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생화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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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시인의 노랫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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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나, 너에게 또 다른 좋은 소식을 알려줄게.

내가 최근에 집필한 그 연극이 드디어 완성될 예정이어서 리허설을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

나에게도 나쁜 소식이 하나 있어.

이 연극을 완성하기 전에, 내 눈앞에는 오히려 안개가 끼였고, 내가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안개가 가로놓여 있었다.

그때와 달리 난 이 안개 속에서 힘차게 걸어갈수록 앞길이 애매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앨런 회장에게 도움을 청해 내 손에 있는 연극을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다.

세레나, 만약 네가 너를 모티브로 한 이 연극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네가 그레이 레이븐 소대의 지휘관 앞에서 그 탐사침을 품에 안았을 때, 넌…… 또 무슨 생각을 했어?

그 순간, 너의 마음속에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했던 그 말이 메아리쳤던 거야?

희생 뒤에는 고통만이 있는 게 아니라 비바람에 직면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비바람이 지나간 후 마침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는……희망도 있어.

세레나 플로라, 나의 진실한 친구여.

나에게 말해 줘, 나에게 대답해 줘.

너의 그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노래로 대답해 줘.

진심을 담은, 아이라가……

아이라, 멍 때린 거야?

아…… 아, 죄송해요.

젊은 예술가는 눈을 깜빡였고,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눈앞이 넓고 환한 오페라홀에는 우아한 신사 한 사람만이 객석에 앉아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시나리오를 끝까지 낭독하고 있었다.

괜찮아. 넌 방금 시나리오를 다 읽었잖아. 난 아직 되새기고 있어.

신사는 어깨를 으쓱하며 방금의 어색함을 가볍게 풀었다.

난 단지 네가 한 구절을 읽을 때마다 시선이 손 옆에 있는 편지 뭉치로 향하는 게 좀 궁금할 뿐이야.

편지지, 이 시대에는 정말 흔치 않지. 그것이 너의 영감의 원천이야?

아니라고 할 수 없죠…… 하지만 어쩌면…… 이야기의 모티브라고 해야 할지도요?

음…… 개인적인 경험? 그럼 나의 호기심을 거둬야겠군.

신사는 지팡이로 바닥을 쿡쿡 찌르며 얼굴의 미소를 가볍게 움직였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넌 이 연극에 대한 나의 평가를 기대하게 될 거야.

와우! 브라보! 초보자치고는 정말 특별한 레퍼토리야.

젊은 오페라 가수가 한 소녀를 찾는 과정에서 예술적 표현을 갈망하는 사람들을 만나 결국 과거의 자신을 구한다라.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은 오페라에서도 고전적이지만 이런 식으로 보여주는 것도 충분히 새로워.

역시 아이라야.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다니.

물론 아이의 마음에 대한 묘사가 너무 당연할 수도 있어.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이런 부족함도 정상이야.

이것은 네가 창작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타나는 습관일 수 있으니, 그것을 메모해 두었다가 다음에 줄거리를 다 쓰고 나서 대조해 보고 그것을 피해.

고마워요, 회장님. 하지만 아시다시피, 제가 원하는 것은 이렇게 간단한 평가가 아니에요.

시나리오의 수정 말이지? 걱정 마. 네가 전체 대본을 낭독하는 걸 들었을 때, 이미 어느 정도 알아챘어.

그런데…… 그전에 아이라에게 물어보고 싶어. 네가 원하는 게 그것뿐이야? 오늘 나를 찾아와서 이 연극을 들을 목적이 오로지 나와 이 연극의 수정에 대해 토론하고 싶어서?

음…… 물론 이뿐만이 아니에요. 저…… 회장님께 더 말씀드릴 게 있어요.

아이라는 고개를 떨군 채 옆 사람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사람은 선실에 누워, 두 손은 배 앞에 깍지 끼고, 두 눈은 감긴 채, 입가에 있을 듯 없을 듯한 미소에 아름다운 긴 머리를 몸 옆으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

아이라는 입을 벌려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사람이 이곳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환주 기체는 몇 번을 봐도 매우 정교하고 감동적이야. 아이라의 추진력과 디자인 덕분에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어.

