이 켜졌다.

카메라를 본 21호가 높이 뛰어올라 부숴버렸다.

21호는 감시받는 걸 싫어해.

녹티스는 "청렴"을 방에 넣었다.

여긴 왜 아무도 없지?

예전에 봤던 대로라면 여기에 고문당해 축 늘어진... 로봇이 있어야 하지 않나?

내가 본 구룡 무협 소설에서는 보통 이런 곳에 세상과 단절한 고수가 있었어.

녹티스는 방 안 여기저기를 살폈고, 지휘관도 벽면을 훑었다. 하지만 아무런 장식이 없음을 확인할 뿐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그들은 아직 이런 소설을 읽지 못했나 봐.

이 로봇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확인해 봐. 이 정도의 충격에 움직이지 못하다니...

21호가 "청렴" 옆에 쭈그리고 앉아 그의 뒷덮개를 열려고 하는 순간, 서 있는 상태로 기절했던 '청렴'이 갑자기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21호는 바로 물러났고, 베라와 녹티스는 전투태세를 취했다. 지휘관은 손에 휴대하고 있던 개인 방어용 권총에 들어 올렸다.

"청렴"의 기체에서 에너지가 터져 나오려는 듯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꽝 하는 소리가 났다.

녹티스가 준비하고 있던 주먹을 휘두르려는 그때, "청렴" 하부 쪽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올랐다.

당신들은?

모델은 오래됐지만, 이 로봇은 자동 냉각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회색 연기는 서서히 수증기로 변했고, "청렴"은 다시 고개를 든 뒤, 옆으로 기울였다.

멍청해진 것 같아.

뜯어보면 알게 되겠지. 녹티스, 렌치 가져와.

아아아... 설마 위에 그분이...

닥쳐.

베라가 21호와 녹티스에게 손짓하자, 21호와 녹티스는 전투태세를 해제했다.

21호가 배터리 칸부터 열려고 하자, "청렴"은 급하게 자신의 몸을 흔들었다.

저… 저 모든 걸 말할 테니... 절 다치게 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계속 말해봐.

저는 그날 밤 그녀를 봤습니다. 그때 해가에서는 이미 그녀를 찾고 있었... 어?

로봇이 반응하기도 전에, 21호는 데이터 케이블을 "청렴"에 연결한 뒤, 미니 단말기로 로봇의 데이터를 읽고 있었다.

제 머리와 이야기하고 있으신 겁니까? >o<!

이전에 만난 로봇의 대본과 같아. 하지만 21호가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있어.

베라가 21호 옆에 쭈그리고 앉자, 21호가 미니 단말기를 베라에게 건넸다.

로봇의 보호 메커니즘이 작동되어, 21호가 모든 데이터를 로컬로 전송하기 전에 휴면 상태로 들어간 것 같았다.

재밌네. 이 로봇이 지금 읽고 있는 인격은 다른 이름이야.

로봇도 일인이역을 할 줄 알아?

이런 일이 없었던 건 아니야. 물론 어디까지나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서였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런 곳은 예산이 필요한 곳이 아니야. 지휘관 "나리", 어떻게 생각해?

그런 것 같아. 여기는 카메라를 돌리기 위해 마련된 시설일 거야.

이 배우들에게 관객은 없어도 감독은 있을 거야. 기술이 별로긴 하지만.

컨스텔레이션에서 각성 로봇들의 무질서한 낙서를 많이 봤지?

로봇들이 자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건 아직 힘들 거야. 하물며 이런 고대 기종이라면 더더욱 그럴 거고.

보아하니 예전 의료기를 개조한 버전인 것 같아.

어쨌든, 이곳은 남길 필요가 없어.

터뜨리는 게 가장 깔끔한 처리 방법이지. 뒤처리는 너한테 부탁해도 되지? 지휘관 "나리"?

좋았어. 지휘관, 이따가 내 최신 연구 성과를 보여줄게!

"수석의 실력"에 의해 파괴된 거라고 하면 되잖아.

나쁘지 않은 이유이네.

지휘관이 따라오지 않았다면, 케르베로스 성격상 이곳 전체를 폭탄으로 날려 버렸을 것이다.

좋아. 녹티스, 가장 적은 양으로 이곳을 터뜨려 버리려면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지 확인해 봐.

이미 봐놨지. 하지만 이 금속 구조는 화약이 많이 들 거야. 그래도 걱정하지 마. 양은 충분히 있으니까.

가장 재밌는 부분이 오는 거야? 21호는 더 연기하고 싶은데...

넌 애초에 연기 같은 거 하고 있지 않았잖아.

21호에게는 녹티스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신념이 있어.

말하면서도 일하는 손은 멈추지 않던 녹티스가 폭탄 몇 개와 원거리 스위치를 꺼냈다.

통신이 복구되지 않아서 원거리 폭파는 불가능할 거야. 우선 교란 장치부터 찾아야 해.

베라가 자신의 단말기를 꺼내 "케르베로스"의 표식을 가리켰다.

네가 우리를 하루 이틀 봤니? 아니면 수석의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

두 손에 폭탄을 든 녹티스가 지휘관을 쳐다보았다.

지휘관은 "청렴"을 보았다.

네 말은... 이들을 통제하는 이가 있다?

하지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건 케르베로스의 스타일이 아니지.

그나저나 여기가 실험장이라면 왜 우리는 외부에서 로봇들을 만난 거지? 탈출한 로봇들인가?

이렇게 넓은 범위를 차단할 수 있는 건 거기뿐일 거야. 뭐든 숨기고 싶어 하는 쿠로노의 "좋은 습관"에 딱 들어맞아.

여긴 지도에도 없는 곳이야.

역시 교통사고는 우리 잘못이 아니었어.

최소한 보육 구역과 컨스텔레이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해. 공중 정원이 주변 로봇들에게 직접 무력을 사용했다는 소문을 각성 로봇들이 듣기라도 한다면, 누가 책임을 진다 해도 소용없을 거야.

그리고 이놈은... 21호, 나중에 위치 추적할 수 있어?

21호에겐 전통 방식이 있지.

21호는 가방에서 향료 주머니를 꺼낸 뒤 "청렴" 머리 위에 발랐다.

케르베로스 세 대원의 의식 연결 신호를 받자, 지휘관의 감정도 덩달아 흥분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