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점 문을 열자마자 안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라 선생님? 다들 빨리 와봐요. 아이라 선생님이 오셨어요!
아이라... 혹시 <월간 대왕 ART>에서 10개월 연속 인기투표 1위를 기록하시고, <아름다운 천사 ENDLESS>의 원작자 겸 집필을 맡으신 그 아이라 선생님이신가요?
모르셨어요? 오늘 아이라 선생님 사인회가 있다고요! 저는 아이라 선생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어서 특별히 신규 보육 구역에서 차를 타고 여기까지 왔어요.
이상하네. 내 만화는 주로 어린아이들이 보는 줄 알았는데...
하하. 앞으로 지휘관도 날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
"적색 혜성 마샤"에게...? 자. 사인했어. 잉크가 마를 때까지 기다리는 거 잊지 마.
음... 마지막 책에도 사인했어. 예상보다 힘든데...
아이라가 손목을 돌리며 눈을 감은 채 기지개를 켰다
하하. 나도 내가 이렇게 많은 단행본을 냈다는 게 놀라워.
에이. 모두는 아닐 거야. 단순히 분위기를 즐기려고 온 사람도 있을 테니까.
참. 지휘관을 위해 한 권 준비했어. 알아보니까 지휘관도 <월간 대왕 ART>에 연재되는 걸 보고 있다며?
맞아. 이번 이벤트를 위해 특별히 그린 특별편이야.
이전 스토리에서 희생된 캐릭터들을 모두 부활시켰고, 행방불명되었던 캐릭터들도 모두 돌아와 함께 웃고 떠드는 가벼운 일상을 보내는 그런 이야기야.
원래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이야기지만, 독자들도 이런 이야기를 바랐을 거로 생각해서 그려봤어.
처음에는 독자들의 상상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그리는 과정은 꽤 재미있었어.
심지어 어떤 캐릭터를 너무 성급하게 죽인 건 아닌가 반성하기도 했지.
그것만은 아니야. 결국 내가 창작을 시작한 건 나 자신을 만족시키기 위해서였으니까.
그런데 내 창작물을 다른 이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이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이 작품 때문에 슬퍼하기보다는 작품을 보고 현실 속 근심을 잊어버리기를 바랐어.
<아름다운 천사 ENDLESS>가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창작된 작품이야.
이런 작품이 일부 "전문가"들 눈에는 들지 못한다는 거 알아. 하지만 상관없어. 난 그런 거에 신경 쓰지 않거든.
지휘관은 미리 준비해 온 만화책을 품에서 꺼냈다.
이건...
지금 다시 보니... 눈 뜨고 보기 힘든 곳이 많네.
여긴 프레임이 너무 어지럽고, 대사 처리가 너무 투박해. 그리고 캐릭터도 스케치 같아서 만화 느낌이 전혀 없어.
어쩐지 그때는 좋아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
헤헤. 어쩔 수 없네.
이건 넘버원 팬을 위한 전용 선물이야.
아이라는 그 만화책에 사인회에서 사용했던 글씨체와는 다른 글씨체로 사인 해줬다.
이 특별한 "아이라"는 특별한 "너"만을 위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