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여기에 이런 행사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지휘관님. 초대해 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음...
쇼핑백에서 힘겹게 손을 뺀 지휘관이 에코에게 괜찮다고 손을 저었다. 그러자 자책하는 듯한 표정의 에코가 달려와 지휘관 대신 쇼핑백 두 개를 나눠 들어주었다.
비록 에코의 손도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음에도 지휘관을 도와주었다. 에코 뒤를 따라다니는 갑옷은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이미 쇼핑백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죄...죄송해요. 지휘관님. 제가 좀 자제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지휘관님과 함께 획득한 코인을 제가 다 써버렸잖아요.
에코에게 상업 거리 앞에 놓인 간판을 가리켰다. 간판에는 몇 가지 "놀이 체험 수칙"이 잘 보이게 적혀 있었다.
그래도 제 행동이 실례였던 건 사실이니, 사과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에코는 진지하면서도 복잡한 예의를 표했다. 그러자 그녀의 팔에 걸쳐진 쇼핑백이 그 동작 때문에 떨어질 뻔했다.
멀지 않은 곳에 쉴 수 있는 작은 광장이 있었다.
몸에 걸쳐 있던 쇼핑백을 힘들게 내려놓은 뒤, 단정하게 앉은 에코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상업 거리를 둘러봤다.
특별 데이트 데이... 전에는 구룡의 기념일에 대해 알아본 적이 없어서 이렇게 재미있는 기념일인 줄은 몰랐어요.
이런 이야기도 있었군요. 그래서 코인에 까치 모양을 새겼던 거군요.
연기가 자욱한 하늘에 희미한 보름달이 높이 걸려 있고, 은하에서의 가을 만남은 예로부터 변함이 없구나... 이 구룡의 시를 빨리 기록해 둬야겠어요.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 매일매일의 만남에 연연할 필요가 없구나...
구룡의 시는 참으로 아름답네요.
화려하면서도 소박한 시구를 낮은 소리로 되뇐 에코는 한참이 지나서야 펜을 멈췄다.
아! 죄송해요.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지휘관님. 너무 오래 기다리셨죠.
음... 이걸 지휘관님께 보상으로 드릴게요.
에코는 발치에 놓인 쇼핑백을 열어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은하가 그려진 펜이 들어 있었다.
조금 전, 저쪽 가게에서 지휘관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펜만 있으면 안 되니까 이 노트도 함께 골랐어요. 여기에 까치들이 그려져 있는데, 지휘관님이 말씀하신 이야기 중의 까치인 것 같아요.
새와 구름 모양의 팬던트도 있어요. 개인 단말기나 방에 걸어둘 수 있어요. 그리고...
에코 옆에 있던 쇼핑백이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지휘관의 주변이 "선물"로 가득 찼다.
물론이죠. 모두 지휘관님께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샀어요.
그리고 이것들은... 언니를 위한 선물이에요.
선물을 나누고 나니, 바닥엔 쇼핑백 하나만 남게 됐다.
네. 특별히 필요한 게 없었거든요.
예전에는 이런 이벤트에 놀러 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여긴 정말 재미있어요.
에코는 그동안 꼿꼿이 폈던 등을 살짝 풀었다.
이건... 구룡의 시집이잖아요! 너무 좋아요!
정말 고마워요. 지휘관님! 엄청 마음에 들어요!
이때, 옆에 있던 갑옷이 조용히 다가와, 에코에게 선물을 건넸다.
해가 조금씩 서쪽으로 기울면서, 황혼의 빛이 오늘 이벤트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렸다.
오늘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제 일정표에 따르면, 내일은 다른 보육 구역을 조사하러 가야 해요.
또다시 지휘관님과 떨어져 있어야 하네요.
하지만... 괜찮아요.
굳이 매일 밤낮을 함께 해선 뭘 할 수 있겠는가요?
황혼빛 속에서 에코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왜... 웃으세요? 혹시... 그 시구의 뜻이 제가 이해한 것과 다른가요?
그... 그만 웃으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