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이벤트 스토리 / 황무지 삼중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

CER-08 황무지 삼중주

>

됐어. 내가 다 말해줬잖아. 그리고 너희가 그를 처치한 일은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한테만 말했어.

왜 그래? 이건 대단한 일이 아닌가?

사람이 많으면 말도 많은 법이야. 여기에 그의 심복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잠시 뒤에 그가 휘발유 가득 넣어줄 거야. 오래된 휘발유긴 하지만, 다음 보급 지점까지 가기엔 충분할 거야.

"수염"이 차 문을 잡고 차 안의 케르베로스 일행에게 말했다.

도착한 마을에서 "수염"은 약속을 지켰고, 케르베로스의 사정을 마을 주민들에게 설명한 뒤에 주민들의 도움을 받았다.

고마워.

별거 아냐. 이따가 모두 영화 보러 와.

영화?

이게 내 "일"이잖아.

"수염"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영사기와 필름 상자를 토닥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알았어. 어차피 서두를 일도 없어.

대장은?

……

하아. 알았어.

임무 시한까진 시간이 좀 남았으니까.

베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 밤이 다시 황무지를 덮었다. 하지만 오늘은 예전처럼 추운 것도 아니었고, 어두운 것도 아니었다.

21호와 녹티스는 "수염"이 영화 장소를 꾸미는 일을 즐겁게 도왔다. 물론 장난도 빼놓지 않았다.

영사기가 드디어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스크린 위에는 흑백의 빛과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녹티스와 21호도 군중 속에 앉아 조용히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영화를 보지 않은 베라는 조금 떨어진 영사기 옆에 기대고 있었다.

이렇게 황량한 곳에 당신 같은 사람이 있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여기서부터 앞으로 300킬로미터 , 뒤로 300킬로미터는 거대한 무인 구역이 펼쳐져 있어.

매일 이곳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 모래, 햇빛 그리고 간헐적으로 자라는 보리와 밀밖에 없어.

그리고 그 보리와 밀로 만든 술이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전부야.

손에 들린 술병을 들어 올린 "수염"은 스크린 앞에 앉은 군중을 향해 손짓한 뒤 물을 마시는 것처럼 한 모금 크게 마셨다.

그리고 또 뭐가 있겠어? 영화 보는 게 좋지.

얼마나 이 일을 했지?

정확한 시간은 기억나지 않아.

절뚝거리면서도 오토바이를 타고 이런 델 돌아다닌다니, 정말 미친 짓이네.

이 정도? 너희들도 미친 듯이 도로 위에서 싸우잖아.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놀람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군중 속에서 앉아있던 녹티스와 21호도 소리쳤다.

스크린에 재생되던 영화 속에서 조각상 말 위에 올라탄 미친 듯한 사람에게 갑자기 거대한 불길이 붙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 없이 조각상 아래로 떨어졌다.

이와 동시에 영사기와 연결된 스피커에선 장면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교향곡이 흘러나왔다.

사실 말이야. 너희들을 보니 예전 동료들이 생각나더라고.

아마도 그거 때문에 이런 황량한 곳에서도 너희를 신뢰하게 된 거겠지.

너에게도 동료가 있었어?

난 네가 혼자서 영화를 틀어 주고 있는 줄 알았어.

사실은 그래. 나 혼자지만, 아주 오래전엔 동료들과 다른 곳에서 함께 활동했었어.

그 후... 어떤 이유로 나와 또 다른 노인만 남게 됐지.

살짝 취기가 오른 "수염"은 자기와 베라 옆에서 끊임없이 빛을 발하는 영사기를 톡톡 두드리며, 눈에는 스크린 위의 빛과 비슷하면서도 더욱 촉촉한 빛이 반짝였다.

하. 그 녀석이 아직 여기 있었다면, 이 일을 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 바보였을 거야.

이 영화들도 다 그 녀석이 남긴 거야.

그럼, 제대로 살아!

이런 곳에서 사고를 당한 다거나 마음씨 나쁜 녀석들 만나면, 네 목숨은 그걸로 끝이야.

