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나, 난 네 어머니를 만나고 방금 돌아와서 지금 이 편지를 쓰고 있어.
어머니께서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좋아 보이셨어. 너를 언급했더니, 계속 네가 오페라를 얼마나 잘 썼는지 칭찬하셨어.
어머니는 너의 성과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해.
어머니께서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난 문득 네가 지금 날 지도해 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어.
맞아. 나는 이야기를 잘 아는 사람의 지도가 필요해.
한마디로 말하자면, 난 이야기를 쓰다 한계에 부딪혔어. 작가가 그런 순간에는 정말 벽에 부딪히고 싶은 생각이 드는구나 싶었어.
다행히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가 아니었어. 네 어머니는 내 말을 듣고 문제에 익숙하신듯 해결책을 알려주셨어.
어머니는 천재 성악가 출신으로써, 서사 측면의 조예는 날 감탄시켰어.
넌 이런 환경에서 이런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구나……
구조체 개조에 참여하기로 결심했을 때, 너는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했을까?
먼 옛날에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감동시켰던 거야?
나에게 알려줘, 세레나.
——진심을 담아 아이라가.
추위, 굶주림 그리고 원인불명의 허약함과 통증이 플로라의 몸을 괴롭혔다.
목이 마르고 쉬어서, 대사를 오래 읽었을 때의 피로가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는 모든 아이들이 갈망하는 것처럼 보살핌과 위로를 갈망했다.
으…… 엄마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요?
어린 아이는 추억에서 위로를 찾으려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음…… 기억이 안 나요. 엄마는 이럴 때 항상 저보다 더 무서워했으니까요.
굶주림과 추위는 스캐빈저에게 일상적인 일이었다. 간신히 먹고 사는 스캐빈저에게는 그때처럼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나날로 돌아가는 것이 더 두려웠다.
그래서 보육 구역에 침식체가 습격하거나 천재지변으로 자원 공급이 중단될 때, 이곳 사람들은 그 끔찍한 꿈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플로라의 기억 속에 어둠과 추위가 갑자기 찾아올 때마다, 밖에서 총소리나 재해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엄마는 두려움에 떨며 그녀를 품에 안고, 떨리는 입술로 가락이 맞지 않는 자장가를 불러줬다. 평일에 가족들과 함께 연극을 할 때나, 이웃과 함께 노래할 때에 멋지게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어린 플로라는 이런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의 엄마가 때로는 자신보다 더 연약하고 자신의 보살핌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럼…… 이럴 때 저는 어떻게 할까요?
그녀는 고민하다 돌아서선 가볍게 웃었다.
맞아요. 엄마한테 괜찮다고, 여기 있는 건 그렇게 무섭지 않다고, 더 긴 시간에 시선을 돌리면 그들 모두 아름다워질 거라고 말할 거예요.
플로라는 갑자기 관객석에 움푹 들어간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물이 고여 있었다.
보라. 오필리아가 누워있던 저 멀리 계곡에 밀레스 경이 쓴 것처럼 떠내려가고 있을 지도 몰라요.
그렇다. 그녀의 아빠가 가르쳐준 것처럼 자주 이렇게 했었다.
그녀는 돌아서서 옆에 있는 반쪽의 돌기둥을 가리켰다. 기둥이 풍화된 흔적이 이곳에서 겪었던 시간을 말해주고 있었다.
보라. 저기에서 다윗이 돌을 쥐고 여기를 똑바로 바라보며 골리앗이 오기를 기다리 것을.
눈길이 닿은 모든 풍경, 모든 색깔, 긴 시간 속에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이런 아름다움에 둘러싸이면 두려움도 멀어진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감격하며 그녀를 안았고, 떨리는 두 손으로 숨결이 안정될 때까지 그녀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 두려움으로 움츠러든 얼굴에도 잔잔한 웃음이 피어났고…… 평소처럼 부드러운 웃음이 피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 그녀는 이렇게 해야 했다. 아버지가 떠나기 전 그날 밤에도 그렇게 했었다. 그렇게만 하면 어린 자신도 어머니를 잘 위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플로라는 갑자기 손가락을 올려 들었다.
그 빛을 보세요. 그 빛을 내는 태양은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비추고 있어요.
그것은 한쪽의 눈이자 자상하고 따뜻한 눈이에요. 그것이 부드럽게 주시해 이곳이 지금처럼 번화할 수 있었어요.
그건…… 윽…… 콜록콜록!
바람은 틈 사이로 불어 커튼의 먼지를 털어냈다. 태양의 부드러운 시선이 먼지를 한순간 금빛의 물결로 물들였다. 잔잔한 물결이 그녀의 코끝까지 밀려올 때, 그녀는 손을 내렸고 목구멍으로 떨어진 먼지는 그녀를 기침하게 했다.
잠시 산소가 부족해진 플로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고, 그녀는 서 있을 수조차 없는 자신을 발견했다.
부모의 따뜻한 품도, 배를 채울 음식도 없었다. 그녀의 어린 몸은 조금씩 병들고 있었다.
