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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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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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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리아인! 왜 서서 하늘을 보고 있는 거지? 너희들도 봤잖아. 그가 어떻게 오르락 내리락했는지.’

하얀 비둘기가 가시덤불에서 하늘로 날아올랐고, 맑은 울음소리가 그리움의 고통 속에서 리브를 불러들였다.

비둘기는 날개를 퍼덕이며 멀리 날아가려다 붉은 물보라에 쓰러져 퍼니싱 물결 속으로 사라졌다.

순식간에 다른 감정들이 기억 데이터에 흘러들어 갔고, 더 많은 가시덤불이 리브의 몸을 꿰뚫었다. 방금 데이터 블록이 걸러지면서 곧 수만 개의 새로운 데이터가 그녀의 의식의 바다로 흘러들어 가 그녀는 세상 만물의 그릇이 되었다.

말세에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목숨은 신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검은 눈물이 리브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수많은 영혼의 슬픔이 울부짖으며 리브의 몸에서 쏟아져 나왔다.

리브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지팡이를 휘둘러 더 많은 퍼니싱을 자신의 의식의 바다로 데려갔다.

세상 사람들의 슬픔을 평등하게 받아들였다. 죽음에 거의 다다랐다가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했다.

의식의 바다가 파도치는 퍼니싱에 조금씩 침몰해 가고 있을 때, 자취를 감췄던 비둘기가 파도를 뚫고 나왔다.

핏빛 비둘기의 울음소리와 함께 또 다른 데이터가 리브에게 들어왔다.

지프차가 급정거하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앞으로 기울어진 몸을 지탱했다. 손상된 팔이 방금 움직임으로 인해 날카로운 ‘끼익’ 소리를 내며 몇 가닥의 스파크가 튀어 올랐고, 옆에 있던 군의관은 놀란 나머지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떨었다.

【삐——】,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난 엄청 화가 나, 크게 소리지르며 반쯤 부러진 로봇 팔을 뒤로 젖히고 운전석을 바라보았다.

죄, 죄송합니다. 옐레나님. 갑자기 새 한 마리가 유리에 부딪혀서 놀라게 하는 바람에……

앞 유리에 피범벅이 된 비둘기가 와이퍼에 밀려 한쪽으로 밀려났다. 유리에는 핏자국이 남겨져 있었다.

창세기에 비둘기는 좋은 소식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죽은 비둘기는 좋은 뜻이 아니었는데……

세상의 종말이 다가왔는데 당신의 노아의 방주는 언제 오지?

계속 전진해. 일찍 도착하면 좀 더 일찍 물자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사라의 빈정거림을 끊었다. 지난 저항전에서 두 다리를 잃은 그는 지금 숨이 턱턱 막히고 매우 분노하여 보이는 게 없는 상태였다. 나는 그가 내 팀에 남아 있는 군의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했다. 팀 내 수십 명의 인간 병사가 여전히 그에게 의지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차가 다시 덜컹거리며 움직였다. 차량 안은 침묵을 되찾았고 가끔 부상병들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 주둔지에 도착하는데 몇 시간이 걸렸다. 차에서 그나마 상태가 괜찮은 건 그 불운의 군의관과 병사 몇 명뿐이어서 나는 먼저 뛰어내려 막사 옆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병사들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부상자가 있다! 의료병!

병사는 주둔지 안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 장관은 어디 있지?

내가 묻자마자 정면에서 계급장을 단 칼자국이 있는 남자가 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 소대가 전선에서 철수할 때 난 미리 그에게 이곳에서 정비가 필요하다고 연락했었다. 나는 상부인——세계 정부의 명령에 따라——여기서 병사를 훈련시켜야 했다.

옐레나 장관님, 안녕하십니까. 중위 빌입니다. 필요한 물자는 전부 준비해놓았습니다. 현재 전선에 의료병이 부족합니다. 저희 의료병들이 실전 경험이 부족해 장관님의 지도가 필요합니다.

