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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몸을 돌려, 한 발짝 내디디려는 순간, 손목에서 큰 힘이 전해지면서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뒤로 젖혀졌다.
지. 휘. 관.
날 불러낸 건 지휘관이면서, 왜 날 보자마자 도망가는 거야?
지휘관은 평소 자신을 많이 챙겨준 베라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고자, 기념일인 오늘 초대했다.
베라의 미소를 보자마자, 본능적으로 불길한 예감이 든 지휘관은 무의식적으로 도망치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갑자기 날 초대하더니, 방금은 갑자기 도망가고, 지금은 또 갑자기 사과하네? 너 무슨 꿍꿍이 있는 거 아니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베라가 먼저 말을 끊었다.
오늘 무슨 기념일인 것 같던데. 무슨 날인지 알아?
베라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계속 얘기하라는 베라의 눈빛에 따라 특별 데이트 데이의 유래와 풍습에 관해 설명했다.
아~ 사랑과 관련된 기념일이구나.
이상하네. 지휘관은 왜 이런 날에 일부러 날 만나자고 했을까?
설마 나와 데이트하고 싶어서?
데이트인 거지?
데이트인 거지?
하...
베라가 짜증 난 듯, 한숨을 쉬었다.
내가 전에 도와준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이벤트에 초대했고, 그래서 여기서 만나기로 한 거잖아. 데이트의 의미는 약속을 잡고 만난다는 거 아니야?
뭘 그렇게 고민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네.
베라의 짜증 난 표정은 거짓 같지 않았다. 그걸 본 지휘관은 정말로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
……
나와 데이트하고 싶었구나~
어쩐지. 보자마자 이상하게 행동한 이유가 이거였구나.
이런 깜찍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니.
이런 특별한 날에 날 초대해 놓고, 아무 일도 아닌 척하는 지휘관의 모순된 모습이 참 귀엽네.
덕분에 지금 난 너무 기뻐.
보상으로 나랑 데이트하는 걸 허락해 줄게.
다만, 나처럼 환영받지 못하는 구조체와 함께 있으면 지휘관도 미움받을지 몰라.
널 좋아해 주는 이가 없어서 갈 곳이 없을 때, 내 다리를 잡고 애원해 봐. 나처럼 자애로운 이라면 방 한구석에 네 자리 하나 정도는 마련해 줄지도 모르잖아.
그래. 지휘관은 인기가 많으니까.
조금만 방심해도 다른 구조체에 뺏기기 십상이겠지.
하지만 나한테 온 이상 내 거야.
베라는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난 꽤 욕심이 많거든.
지휘관이 날 초대했으니, 날 만족시키기 전까지는 내 곁에서 도망칠 생각 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