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폭우.
오늘은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을 동시에 들었기 때문에 어떤 마음으로 이 일기를 기록해야 할지 모르겠다.
좋은 소식은 오늘도 침식체 공격이 없는 평화로운 하루였다는 것이고,
나쁜 소식은 오늘 비가 많이 오는데, 내가 내기에 지는 바람에 야외 근무를 서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체이긴 하지만 관절은 녹슬 위험이 있다.
이 말은 불평의 의미가 너무 강해 누군가가 들으면 안 되니까 지우는 게 좋겠다.
이 쓸쓸한 곳에 온 지도 몇 주가 됐다. 가끔 지나가는 갈매기를 제외하면, 상어를 볼 기회조차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이곳에서 승격자와의 전투가 일어났었기 때문에 군부에서 수많은 엘리트 소대를 파견해
주둔시켰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승격자는커녕 침식체조차 나타나지 않았다.
모든 적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진 것만 같았다. 혹시 "아틀란티스"라고 이름 지어서 바다 여신이 보호해 주는 것일까?
아아... 짜증나는 비! 그만 녹음해야겠다!
좋은 장비와 무기를 갖춘 구조체가 목에 걸린 녹음기를 다소 거칠게 껐다.
망할 폭우. 내가 왜 그 내기를 했을까!
병사는 눈앞의 물기를 닦아냈다. 구조체가 감기에 걸릴 일은 없지만, 기체에 차가운 비가 쏟아지는 불편함은 남아 있었다.
이럴 땐, 안에서 일하는 이들이 참 부러워. 내가 그때 조금 더 공부했더라면...
병사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눈에 띄는 그림자 하나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거기서!
직업적 소양을 발휘한 병사는 바로 수려한 모습의 그림자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손을 머리 뒤로 하고, 천천히 쪼그려 앉아.
병사는 한 걸음 한 걸음 앉은 이에게 다가가며 명령을 내렸다.
어서 시키는 대로 해.
둘 사이가 조금씩 가까워질 때쯤, 폭우에 가려졌던 모습이 마침내 시각 모듈에 선명히 나타났다.
어... 리온. 여기서 뭐 하세요?
그냥 바람 좀 쐬러 나왔어요.
바람을 쐬러 나왔다고요?
병사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보며 의심스러운 듯 톤을 높였다.
죄송하지만, 신분 인증이 필요하니, 협조해 주세요.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병사는 생체 정보 검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자, 기기에서 녹색 불이 켜졌다.
리온. 이제 괜찮아요. 하지만 비가 많이 오니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괜찮아요.
(이곳에는 이상한 이들이 많구나.)
병사가 길을 비켜주자, 수려한 외모의 연구원이 앞으로 걸어갔다.
그때, 병사는 상대가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이상해.)
고개를 돌린 병사가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
풍덩!
큰 빗속에 무언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