새로운 코팅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거야?

하하, 회장님.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요.

그녀가 여기에 있는 건…… 그냥…… 그냥……

아이라는 아랑곳하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으며, 목소리가 떨리더니 뒤의 말은 오히려 허공에 눌렸다.

——단지 그녀가 이 광경을 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 하하, 긴장하지 마. 화제를 바꾸지.

앨런은 가볍게 웃으며 지팡이를 땅에 대고 가볍게 몇 번을 돌린 후, 객석에서 일어나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

요즘 살롱 사람들이 너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아이라가 요즘 작업실에서 잠도 못 자고 밤새 일하는 탓에 살롱으로 오는 횟수가 많이 줄었다고.

다들 너답지 않다고 하지만, 내 생각에 넌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내보인 열정을 한 가지 일에 집중시켰을 뿐이잖아.

이 일이 바로 네가 방금 낭독한 《생화주》 맞지?

…… 네. 맞아요.

아이라의 시선은 다시 기체를 향했고, 선실 표면의 투명한 재료에 자신의 얼굴이 거꾸로 비쳤다.

그것은 그리움과 아쉬움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 그런데 회장님, 고래의 노랫소리 들어보셨어요?

그거 정말 난감한 질문인데? 예전에 조사라는 명목으로 탐사기를 타고 몇 주 동안 해안가에서 조사하고 있었어. 하마터면 얼어서 기절할 뻔했지만, 고래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어.

우와, 예술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니. 회장님의 레전드 스토리가 또 하나 더 생겼네요.

하지만 제가 말하는 노래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이라는 허리춤에서 제어기를 꺼내 자신의 휴대용 스튜디오 단말기를 켰다.

제어기에서 느릿느릿하고 부드러운 아리아가 흘러나왔다.

수많은 천상의 세례를 받은 앨런도 처음 들었을 때는 멍했다.

선율이 점차 높아지고, 그 순간 넓은 바다가 마치 그의 눈앞에 펼쳐진 듯했다.

여성의 노래는 고래의 소리를 따라 하지 않았지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멜로디 뒤에 숨겨진 뜻을 깨닫게 했다.

——외로운 고래 한 마리가 꼬리지느러미를 저으며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다. 몇 번이고 부르는 고래의 노랫소리는 해구에서 메아리쳤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아리아가 끝났다. 이것은 미완성한 노래다. 왜냐하면 외로운 고래는 끝내 종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앨런은 잠시 머뭇거리며 자신이 이 아리아를 들은 적이 있는지를 떠올렸다.

《654번째 습작》…… 그녀가 완성하지 못한 아리아.

네. 제 손에 있는 건 아직 완성되지 않았어요.

그녀는 진정한 바다를 본 적이 없기에 이 노래의 끝을 어떻게 맺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언젠가 진정한 바다를 보게 된다면 그녀는 이 노래의 남은 부분을 다 쓰겠다고 했어요.

…… 이렇게요.

아이라는 목을 가다듬고 두 손을 들더니 갑자기 노래를 불렀다.

똑같이 점점 높아지는 음조였는데, 고래가 헤엄치는 방향이 갑자기 바뀌었다.

아이라는 노래에 별로 조예가 없었다. 그러나 가장 일반적인 창법이지만 앨런은 그 멜로디의 의미를 알아챘다.

그 외로운 고래가 깊은 바다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노래를 불렀고, 점점 좁아지는 해구 속에서 계속 울려 퍼져야 할 노래는 결국 그를 자신의 목소리로 짜인 감옥으로 이르게 했다.

그러나 그 감옥은 예정대로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해구에 떨어질수록 그 소리는 더욱 희미해져 메아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고래가 해구에 빠지지 않고 더 깊은 우주에 빠진 것 같았다.

그의 종족, 그의 동료 심지어 그와 비슷한 생명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적막한 중력에 찢겼다. 그것의 노랫소리는 점차 희미해졌고, 마지막에는 한 가닥의 비명조차 내지 못했다.

곡조가 끝나자 아이라는 노래를 멈추었다.

