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
하산이 데리고 온 호위들은 루시아 일행에 의해 쓰러졌고 다른 수비병들이 공격을 준비하던 순간, 하산이 손을 들어 전투를 멈추었다.
계속하지 않을 생각인 건가?
아니,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다네.
어쨌든 환영하네. 멀리서 온 용사들이여.
환영?
폐허 속에서 하산은 루시아 일행을 향해 자신의 신분에 맞는 인사를 건넸다. 당당한 그의 모습은 전혀 방금 전까지 어두운 곳에 숨어있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하산... 아니, 당신이 바로 국왕이지?
그래. 멀리에서 온 용사들이여. 오랜 세월을 거쳐 드디어 그대들이 왔구만.
지금은 마족과의 전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야. 그런데 지금 우리의 공주 리브가 마왕에게 잡혀갔지. 네 명의 악마 장군을 물리쳐야 마왕성의 대문을 열고 공주를 구할 수 있다네.
난 임무를 달라고 말한 적 없어. 내가 궁금한 건 당신이 도대체 뭘 원하냐야.
잠깐만, 루시아!
루시아와 하산의 대화는 마치 위치가 엇갈린 톱니바퀴처럼 어긋났지만 또 묘하게 이어졌다. 가장 먼저 이상함을 느낀 사람은 리였다.
왜 그래?
메뉴를 열어. 우리의 메인 임무는...
아, 설마...
리의 말에 카무이도 하산이 겨냥하고 있는 무언가에 주의를 돌렸다. 루시아가 시스템 메뉴를 클릭한 순간, 모두들 팀의 메인 임무가 바뀌었음을 발견했다.
메인 퀘스트: 마왕성의 대문을 열어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카무이, 이게 무슨 규칙인지 아마 네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
응, 이건 게임의 강제 이벤트야. 게임 속 메인 임무는 거절할 수 없어.
특정 지점에서 메인 npc와 대화를 나누면 무조건 그와 관련된 임무를 받게 돼... 아마 이 하산이 바로...
맞네, 용사들이여. 성에서 한참이나 기다렸는데 오지 않기에 내가 직접 찾아와 임무를 발동한 거라네.
당신은... 보통의 npc가 아닌 건가요?
물론 난 'npc'라네.
리의 질문에 하산은 npc로서의 신분을 강조했지만 그의 말고 행동은 게임과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마치 9번째 유저처럼 보였다.
그대들이 이 게임에 들어온 이유를 알고 있네. 이 게임으로 승부를 내고 싶은 거겠지. 난 그대들을 막지 않을 것이네. 그대들이 용사들과 함께 움직이길 바랄 뿐이야.
국왕이 발표한 메인 임무를 지키게.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이 이상한 npc라는 건 확실하군.
하지만... 정말 우리가 당신의 지시에 따라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 당신은 리브를 타겟으로 삼기까지 했는데.
그 용사만 가지고 있는 특별한 기질 때문이야. 그녀만이 시스템이 선택한 성녀지.
그러니까 당신 말은 리브가 유저로서 특별한 능력을 부여받았다는 말인가?
맞네. 난 그 힘이 필요하네.
그럼 더욱 당신 뜻대로 내버려 둘 수 없지, 국왕.
오해하지 말게. 멀리에서 온 용사들에게 해를 가할 생각은 없네. 그저 내가 원하는 걸 손에 넣고 이 세계를 컨트롤 하고 싶은 것뿐이야.
내가 거기까지 가면 그대들도 자연스레 임무를 완수하고 승리를 거둘 수 있어. 그리고 즐겁게 밖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겠지.
이렇게 시간만 낭비하며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다른 팀 용사들에게 지고 말 거라네.
... 그럼 질문 하나 더 하지. 이 게임, 이 세계를 컨트롤 한 뒤 당신은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내 대답을 들으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이게 바로 내 대답이야. 리, 카무이!
어쨌든 싸우겠다는 건가?
루시아 일행은 무기를 들고 HP가 없는 적을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