어쩌면…… 저 자신을 위해 이런 상상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요. 그들은 엄마를 웃게 할 수 있어요. 그럼 저도 반드시……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자신에게 속삭이며 간신히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었다.
그럼 다음 이야기를 해볼까요?
찬바람이 그녀 발밑의 시나리오를 들췄고 얇은 겉옷도 들췄다. 그녀는 추워서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배우처럼 높은 목소리를 유지하려 애썼다.
이번에는 어느 어르신의 이야기예요.
그 어르신의 이름은 베르야드에요. 그는 이 보육 구역의 영웅이자 우리의 영웅이죠.
그는 철수하는 사람들이 하늘로 날아가는 곳까지 갈 수 있게 해주었고, 그 위에서 벌어진 많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가지고 내려올 수 있었어요!
그가 가져온 이야기 중 가장 흥미롭고, 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오페라였어요.
그 오페라는 《아카디아 대철수》라는 제목으로 공중 정원의 젊고 유망한 작가가 지었죠.
저와 친구들 그리고 여러분들의 엄마 아빠들과 함께 그 어르신의 내레이션을 통해 커다란 스크린으로 그 오페라를 모두 봤어요.
그것은 훌륭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였고, 우리 모두는 그 이야기에 감동받았어요.
아빠는 그날……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우리의 무도회를 놓치게 됐어요.
음…… 무도회요?…… 저와 힘 있는 친구들 몇 명이 저희의 설렘을 어떻게든 표현할 방법으로 생각했던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 우리는 손발을 함부로 흔드는 춤 외에 어떤 방식으로 감동을 표현할 수 있을지 몰랐어요.
어쨌든 전 리트의 손을 잡고 두 손을 번쩍 들어 이야기 속 그 영웅의 결말을 축하했어요.
플로라는 벽에 기대어 서서 한 손을 들어 친구들과 춤을 추는 그날의 모습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리드 스텝을 췄다. 그리고 그녀는 춤을 못 추는 동료들을 모두 멋진 무용수로 인도할 수 있다는 상상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실제로 친구와 춤을 추면서 비틀거리는 스텝에 몇 번이나 발을 밟히게 됐는지 몰랐다. 그녀는 단순히 상상 속에서 이런 독무를 즐겼었다.
갑자기 그녀는 높은 곳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햇빛이 스며드는 틈에 대고 춤을 추는 것 같았다.
맞아요. 맞아요. 그때 저도 베르야드 아저씨를 찾아가서 같이 춤추자고 했어요.
그는 그의 기체가 너무 커서 함께 춤을 출 수 없다고 거절했어요.
플로라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전 그때 높이 뛰면서 춤을 추려고 열심히 시도했지만 그러면 스텝이 완전히 엉망이 됐어요.
다행히 아저씨는 저의 생각을 부정하지 않았고, 그냥 쳐다보다가 갑자기 제가 그의 아이를 생각나게 한다고 했어요.
아저씨의 아들도 저처럼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다 들을 때마다 그 아이는 기뻐서 이리저리 뛰어다녔어요.
아카디아 대철수 전 날, 그의 아들이 아빠에게 빨리 돌아와 최신 이야기를 해달라고 소리친 것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나 그는 그날 윗사람에게 조각상이나 그림을 실어주느라 바빠서…… 그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어요.
음…… 안타까워요. 전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그는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니 정말 초조했을 거예요.
그 오빠를 볼 수 있다면…… 아, 아니요. 나이로 따지면 아저씨겠네요. 만약 그를 만난다면, 전 반드시 그와 이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어요. 어릴 때 이야기를 다 못 들은 그를 위로해 주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이 말을 했을 때 왜 베르야드 아저씨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을까요? 그는 오랫동안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만 말했어요.
그를 위로하기 위해 저는 그에게 한마디 했어요.
음…… 내가 뭐라고 말했지?
플로라는 사람들 자리 쪽으로 목소리를 낮추어 이곳에서 몇 년이나 있었는지 모르는 조각과 그림 그리고 침묵하는 예술품들에게 묻는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아, 맞다.
그에게 말했어요. 나중에 아이를 만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거라고요.
전 알고 있어요…… 전쟁은 매우 무서운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무섭다고 해도 우리가 지향하는 아름다움을 덮어버리지 못할 것이라는 걸요.
맞아요…… 아빠가 저한테 말한 것처럼요.
그녀는 기뻐하며 두 팔을 들어 허공을 향해 가볍게 포옹하는 동작을 취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녀를 이렇게 안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 이야기하는 어르신도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녀에게 다음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역시 효과가 있네요.
이내 자신을 안은 플로라는 자신이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상상의 화면 때문에 웃었다. 그녀가 엄마에게 그런 상상을 이야기할 때 엄마가 웃는 것처럼.
이 웃음은 그녀의 상상과 이야기가 어머니를 감동시켰고, 자신과 아버지의 진심을 전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신하게 했다.
그녀는 다시 시나리오를 집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