그녀는 앨런에게 잠시 이 아리아를 음미할 시간을 주고 이어서 입을 열었다.

회장님, 적조 행동을 기억하시나요?

응. 그 사건이, 그녀의……

앨런은 사건의 전말을 말하지 않았다. 이 결말은 누구도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아이라는 이 말을 이어서 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계속했다.

그 사건에서 차징 팔콘 소대의 한 척후는 그때의 침식체…… 세이렌의 노랫소리를 기록해 비교 자료로 사용했어요.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공중 정원의 음파 탐지기에서 뜻밖의 음성이 들려왔어요. 과거 자료와 대조해 보니 음파 모양은 뜻밖에도 세이렌 때 수신한 소리와 비슷했어요.

이건…… 집행 부대에 있는 친구가 알려줬어요. 몇몇 인맥을 동원해서 이 녹음을 얻기를 바랐는데…… 결국 제가 받은 건 잡음이 가득하고 아무런 규칙도 없는 녹음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녹음을 누가 부른 건지는 대략 예상을 했어요.

전 그 녹음을 복구했어요. 이건 고고학 소대의 가장 기본적인 스킬이거든요.

마지막으로 저의 귀에 들어온 것이 바로 이 노래예요.

아이라는 말하면서 제어기 컨트롤러를 귓가에 살짝 갖다 댔다. 그녀는 허무한 고래의 노래를 다시 들은 것 같았다.

과학 이사회 사람들은 저에게 음원에 대한 탐지와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음파 감쇠로 인한 위치 오차 때문에 레이더는 매우 포괄적인 영역에만 위치할 수 있다고 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이런 종류의 음파가 이곳에 도착하는 시간문제 때문이에요. 탐지기가 이 소리를 수신했을 때, 소리를 내는 사람은 꽤 오랫동안 이동했을지도 몰라요.

종적을 알아낼 수는 없지만, 전 항상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누구일까 하고 생각해요. 그것은 수신 장치가 잡음을 고래의 노래로 잘못 들은 것일까? 아니면 어느 공중 정원의 미확인 로봇이 우연히 연주해 낸 곡조일까? 아니면…… 지구상에 남겨진 외로운 고래의 은은한 울음소리일까?

엔지니어들은 여러 가지 추측을 해줬지만, 전 하나만 믿어요.

아이라

그것은 그녀의 신호, 고래의 노래예요.

아이라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다시 한번 잠든 듯한 기체를 바라보았다. 기체 가슴에는 금속으로 조각된 제비붓꽃이 피어 있었는데, 공연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장식이었다.

회장님, 왜 제가 이 기체 개발을 추진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전 고래의 노래가 계속 이어지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전 지구에서 온 고래의 노래로 그녀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아이라가 다시 작업실 단말기를 열자 아이라의 앞에 지도가 펼쳐졌고 그 위에는 여러 개의 둥근 반점이 대지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진 꽃씨처럼 뿌려져 있었다.

그 고래의 노래가 위치한 구역 한 곳이 나타났을 때, 전 그녀가 이 지역을 여행했다면 무엇을 겪었을까 라는 상상을 했어요.

그녀는 상냥하거나 음흉한 사람을 만났을까요? 그녀는 험악한 폭풍우를 만났을까요?

그녀는 양 떼가 서식하는 산비탈을 볼 수 있을까요? 그녀는 금잔화와 갈대가 자라는 제방을 볼 수 있을까요? 그녀는…… 광풍과 소나기가 지나간 후에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지개를 볼 수 있을까요?

이런 상상들, 이 길의 풍경은 모두 환주 기체에 입력되는 자료가 돼요.

만약 이 이야기 속의 그녀가 지구를 떠도는 그녀와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럼 그녀가 돌아오는 날, 그녀는 자신의 뒤에서 고래의 노래를 부르는 환주가 계속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그녀는 수많은 별들 속에서 항상 누군가가 그녀의 고래의 노래를 부르고 있고, 그녀가 간절히 동경하는 그 별에서 그녀가 잘 살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예요.

