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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 별들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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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거리를 따라 한적한 구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을 것 같은 작은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이곳은 폐기된 병원으로 꾸민 귀신의 집이었다. 형광 녹색과 암적색의 페인트가 방 내부에 무질서하게 칠해져 있었다. 그래서 기념일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분 나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것 같았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섬뜩한 장치들을 지나, 가장 안쪽에 "수술 중"이라고 불이 켜져 있는 문을 열었다. 그러자 정중앙 수술대에 흰 그림자가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챈 그 그림자가 빠르게 몸을 일으켰다. 하얀 짧은 머리 아래의 눈빛은 마치 밤의 매처럼 날카로웠지만, 다가오는 이를 확인하자 평소의 나른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아. 왔구나.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좋은 곳이야.

특히 할 일이 없을 때는... 긴장이 풀리면 금방 졸리더라

연수하던 시절에 아주 바쁘다 보니 과실에서 잠잘 때가 많았어. 나중에는... 하암... 익숙해졌지.

지휘관이 주변을 둘러보니, 어두컴컴한 방 안에 먼지가 낀 의료기기 모형들이 놓여 있었다. 의도적으로 낡게 만들거나 파손한 것 빼고는 평범한 수술실과 다를 바 없었다.

방금 그 위에서 반즈가 몸을 웅크리고 잠든 모습이 떠올랐다. 반즈에게는 이런 곳이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

이런 건 하나도 무섭지 않거든.

화제가 자연스럽게 전환됐다. 반즈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수술대 위에 놓여 있는 공포감을 더하기 위한 도구가 임시 베개로 사용되고 있었다.

그건 투박한 나머지 우스꽝스러운 괴물이었다. 반즈의 변함없이 고요한 시선을 보자, 지휘관의 긴장했던 마음도 조금은 편안해졌다.

맞아.

가볍게 하품한 반즈가 해부대에서 뛰어내린 뒤, 목덜미에 손을 얹고 가볍게 스트레칭했다.

뼈가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구조체는 목이 뻐근해지지 않아. 어린 친구.

구조체에 마사지를 하려면 두 손을 바꿔야 할걸.

아직 잠이 덜 깬 듯, 반즈는 눈을 반쯤 뜬 상태로 지휘관을 바라봤다.

그 베개를 가지고 올 걸 그랬어.

나에게 휴가는 그냥 잠자리를 옮기는 것에 불과해.

음... 역시 그게 제일 안기 편해서 정이 든 것 같아.

그나저나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은 여기 어쩐 일이야?

응. 찾았어. 그다음엔?

음... 나랑 이런 기념일을 보내면 지루할 텐데?

그럼, 날 깨운 대가로 여기 좀 더 있다가 가.

좀 지루하긴 하겠지만...

……

흐음... 역시 지휘관다워.

전에 풍선을 쏘는 가판대에 갔었어.

겨우 탄창 두 개를 비웠을 뿐인데, 가판대 주인이 날 쫓아냈어.

처음엔 그냥 연습만 하려고 했는데, 선물을 원하는 아이들이 점점 더 많아져서... 그냥 갈 수가 없었어.

신이 나서 환호하는 아이들에게 빙빙 둘러싸인 반즈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경품은 다 나눠줬고, 이것만 남았어. 자.

반즈가 복슬복슬한 작은 물건을 지휘관에게 건넸다.

지휘관 손바닥에 놓인 흰 부엉이 장신구는 금빛 눈을 반쯤 감고 있는 모습이 매우 편안해 보였다.

응. 선물이야.

음, 이걸 받으면 지휘관의 오늘 남은 시간은 전부 내 거야.

그냥 자연스럽게 흐름을 탔을 뿐이야.

포뢰가 준 가이드 책자를 꺼내며, 같이 체험할 프로젝트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여기.

반즈가 가리킨 곳을 보니, 한 가판대의 안내문에 작은 글씨로 "경기 참여 시, 전설의 지휘관 친필 사인이 있는 U자형 베개 한정판 획득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위에 그레이 레이븐 지휘관이라고... 응?

여기로 가자.

반즈는 지휘관의 손에서 가이드 책자를 뺏었다. 그의 웃음기 띤 맑은 눈동자에는 조금 전의 졸음을 대신해 진지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획득하고 싶은 경품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