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생화주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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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명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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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저음이 점점 가라앉아 주변의 자갈 소리에 묻히자 세레나는 자기도 모르게 한 손을 들어 눈앞에 있는 노인에게 경의를 표했다.

순간 그녀는 자신이 객석에서 연극을 본 것이 아니었고, 방금 부른 이야기도 허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남자의 저음은 전투 보고를 느릿느릿하게 읽었다——그랬어야 했는데, 베르야드는 늙었지만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세레나에게 들려주었다. 마치 역사극의 한 장면을 혼자 부른 듯했다.

그것은 한 병사가 임종하기 전의 이야기였다.

극한의 전투에서 병사들은 어느 감염된 송신 장치에 대한 제거 행동을 수행했다. 한 사람이 광역 수색 레이더를 가동했고, 송신 장치의 좌표를 찾는 동시에 침식체를 그의 위치로 끌어모았지만, 그로 인해 사망했다.

이는 세레나가 보고서에서 본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베르야드의 손에 쥔 통신 장치가 없었다면 그 병사의 처참한 모습은 원래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었다.

난 침식체의 위치 정보를 나에게 전송해준 플로라가 내 앞에서 죽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통신이 두절됐다.

통신 장치의 화면에는 좌표의 위치 데이터가 있었고, 데이터 뒤에는 일련의 깨진 코드가 뒤따랐다. 병사가 통신에서 그 좌표를 부르자 나머지 목소리는 침식된 정보의 난류에 의해 잡음으로 흩어지는 듯했다.

방금 그 표정을 봐. 그가 마지막에 죽었을 때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가나?

내 생각에 그건 내 모든 언어를 다 사용해도 묘사하기 어려운 표정인 것 같다.

그의 눈물샘은 손상으로 인해 물이 되어 바닥에 흘린 순환액과 섞였을 거다. 만약 후회와 고통이 그 물속에 녹아 있다면 그 감정들은 물속에서 결정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거다.

통신이 두절됐을 때 그의 표정은 단말기에 찍힌 낙인처럼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가 보낸 좌표를 받을 때까지.

맞아. 표현은 예술이야. 그는 그의 생명으로 이 예술품을 나에게 보여줬고, 그 안에는 회한만이 있었어.

정말 감동적이었지. 이 예술품은 심지어 나까지도 회개하게 만들었으니깐.

뜨거운 가슴으로 전장에 나갔다가 이런 결말을 맞은 녀석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군.

죽기 전 그들의 얼굴과 울부짖음이 마치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졌어.

이런 연극은…… 어떻게 회개하지 않을 수 있을까?

베르야드는 슬픈 눈으로 세레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더 일찍 후회해야 할 것 같아. 내가 그 연극을 좀 더 완성되게 썼더라면……

그는 말을 다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살며시, 세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전 베르야드의 가벼운 미소를 떠올렸다.

그 속에는 경멸뿐만 아니라 무기력함도 담겨 있었다.

그 어찌할 수 없다는 웃음소리는 경멸보다 훨씬 더 무겁게 그녀의 마음을 짓눌렀다.

아니, 그 웃음소리는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그 밖의 무게는 그녀 자신에게서 온 거였다.

플로라의 딸을 찾기로 결심했을 때, 그녀는 자신이 듣고 싶은 답을 미리 설정해 놓았고, 그녀는 마음속에서 그 군인의 완벽한 이미지를 여러 번 짰다.

그렇게 그녀는 마음대로 자신의 사고를 타인에게 강요했고, 마음대로 자신의 이상 속 정신을 자신이 만든 조각상에 주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이 조각상을 파괴할 예정이었다. 그 무거운 오만과 염원이 그녀의 가슴을 짓눌러 다시 한번 숨쉬기 어렵게 만들었다.

눈앞의 늙은 병사처럼 그는 이 무게를 짊어지고 오래전부터 내 앞에 서 있었다. 같은 소망을 품은 나에게 그는 어쩔 수 없었다.

…… 저는 반드시 그녀를 만나야 해요.

마침내 세레나가 입을 열었다.

그 플로라의 아이, 전 반드시 그녀를 만나러 가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