수년 후, 그녀가 다시 이 추억을 떠올릴 때, 이 여정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거예요.

그때 그녀는 웃으면서 묘사된 인물 호광이 어디가 잘못됐는지 저와 토론하면서 이 기체를 개조할지도 몰라요.

몇 년 전에 전 그녀를 구하지 못했고, 지금도 전 지구상에서 그 고래의 노래 행방을 찾지 못했어요. 전 적어도 그녀가 밝은 미래가 있기를 빌고 싶어요.

그녀는 '햄릿'에서 저에게 하나의 영혼을 남겨주었어요. 이 영혼의 파편이 저를 위로했으니 저도 똑같은 위로로 답해야 해요.

그래서 너는 그녀의 과거를 소재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선택했지?

네가 살롱에 오지 않은 동안, 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여러 명 방문했지. 며칠 전 네가 그렇게 많은 문제를 가지고 나를 찾아왔을 때, 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하, 정말 회장님을 속일 수가 없군요.

맞아요. 그녀의 사고방식은 항상 활발해서, 그녀가 남긴 작품을 복원하려면 이 이야기를 쓸 때의 그녀의 생각을 다른 사람과 논의해야 해요.

저를 놀라게 한 건 그녀를 깊게 알게 된 사람 중에 그 지휘관이 있다니…… 아, 아니에요, 이건 비밀로 해야 해요. 말 안 한 걸로. 말 안 한 걸로 해요.

본론을 말하자면, 전 이미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수년간에 대한 마음의 여정을 알았을 땐, 전 정말…… 그녀를 꼭 껴안고, 그녀에게 한마디 한마디 저의 심정을 말하고 싶었어요.

아이라

전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그녀가 보고 싶었던 지구 극장은 지금 이곳에 복각이 있다는 것을요.

그녀가 썼던 오페라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재상영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고, 그녀는 그녀 엄마의 자랑이자 저의 자랑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녀가 복원했던 오페라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그녀가 예전에…… 그 외로운 우주 정거장에서 불렀던 가요가 드디어 발견됐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전 그녀의 아픔과 그녀의 강인함…… 비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꺾이지 않는 그녀의 정신을 보았다고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 없어요…… 그럼 저는 더 이상 뭘 할 수 있나요?

당연히…… 이 마음들을 이야기에 쓰는 거예요!

그 고래의 노래 신호가 그 해 아카디아 대철수의 철수 지점 유적지로 향했을 때, 이 《생화주》를 쓰기 시작했어요.

전 그녀의 어릴 적 일을 각색해 184호 보육 구역을 무대로 재연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캐릭터로 만들어 그녀 자신의 이야기에 참여시켰어요.

많은 설정과 생각이 섞여 있지만, 극 중 인물들은 대부분 실제 존재하는 대상이 있어요. 물론 실제로 상영할 때는 이름이 바뀌죠.

대상이라면…… 가장 분명한 사람은 당연히 그녀의 아버지인 플로라이지. 그는 예술 협회에서도 전설이야.

높은 지위에 있다가 예술의 감동받아 자진해서 전장에 뛰어들었고…… 결국 명예롭게 전사했어. 그의 행적은 딸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의 아내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

앨런

플로라 부인은 오랜 시간 동안 정신과 상담실의 단골손님이었어. 이런 정신상태는…… 이른바 생존자 자책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몰라. 어쩌면 그 자책과 남편을 잃은 아픔이 서로 얽힌 채로 아이에게 전달돼 그게 오페라에 대한 부정으로 바뀌었을지도 몰라.

맞아요. 그 시간 동안 그녀는 매우 억압적인 삶을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플로라 부인은 갑자기 정신과 상담을 중단했고 이후 회복도 잘됐어요. 제가 처음 부인을 만났을 때, 그녀는 그를 받아주려는 남편과 함께 자기 딸에게 자장가를 부르고 있었어요. 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엔 원망이나 고통이 전혀 없었어요.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쟁취한 거예요.

