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생화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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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인의 메아리

그녀는 앞으로 걷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걸었다. 심지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하지만 그녀가 이 지역에 왔을 때 그녀는 이곳에 잠시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폐허 속을 천천히 걸으며 희미하게 남은 과거의 흔적들을 살펴보았다. 건물 잔해 사이로 "아카디아 대철수 184호 철수 지점"이라고 쓰인 낡은 표지판이 그녀의 시선을 붙잡았다.

폐허를 따라 계속 앞으로 나아가자 그녀가 발견한 것은 지하 극장이었다. 널찍한 지하공간과 부서진 인테리어가 과거의 웅장함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극장에는 노랫소리가 없고 생명이 위독한 두 사람만 있었다. 한 사람은 아직 어리고, 한 사람은 얼굴이 늙어 보였다.

어린 여자애의 몸에는 뚜렷한 병리학적 증상이 있었고, 가쁜 호흡은 마치 아이의 생명을 날려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늙은 군인은 부식된 벽에 기대어 있었고, 몸의 파손은 그가 겪었던 치열한 전투를 보여주었으며, 찢어진 곳에 드러난 붉은빛이 유난히 눈부셨다.

그들은 무슨 바이러스에 침식된 것 같았다. 그녀는 기억이 났어야 했지만, 끝내 그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윽…… 호출, 184호 보육 구역 부대를 호출한다…… 실종자를 찾았다……

임무수행 중 침식체의 습격을 받았다…… 파손율 한계치 초과…… 지원을 요청한다……

그녀는 이 말에 익숙했고, 그녀는 들었어야 했다.

이곳이 아니라 어느 먼 곳에서 어떤 소녀가 똑같은 비명을 내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 비명을 듣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하며 한 걸음 나아갔다.

그러나 그녀가 두 사람 곁으로 다가서려 하자 여자애의 호흡이 가빠졌고 병사의 축 늘어진 몸도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그…… 그녀의 접근 때문인가? 그녀는 의심을 품고 걸음을 멈추었다. 눈 앞에 있는 두 사람의 병세가 심해져 그녀는 더 이상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갑자기 병사가 일어나려는 듯 한쪽 손을 들었다. 그러나 부서진 몸은 몇 번 움직이다가 앞으로 쓰러졌다. 그녀는 병사의 손끝이 자신의 방향을 향해 떨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자 자신의 발 옆에 장치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기억 속에 빈자리가 생긴 것 같았고, 이 순간 바로 장치의 모양으로 채워졌다.

그것은 발신기였다. 그리고 그녀가 의식을 찾았다.

그녀는 병사가 켜지 못한 그 기계를 누르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이전 병사의 비명을 입력했다. 그리고 광풍과 소나기 같은 기억이 그녀를 향해 밀려오기 전에 황급히 떠났다.

……

그녀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는 오래 걸었다. 심지어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조차 몰랐다.

그녀는 마치 망망한 우주에 있는 것 같았다. 우주라는 말의 의미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이 단어를 떠올릴 때 그는 자신이 그 끝없는 공간 속에 떠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여기저기 연보라색 꽃잎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펼쳐진 우주에서 갑자기 떠진 듯한 보랏빛 눈동자가 그녀를 끌어당기는 듯이 미약하지만 굳건한 중력으로 그녀를 살며시 끌어당기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눈동자에 착지했고, 꽃잎이 그녀의 발 주위를 스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한순간 그녀는 중력이라는 사랑에 휩싸였고, 끝없는 우주는 빠르게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이어 그녀는 누구를 부르는 듯한 소리를 들었고 고개를 돌렸다.

이 별을 수천만 년 동안 지켜본 수많은 별들이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수많은 눈빛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녀는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별들과의 눈 맞춤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별을 하나 또 하나 훑어보았고 또 눈을 하나씩 넘겨 보았다. 마지막으로 하나를 넘길 때 멈췄다.

그녀는 그 별이 반짝거리는 것을 보았고, 반짝이는 모습이 그녀에게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그 별빛에 응답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그 별빛에 대고 가볍게 흥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