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고장을 수리하자, 영화관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일을 대비해 전체 점검을 한 번 더 하고,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 후에 사람들을 들어오게 했다.
참 이상했다. 분명 어제까지는 정상이었는데.
공중 정원은 귀한 에이스를 수리공으로 부릴 정도로 오만해진 건가?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백발이 보였다.
기념일이라고 경계가 느슨해져서 승격자가 쉽게 침투하게 놔둔 것에 대해...
지휘관으로서 한마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파트너라... 흥...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알파의 방문은 다소 의외였다. 기억 속 그녀는 사람이 많고 시끄러운 장소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
물어보려던 찰나, 높이 묶은 머리에 짙은 녹색 리본이 있는 것이 평소 알파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건 지휘관이 알파에게 선물했던 리본이었다.
알파는 지휘관의 시선을 눈치챘다.
힘없는 장식품에 평가하기 어려운 색상이라니. 그때 왜 이런 걸 받았는지 모르겠네.
지휘관은 “그래도 묶었잖아"라는 말이 마음속에 담아두고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리본을 바라보며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고 대답한다면?
돌려 말하지 않고, 칼을 휘두르는 순간의 참격 같은 돌직구였다.
순간, 지휘관은 어떤 말을 할지 알 수 없었다.
허. 예상했던 반응이군. 전에 인사도 없이 찾아온 것에 대한 답례야.
너무 기대하진 마. 선물은 준비하지 않았으니까.
……
잠시 동안 알파가 말을 잇지 못하자, 지휘관은 한 번 이겼다는 듯 웃으며, 기념일 이야기를 이어갔다.
오. 인상으로 취향을 가늠하는 건가? 그럼, 지휘관은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나?
로맨스 영화...
모든 캐릭터가 시나리오라는 그물에 갇혀 있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결국 타인이 정해놓은 결말로 끝나게 되어 있지.
그래서 싫어.
스크린에서 타인의 정해진 운명을 보는 대신, 현실에서 우리만의 영화를 직접 연출해 보는 게 어때?
손을 내민 알파가 뭔가를 건넸다. 그것은 투명한 광물인 천연 금강석이었다.
극단의 연마를 통해 만들어진 천연 금강석은 어떠한 것에도 굴하지 않는, 자연계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었다.
등산하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주웠어.
받아. 이건 주연배우한테 주는 계약금이야.
계약은 성립됐으니까, 일정 비우는 거 잊지 마.
걱정하지 마. 퍼니싱이든, 승격 네트워크든, 운명이든, 구속하는 시나리오가 있으면 내가 다 끊어버릴 테니까.
결말은 우리가 직접 선택한 방향으로 향하게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