그 후 그녀는 엄마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뉬어요. 그녀가 어떤 말로 자신의 엄마를 감동시켰는지는 모르지만, 그 뒤로 그녀는 자유롭게 오페라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날 그녀는 '집을 나가' 이 극장에 왔고, 그녀의 엄마가 그녀를 찾았을 때 1인극의 방식으로 플로라 선생의 유작을 공연했어요.

사실 처음 '집을 나간' 게 아니었어요. 하지만 유독 그때 그녀는 엄마의 어려움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와 말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녀의 말로는 한 관객이 '집을 나간' 그녀가 무대에서 혼자 공연하는 걸 발견했고, 그녀를 지도해 준 덕분이라고 했어요.

그 선생님 혹은 여사님은 모르지만…… 만약 그 혹은 그녀가 이 드라마를 보게 된다면 이 이야기가 저를 대신해 고마움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하하, 인연이 있다면 꼭 볼 수 있을 거야.

네…… 대상이 있는 캐릭터가 또 한 명 있는데 회장님도 짐작하셨을 거예요. 베르야드 씨예요.

제가 본 수많은 재능 있는 사람들 중에서 그는 특출 난 한 명이었어요. 그가 창작한 오페라는 많은 예술 협회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어요. 물론 그녀 또한 포함되어 있고요.

황금시대부터 소문난 연극작가인데 군에 묻혀 있다는 게 놀라워요——아, 아니다. 그는 저에게 여러 번 강조했어요. 묻힌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였다고.

제가 어렵게 그를 찾아서 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그는 세레나가 쓴 시나리오를 본 후, 틈틈이 제 작업을 도와주는 것에 동의했어요. 맞아요. 제가 이 시나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도움 덕분이에요.

나를 찾아온 이유 중 하나가 베르야드씨를 만났을 때에도 아직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전이었지. 그렇지?

앨런이 적절한 시간에 끼어들어 아이라의 말을 멈추게 했다.

앨런이 극장에 와서 아이라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아이라는 뛰어다니는 흰 토끼처럼 대화의 주제를 밀고 나갈 줄 밖에 몰랐다. 그런 흰 토끼에게 앨런은 안내원과 같은 태도를 보였고, 그는 흰 토끼와 병행하며 몇 마디를 했지만 흰 토끼의 발걸음을 막지는 않았다.

이제 이 안내원은 흰 토끼보다 먼저 그녀 앞에다 울타리를 쳤고, 흰 토끼가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 길을 제때 교정했다.

하하…… 참, 어떤 것도 회장님을 속일 수 없군요. 그 얘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예술가들은 모두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있어. 이 방면에서는 아이라도 최고야.

처음의 이야기에서 난 그녀의 이야기가 주요 단서인 줄 알았지만, 이야기에서는 그녀의 내면에 대한 표현이 많이 빠져 있었어. 오히려 베르야드의 존재가 돋보였거든.

이런 안배는 나쁘진 않지만 연극을 처음 배우는 아이라에게 있을 법한 스타일은 아니야.

아이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맞아요. 이건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제가 무작정 이런 콘셉트로 시나리오를 썼어요.

전 결코 이런 감명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처음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 했을 때 저는 어떠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런 느낌은, 음, 그녀라면 그걸……

아이라는 한 손을 들고 허공에서 머뭇머뭇거리며, 그 손으로 의식의 바다에서 그 적절한 단어를 고르려고 애쓰는 듯했고, 이미 그 단어를 찾은 듯하면서도 말을 잇지 못했다.

막막하다고 표현했겠죠.

잠시 후, 그녀는 팔을 내려놓았다.

맞아요. 막막함. 막막한 느낌은 제 물감에 녹아, 제가 쓴 대사마다 있었고, 그것들은 캔버스랑 시나리오에서 떨어져 나와 붓을 타고 저의 팔로 흘러가 손에서 덩어리가 되었어요.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를 때가 없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제 캔버스와 시나리오가 이렇게 낯설게 느껴질 줄은 몰랐고, 심지어 이 그림과 시나리오가 완성되었을 때의 모습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아카디아 대철수》 공연 날 그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또 무엇 때문에 전장에 나갔는지. 전 그녀의 생각을 여러 번 맞춰보려고 했어요.