다른 누가 남긴 거라고 말하지 마. 이젠 네 거야. 알겠어?

"수염"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 목숨은... 나 혼자의 것만이 아니야.

사실 요즘에는 영화도 좋아하게 됐어. 가끔 직접 찍기도 하고.

그래도 주는 내 친구가 그의 딸을 찾는 걸 돕기 위해서야. 흑.

어떻게 이런 곳에서 실종된 딸을 찾아?

그는 딸이 살아 있다고 믿고 싶어 했어. 그래서 나도 그렇게 믿고 싶었고, 도와주고 싶었어.

저기, "수염" 그리고 여기는...

베라야.

오. 베라. 두 사람 더 필요한 게 있어? 주점 문을 곧 닫으려고 하는데,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다줄게.

나? 난 배가 좀 고픈데...

알았어. 빵 좀 가져다줄게.

베라는... 구조체인가? 뭐 필요한 게 있어?

음... 여기서 정보를 물어보면 비용이 드나?

쳇. 사리 판단이 빠르군. 여긴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 뭔가를 물어보려면 쉽지 않지.

사람들이 자주 여기 와서 허튼소리로 장난치고 지껄이니까 그래도 내가 아는 게 좀 있어.

주점 사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으로 입을 쓸어내렸다. 그런 뒤 입을 꾹 다물었다.

흥. 역시 그렇군.

그럼, 공중 정원의 사람들이 여기 와도 여기 풍습에 따라야 한다는 거지?

베라는 주점 사장을 경멸하는 듯한 목소리로 조롱했지만, 주점 사장은 그 말을 조롱으로 여기지 않는 듯했다.

그렇지. 결국 하늘과 땅은 다르니까.

이거, 이거!

"수염"이 자기 손에 들린 술병을 주점 사장에게 건네줬다.

네가 계속 원하던 거잖아. 줄게. 가져가.

물어볼 거 물어보고, 할 말은 하면 돼.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 있어?

어? 이게 무슨 일이야?

난 남에게 빚지는 걸 싫어해. 이건 방금 너희가 날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야.

이제 우리 서로 빚진 건 없는 거다. 그리고 넌 이거... 내 술을 꽤 오랫동안 원했었지?

이건 우리 북쪽에서 가장 좋은 보드카야. 오히려 네가 나한테 빚을 지게 되는 거야!

그래. 알았어. 허허. 베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이 놀란 소리가 들려왔고, 그 놀람은 곧 비명으로 바뀌었다.

군중

침식체! 침식체다! 괴물이야!

베라는 잠시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기창을 쥐어 세웠고, 방금까지 앉아서 얘기하던 의자 위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베라는 자신들이 마을로 오던 길 위에 빨간빛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는 것을 발견했다.

3시 방향! 침식체가 있어!

모두, 여기서 대피해!

베라의 우렁찬 목소리가 모든 마을 주민의 귀에 선명하게 박히자, 공포에 질린 비명이 잠잠해졌다.

야! 대장!

인파의 반대편에서 녹티스와 21호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보이지 않았고, 키가 큰 녹티스만 베라 쪽으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녹티스와 21호는 주민들을 이끌고 대피한 뒤에 다시 합류해!

알았어! 이봐... 밀지 마! 21호. 꼬리 밟히지 않게 꼬리 좀 접어!

여기, 여기로 가.

안전을 확보한 후, 베라는 도망치려는 주점 사장을 불러 세웠다.

잠깐, 기다려.

저 사람 따라서 영사기하고 필름 같은 것 좀 다 옮길 수 있게 도와줘.

다 정리되면 주민들 따라가. 우리가 막아줄게.

알, 알았어.

난 혼자도 할 수 있어. 하지만 빨리하면 더 좋겠지.

다른 사람한테 팁을 받았으면, 보답해야 하지 않겠어?

흔들리는 붉은 빛이 멀지 않은 곳에서 조금씩 가까워졌고, 베라의 눈동자에 반사된 붉은 빛이 짙어지면서 밤하늘 속에 더욱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