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은 이미 어둠에 잠겼다.
다리 위에 선 지휘관이 멀지 않은 곳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언제 불어왔는지 모를 바람이 코를 간지럽혔다.
그때, 아무런 예고도 없이 담요 한 장이 어깨 위에 덮였다
무의식적으로 담요를 만져봤다. 마음이 편해지는 촉감이 밤의 갑작스러운 한기를 몰아냈다.
고개를 돌리니, 금발의 여성이 옆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지휘관님.
비앙카는 부드럽게 웃었다.
자신이 너무 가까이 서 있다는 걸 깨달은 비앙카는 곧장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지휘관을 향해 경례했다.
비앙카의 경례에 답례하려다 담요가 땅에 떨어질 뻔했다
허둥지둥하는 사이, 비앙카가 떨어질 뻔한 쪽을 재빨리 잡아챈 후 다시 덮어주었다. 비앙카는 그제야 붙잡은 한쪽 끝부분에 단추가 달린 것을 발견했다.
미리 말씀드려야 했는데, 죄송해요.
비앙카는 지휘관을 도와 단추를 채워준 뒤,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하니까 훨씬 낫네요.
비앙카의 시선을 따라 몸에 걸친 담요를 살펴봤다. 누비는 매우 깔끔했고 옷감도 공중 정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깨 부분에 구름을 뚫고 지나가는 까치의 모습도 자수 돼 있었다.
구석에는 구름 "운"자가 수 놓여 있었다. 이 글씨는...
비앙카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드세요. 지휘관님?
약속했으니까요.
제가 해낸 것 같네요.
몇 개월 전에 은하수를 향해 책갈피를 든 비앙카의 모습을 떠올렸다.
제가 감사의 표시로 서프라이즈를 준비해도 될까요?
그때, 비앙카가 약속했었다.
여기서 지휘관님을 뵙게 되어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이 선물을 드릴 기회를 찾고 있었을 거예요.
비앙카의 반짝이는 눈을 보며, 지휘관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제 영광이에요.
긍정의 답을 들은 비앙카는 한결 편안해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살짝 정리한 후, 가드레일에 기대어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러자 비앙카의 눈동자에 별빛이 비쳤다.
지휘관도 비앙카처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별들의 배열은 무질서하지만...
규칙에 따라 천체 운동을 하는 것이 마치...
비앙카가 고개를 숙였다.
정해진 시간에만 만날 수 있다면,
이런 필연이 어떻게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겠어요?
지휘관은 주머니에서 비앙카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꺼냈다. 그러자 비앙카의 눈은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비앙카는 조심스럽게 박스를 건네받았다. 안에는 구름 모양으로 조각된 비녀가 들어있었다.
지휘관은 말하면서 상업 거리 쪽을 바라보았다. 산발적인 불빛들이 모여 밤을 밝혔고, 동행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모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장난기 어린 밤바람이 나무다리 쪽으로 불어오자, 비앙카는 천천히 지휘관 쪽으로 다가갔다. 그 행동은 무의식적인 것이 아닌 듯했다.
그럼, 이런 만남을...
필연의 일부로 만드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