결국 전 그녀의 심경을 '오만함'에 귀결시켰어요…… 저는 그렇게 추측했어요.

하지만 진실은 정말 제가 상상했던 그대로일까요? 그들의 이야기, 그들의 깨달음…… 제가 정말 느꼈을까요?

제 일방적인 희망대로 모든 걸 제가 원하는 결말로 끌고 간 건 아닐까요?

캔버스 앞에 설 때마다 저답지 않은 생각들이 계속 튀어나왔어요.

전 이야기 속의 그녀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점점 알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전 그녀의 마음을 외면하고 이야기의 주인공에게 무작정 이야기를 밀고 나가게 했어요.

저도 베르야드 씨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의 마지막 신호도 보육 구역 근처에서 끊겼다는 걸 방금 알았어요. 그 보육 구역…… 바로 184호 보육 구역, 아카디아 대철수의 유적지 근처이자 그 고래의 노래가 마지막으로 있던 곳이에요.

이 소식을 접한 순간 막막한 감정은 순식간에 배로 증가했어요.

하, 솔직히 말할게요. 이 결말을 완성한 후 전 막막한 감정에 며칠 동안 시달려 단 한 번도 수정하지 못했어요.

전 이런 침체를 참을 수 없어요. 더 이상 사람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저의 영감은 고갈될 거예요.

그러니까, 회장님. 빨리 뭐라도 말해주세요. 전 더 이상 고인물에 있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한 흰 토끼는 걸음을 멈추고 무대에 서서 앨런에게 손을 내밀었고, 이 안내원이 풀숲에서 자신에게 방향을 가리켜 줄 것을 간청했다.

앨런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었다.

그럼, 이 이야기 속의 단편으로 대답해 줄게.

극 중 플로라와 그의 아버지, 베르야드 그리고 그녀는 모든 진실을 알지 못했어. 그러나 진실 자체가 이들이 처음 움직인 이유는 아니야.

그들이 처음 자신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감동이야. 이야기에서 얻은, 마음을 뒤흔드는 감동. 그리고 이 감동은 또 다른 사람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고, 이야기 속에 펼쳐졌어.

이 감동이야말로 그들을 행동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자, 진정으로 움직이게 하는 원인이기도 해.

이것이 아이라가 이 이야기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지 않아?

음, 네……

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녀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지.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너도 창작 과정에서 이 이야기들을 마음속에 기억했을 거고, 매 시간 지점의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고 생각해봤을 거야.

넌 그녀가 걸어온 길을 걸었고, 그녀의 충만한 마음을 이해했어. 너는 그녀가 어떤 스트레스로 인해 막막해질지 알고 있고, 그녀가 막막할 때, 흔들릴 때는 어떻게 마음을 굳히는지 알고 있어.

네가 이야기 속의 그녀에게 무작정 이야기를 밀고 나가게 했다고? 아, 아니. 넌 이야기 속의 그녀를 충분히 활력 있게 만들었어.

좋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라면 그 이야기의 결말은 두 사람이 극장에 들어가 플로라를 구해내는 것뿐이야.

하지만 넌 극 중 플로라에게 미래의 자신과 대립하도록 배치했고 두 사람은 서로 깨우치면서 서로를 이해했어. 그녀가 과거의 자신을 만날 수 있다면 아마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해.

이렇게 과거와 미래의 자신이 부딪치는 이야기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넌 모든 인물들에게 영혼을 부여했고, 네가 창조한 캐릭터들은 모두 진정한 자신을 표현했어.

완벽한 그녀를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완벽한 그녀를 작품에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너도 잘 알잖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들의 마음은 네가 이 감동을 표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내 생각엔 그녀가 여기 있었다면, 틀림없이 이렇게 말했을 거야.

'넌 네가 처음부터 원했던 그 작품을 만들었구나, 아이라.'

…… 그래.

회장님, 잠시 실례해도 될까요?

마음대로.

앨런의 찬사에 아이라는 입술을 꼭 다물고 심호흡을 하는 듯한 동작을 취했다.

