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황무지 삼중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CER-18 황무지 삼중주

>

하늘을 뒤덮는 모래 폭풍이 황무지 위를 오랜 시간 지배했고, 밤의 어둠조차 그 거대한 막을 뚫지 못했다.

쳇... 진짜 지루하네.

동굴 밖에서 근무를 서던 녹티스는 할 일이 없자, 몸에서 먼지를 털며 동굴 깊숙한 곳으로 돌아갔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아니. 하지만 전봇대처럼 밖에 계속 서있으니까 진짜 지루하단 말이야.

선인장 세는 건 어때?

이렇게 큰 모래 폭풍 속에 뭐가 보인다고 세냐?

녹티스는 고개를 긁적이며 "수염"이 쉬고 있어야 할 자리를 바라봤다.

어? "수염"은 어디 간 거야?

어?

동굴 한쪽 구석 "수염"이 쉬어야 할 자리엔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았고, 평소 "수염"이 타던 오토바이만이 남아 있었다.

"수염"이 항상 가지고 다니던 영사기와 "수염" 자신만이 사라진 상태였다.

여기 돌로 눌러 놓은 종이조각이 있어.

여기... "밤중에 누군가 내 영사기 필름을 훔쳐 갔어. 내가 찾으러 갈 거야"라고 쓰여 있어.

그게 끝이야?

끝이야.

베라는 21호 손에서 종이조각을 가져다가 봤다. 낡고 누렇게 변한 종이에 확실히 그런 글이 대충 적혀 있었다.

도둑?

우리 중에도 중요한 물건이 없어진 게 확인해 보자.

장착한 무기 말고는 다른 게 없는데, 어떻게 잃어버려.

그런데 이런 날씨에 도둑이라니? 21호. 다른 사람의 기척이 느껴져?

21호는 한 바퀴 돌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날씨엔 먼지가 너무 많아서 후각 장치가 민감하지 못해.

다른 사람의 기척은 느끼지 못했어. 그리고... "수염"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어.

이 시간에 밖으로 나갔다면, 죽으러 간 거나 다름없잖아.

그럼, 그냥 기다리자.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

어차피 그건 "수염"의 물건이잖아. 게다가 난 이미 말했어. 케르베로스는 뒤처지면 상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베라는 "수염"이 방금 쉬었던 자리에 쪽지를 놓은 뒤, 돌멩이로 다시 눌러 놓았다.

영화 결말을 아직 못 들었어.

그냥 영화잖아. 공중 정원으로 돌아가면 예술 협회에 부탁해서 "수염"이 말한 영화 파일을 찾아보면 돼.

자기 목숨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서, 남의 것을 물려받겠다고 하다니...

베라는 등을 돌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녹티스가 "수염" 영화 찍어주기로 했잖아?

뭔 소리야?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냥 영화잖아! 나도 찍을 수 있어! 다음에 찍을 때 나 불러. 이 B급 쓰레기보다 훨씬 낫게 만들어 줄 테니까."

21호는 녹티스의 말투를 흉내 내며, 몇 시간 전 녹티스가 했던 말을 다시 했다.

그런 일이 있었나?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때, 녹티스는 "수염"이랑 술 마시고 있었어.

녹티스는 술 때문에 머리가 둔해진 거야.

오... 내가 정말 그런 말을 했나 보네.

생각에 잠긴 듯 턱을 쓸어낸 녹티스는 그때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해 내려고 애썼다.

그래... 그렇게 약속했다면, 약속은 지켜야지.

그렇다고 해서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잖아. 내가 찾으러 가볼게.

고개를 끄덕인 녹티스가 곧바로 몸을 돌려 동굴 밖 "수염"을 찾으러 가기 위해 준비했다.

잠깐.

누가 너희들 마음대로 움직여도 된다고 허락했지?

왜? "수염" 찾으러 가는 건데 뭐가 어때서?

임무 마감 시간까진 한참 남아 있는 데다 어차피 모래 폭풍이 심해서 할 일도 없잖아.

대장은... 주저하고 있어.

나하고 전혀 상관없는 인간인데 뭘 주저한다는 거야.

아. 그럼 나중에 머레이한테 그렇게 말하면 되겠네.

우리 눈앞에서 물건을 도둑맞았는데, 우린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헛소리 마. 밖에서 불침번을 선 건 너였을 텐데?

그래도 이 동굴 안에는 너와 21호가 있었잖아?

…………

남의 바람을 짊어지고 살면서, 그 무게를 알지 못하는 인간은 정말 싫어.

그럼, 가서 한 대 때려주면 될 거 아냐?

베라는 녹티스와 21호를 노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바보 같은... 북동쪽으로 간 것 같아.

봤어?

"수염"은 슬그머니 나가려고 하는걸, 내가 봤어.

그럼, 가자.

21호가 베라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나와 대장이 찾으러 걸게. 녹티스도 가서 찾아.

야. 난 왜 혼자 가야 하는 거야?

네가 찾자고 제안한 거 아니었어?

베라가 옆에 세워진 기창을 들어 올리자, 깃발이 모래바람에 빠르게 펄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