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많은 시련을 거쳐(대부분의 시련은 다른 세 사람 때문에 벌어진 거지만...), 우리는 드디어 황궁에 도착했다.
이곳의 npc와 적군은 모두 세리카의 설정을 거친 듯 싶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함께 게임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지만 npc가 되었고 그때문에...
아아, 그대들이 바로 멀리서 온 용사들이군. 진심으로 환영하네!
하산이 일국의 국왕이 되다니.
아, 하산이잖아. 세리카라면 니콜라를 넣을 줄 알았는데.
하... 난 하산처럼 진지한 척만 하는 자식이 젤 싫다고.
하산.. 아.. 카무이는 그를 애꾸눈 아저씨로 기억하고 있지. 음, 애꾸눈.
국왕(하산)이 말을 마치자 세 사람은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궁전 안에 있는 수비병과 국왕은 전혀 안중에도 없는 표정이었다.
……
몇몇 수비병들은 세 사람의 언행이 불만스러운 듯 무기를 꽉 부여잡았다.
하하하, 참 흥미로운 용사들이군. 내 이름이 하산인 건 맞네만 날 부를 때는 뒤에 국왕이라고 붙여줬으면 좋겠어.
너 따위가?
비록 국왕(하산)은 너그럽게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지만 카레니나가 또 그를 비웃자 하마터면 의자 위에서 떨어질 뻔했다.
이와 동시에 수비병들은 흉악한 눈빛을 내뿜더니 일행을 향해 한발 다가섰다.
부드럽게라니? 우린 가식이나 떨려고 여길 온 게 아니라고!
하하하, 그렇군. 그렇다면 그 죄를 묻진 않겠어.
국왕(하산)은 우리 쪽의 의도를 정확히 읽고 명령으로 수하들을 통제했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꽤 진중한 것 같군. 그대가 바로 이 파티의 리더겠지. 자네의 이름은 무엇인가?
용사 [player name], 좋군. 자네를 기억하겠다.
왜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이 갑자기 우리 리더가 된 거지?
리더 같은 건 아무나 되어도 상관 없지. 그런데 하산, 언제 우리한테 임무를 주는 거지?
흠,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었네. 하지만 임무에 대해 말하기 전 그대들에게 백 년 동안 이어진 패왕대륙과 가증스러운 마족 사이의 전쟁의 역사에 대해 말해주고 싶군...
그렇다네. 예로부터 이 대륙의 이름은 패왕대륙이었다네. 좀 촌스럽지? 하하하...
이런 역사는 안 들어도 괜찮지 않나? 보통 마족이 침입한 뒤 인간들은 비참한 삶을 이어왔다는 스토리잖아. 그것보다 얼른 임무부터 내놓으라고!
음... 멀리서 온 그대들이 이렇게나 잘 알고 있다니. 그럼 바로 임무에 대해 말하겠네.
그게... 우리 나라의 공주인 리브가 마왕에게 잡히고 말았다네.
잠깐만, 방금 리브라고 한 것 맞지?
그렇네만 무슨 문제라도 있나?
깜짝 놀란 표정의 카무가 하산의 말을 끊었다.
버그가 맞는 것 같아.
정말이라네.
카무이와 함께 세리카라는 사람에게서 이 게임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 본체가 게임에 들어오면 같은 이미지의 npc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어.
그럼 우리와 함께 게임에 들어온 리브가 게임속의 마왕한테 잡혀갔다는 거야? 거기에 갑자기 공주라니... 이게 무슨 장난이지?
우리한테는 이상한 일이지만 게임 속 존재들에게는 정상적인 이벤트야.
그럼 하산, 묻고 싶은 게 있어. 우리를 제외하고 다른 용사들이 여기로 왔었어?
없네만.... 왜 그러나?
하산의 대답은 루시아 일행이 아직 여기에 오지 못했음을 증명해 주었다. 비록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머릿속에 그들이 마왕에게 잡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지휘관도 그녀들이 한꺼번에 잡혔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렇다면 정말 재밌겠지만 가능성이 별로 없는 걸.
"카레니나, 카무, 장비 정리해. 루시아 일행은 습격을 받고 우리보다 좀 뒤떨어진 것 같으니까."
그럼 그 전에 우리가 마왕을 찾고 쓰러트리는 거야. 그리고 리브를 구하는 거지. 그럼 이 게임을 이길 수 있어.
왜 네가 명령을 내리는 거지?
흥, 그것도 나쁘지 않겠어. 이 게임에 무슨 오류가 생겼든 우린 이기기만 하면 되니까.
결국 리브를 구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지만 이 팀은 팀원을 걱정하는 마음 따위는 전혀 없는 듯했다.
잠깐, 용사들이여, 떠나려 하는 거라면 일단 이 지도부터 받게!
이건...?
공주가 갇힌 마왕성으로 가려면 반드시 마수 장군을 쓰러트려 마왕성의 방어를 약화시켜야한다네. 억지로 쳐들어가도 되지만 방어가 해제되지 않으면 마왕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걸세.
정말 촌스러운 설정이군...
그러니까 마왕성으로 가기 전에 뭐 사대천왕 같은 거랑 싸워야 한다는 거지?
이렇게 바로 이해하다니. 참으로 다행이군, 용사들이여.
그렇네. 전부 다 표기해 두었네.
우리가 가진 정보도 이것뿐이라네.
그럼 부탁하겠네, 용사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