그녀가 말하는 실례는 대화를 중단하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이 필요로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아이라가 손을 흔들자 몇 번의 손짓에 극장 조명이 그녀의 지휘에 따라 차례로 꺼졌고 어둠은 관객석을 넘어 무대로 향했지만 무대 중앙의 한 줄기 빛에서 멈췄다.

아이라는 그 빛 속에 서 있었다. 마치 그 빛이 그녀가 내는 것처럼.

아이라는 낯선 환경을 자신의 작업실로 만드는 데 탁월했고,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한 줄기 빛이 그녀에게 좁지만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작업실을 열어줬다.

만약 객석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었다면 아이라는 예의상 그렇게 하지 않았을 거지만 갑작스러운 어둠은 사람을 어찌할 바를 모르게 했다.

하지만 앨런은 이미 아이라의 행동에 익숙해진 듯 불쾌한 기색은 커녕 감상하는 눈빛으로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반듯하게 서 있었고, 고개를 살짝 치켜든 흰 토끼를 바라보았다.

후……

아이라는 이 어둠을 오래 응시하지 않고, 어둠 속에 드러난 별빛을 따라 극장의 긴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의 수많은 별들이 그녀의 눈에 떨어졌다.

한때 아이라는 별 하늘을 바라보며 수많은 별이 반짝반짝 빛날 뿐이라며 다소 지루함을 느꼈다.

왜냐면 그 별빛들은 그녀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줄기 빛뿐이며, 그 빛은 몇 년 전에 발사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 별들은, 자신을 뜨겁게 불태우며, 생각의 광자를 사방팔방으로 깊은 공중에 던졌다.

광자의 여정은 너무나도 멀고 길었다. 그들은 차가움 속에서 시간을 잊은 채 어떤 실체에 부딪혀 항성의 한순간의 모습을 비추고 반사되어 흩어지기까지 계속 전진했다. 이때 빛을 발하는 그 별은 식어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그 별들은 자신이 내는 빛에 누군가가 응답해주기를 기대했을까? 그 별들의 빛은 응답을 받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 이 수많은 적막한 빛을 다시 바라보니 아이라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 비하면 스스로 빛을 발하는 대상은 자신과 이렇게 가까이 있으며 거의 붙어있었다.

그녀가 내는 빛은 푸른 행성 위에서 조용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녀의 영감을 모은 그 소녀가 활발하게 그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창작해냈다.

그녀가 가진 그리움의 별빛은 이미 지구를 향해 투사되었고, 언젠가는 그 사람의 눈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그게 얼마나 걸릴까? 내일? 다음 달? 몇 년 후? 아이라는 예상할 수 없었다. 그리움의 별빛은 수천수만 광년의 거리를 넘을 필요는 없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공간을 넘어야 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아이라는 문득 손을 들었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천천히 지휘하자 작업실 단말기가 다시금 소환되었고, 홀로그램 화면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고래의 노래 궤적도를 넘기니 다른 쪽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것은 소녀가 꽃밭에 서서 이곳을 향해 웃는 화면이었다.

아이라

세레나……

어렴풋이 그녀는 그 소녀의 이름을 불렀다.

꽃밭 속의 소녀는 그녀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소녀가 떠날 때, 그녀에게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이것은 그녀가 떠날 때, 단 한순간의 빛이었다. 아이라는 이 빛을 받들어 그것을 그 별에다가 굴절시켰다.

지구 위에서 천천히 이동하며 조용히 노래 부르는 저 항성은 도대체 언제 이 빛을 볼 수 있을까요?

그때가 되면…… 서로 비추는 두 별은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

——시간차이요? 음…… 그럼 아쉽겠네요. 그러나 소멸된 문명도 반드시 자신의 흔적을 남겨요. 다른 쪽의 문명은 꽤 오래되었으니 그 흔적들을 구경할 수 있겠네요.

——우리가 계속 주시하고 있고, 이 예술들의 빛이 우주를 누비고 있는 한,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순간 이야기 속 아이라가 쓴 대사가 문득 그녀의 마음속에 메아리쳤다.

왜지? 분명 자신이 쓴 대사인데 왜 이제야 그 진의를 알았을까?

별 하늘과 화면 사이를 맴돌던 시선이 무심코 잠든 소녀에게로 향했다.

아이라

……하하, 맞아요. 왜냐면 그건 내가 온전히 쓴 게 아니에요.

그 소녀의 조용한 미소는 아이라에게 답을 알려주었다.

그렇다. 그 대사는 완전히 자신의 손을 거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추억 속 그녀가 자신의 손을 빌려 쓴, 그녀의 말이었다.

아이라의 손가락이 단말기에 닿아 자신의 그림을 만지고 있었다. 한순간 화면을 통해 수천 킬로 떨어진 꽃다발에 손을 뻗은 듯했다.

——거리를 모른다면 그 항성은 그 대상의 눈에 비칠 때까지 계속 빛을 냈다.

인간이 존재하고, 사람의 눈으로 보는 한, 이 빛은 영원할 것이며, 그리움에게 긴 생명을 줄 것이었다.

아이라는 다시 심호흡을 하며 손을 들었다.

부드러운 불빛이 다시 켜지고 앨런은 기대를 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 고마워요, 회장님.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안내자의 기대에 부응하자 흰 토끼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 웃음이야. 드디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구나.

살롱 사람들 말로는 뭐라고 할까, 음…… 그래, '이 웃음을 짓는 것이야말로 솔직하고 망설임없이 그림 속 자신을 전부 드러내는 아이라!'

하하하하, 안 되겠어요. 회장님 말투가 너무 똑같아요.

이 시나리오를 다듬으면 저도 살롱에 인사드리러 갈게요. 회장님께서 살롱 사람들을 만나시면, 회장님께서 먼저 제 안부를 대신 전해 주세요.

나야 영광이지.

음…… 그 외에도 고려할 게 있어요. 배경 이야기는 어떻게 할까요…… 관객 단말기로 배포해서 자유롭게 받아볼 수 있을까요……

맞다. 생각났어요. 좀 더 교묘한 방식으로 해야겠어요……

아! 영감이 떠올랐어요. 먼저 가볼게요. 감사해요. 회장님. 그 기체는 이따가 다시 개조해야 하니, 우선 여기에 둘게요.

아이라는 무대 아래로 뛰어내려 극장을 쏜살같이 뛰쳐나갔다. 그곳에는 그녀의 진짜 작업실이 있었다.

토끼처럼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고서는 앨런은 시선을 돌려 눈앞의 무대를 바라보았다.

몇 년 전 그 무대에는 한 소녀가 서서 아무도 없는 레퍼토리를 향해 커튼콜을 했었다.

몇 년 전 이 무대에서 소녀는 오페라 가수로 데뷔해 그녀의 첫 연극을 공연했었다. 박수 갈채를 받으며, 소녀는 혼자 폭풍우를 만났다.

며칠 전 이 무대에서는 이곳에 남아 있던 소녀의 영혼이 연극 로봇의 도움으로 환상의 레치타티보를 털어놓았다.

몇 달 뒤 이 무대에서는 또 다른 작은 뮤지컬이 공연돼 또 다른 소녀의 그리움을 들려줄지도 모른다.

휴…… 정말 무심코 옛날 생각이 나네.

무대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내뱉은 앨런의 말은 수년간의 시간을 뛰어넘어 자신의 곁에 남아 있는 신비로운 유령에게 속삭이는 듯했다.

어렸을 때의 세레나를…… 여기서 만났을 땐, 나도 성숙한 연극 작가가 아니었고, 말하는 것도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지만, 이렇게 그녀의 열정에 불붙을 줄은 몰랐어.

한순간 앨런은 자신이 몇 년 전의 꽃밭으로 돌아가, 자신도 토끼처럼 풀 위를 제멋대로 뛰어다녔으며, 그 뒤로는 지금 자신의 눈과 같은 빛을 간직하고 있는 안내자가 뛰따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하, 무심코 뿌린 씨앗이 한눈판 사이 꽃밭으로 자라났군.

플로라 씨, 저를 이 길로 인도해 주신 당신이 이 꽃밭을 보면 어떻게 생각하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