그의 눈빛이 스파크가 튀기고 있는 내 팔에 잠시 머물렀다.

이 상처는……

세계 정부가 너희들에게 특수 의료팩을 지급했겠지? 난 그걸 쓰면 돼. 나 혼자서 해결하지.

그는 의심하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마치 내가 일반인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 같은 기계…… 전문 용어로 ‘구조체’는 아직 대규모 전장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현재 인간의 주력은 지상 방어군이기에 그의 그런 태도는 정상적이었다.

네…… 제가 가져다드리라고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떠났다. 나는 팔을 반쯤 들어 올린 채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며 이 낯선 주둔지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젊은 병사들은 딱 봐도 신병 같았다. 이쪽을 기웃거리고 있는 게 마치 교실에 앉아 있는 중학생과 같았다.

의료병 몇 명은 자신의 모자가 삐뚤어졌는지도 모른 채 부상자들을 에워싸고 허둥지둥 진통제와 항생제를 그들에게 전했다. 황금시대 끝자락에서 막 세상의 종말을 향해 발을 내디딘 아이들, 지구상의 인간들은 이미 그들에게조차 자신의 집을 직접 보호하도록 했다.

그때, 백발의 의료병 한 명이 내 눈에 띄었다. 당황하거나 극도로 긴장한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녀는 침대 옆에 반쯤 무릎을 꿇고 사라의 손을 잡고 있었다.——바로 그 두 다리를 잃은 사람이었다.

사라는 극도로 분노한 얼굴을 하며 절망적으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또 어느 약한 신경 쪽에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의료병은 이런 감정이 격해진 부상자를 만났을 때 가장 짜증이 나곤 한다. 적어도 나는 짜증 난다. 이런 환자를 만나면 주먹을 한방 날려 입을 다물게 하고 싶을 지경이다. 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간은 긴박하다. 그리고 불필요한 부정적인 에너지는 내게 세상이 얼마나 최악인지를 알려준다.

그 의료병은 그의 상처에 섣불리 손을 대지 않았고, 그저 손을 꼭 잡고 작은 소리로 위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로 소아과 의사처럼 끈기 있게 사라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사라는 거짓말처럼 금세 조용해졌다. 이어서 그 미친 남자는 엄마를 본 아이처럼 흐느끼기 시작했다. 의료병은 그 틈을 타 진정제를 주사했다. 동작은 가볍고 안정적이었지만, 솔직히 주사하는 동작이 너무 느렸다. 효율로 치면 나한테 3일 밤낮으로 혼나야 할 정도였다. 그녀는 실제 전선에 가본 적 없겠지?

그녀가 사라를 조치하는데 쓴 시간 정도면——나는 대여섯 명의 부상자에 대한 응급 처치를 충분히 완료할 수 있었다.——그녀는 일어서서 다른 부상자들을 보았는데, 금방이라도 넘칠 것 같은 슬픔이 그녀를 온통 뒤덮고 있다는 사실에 난 매우 놀랐다. 심지어 그녀가 신자라고 추측하기 시작했다. 신앙심이 깊은 병사는 적지 않게 봤지만, 군인의 얼굴에서 그런 부드러운 표정은 처음 봤다.

흔히 긴장, 분노, 절망 혹은 익숙함에 나오는 담담함 표정이 많았다.

예, 옐레나 장관님…… 이, 이건 중위가 보낸 의료팩입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쇠약한 병사가 내 생각을 끊었다. 난 의료팩을 받으면서 앞으로 있을 훈련에 이 말더듬는 아이는 참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고맙게도’ 이 쇠약한 아이 병사와 그 느려 터진 의료병은 전부 내가 맡은 소대에 있었다.

그들은 내게 참 깊은 인상을 줬다. 그 둘이 내 훈련 수업에서 꼴찌와 꼴찌에서 두 번째 성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사실 의료병의 수준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대부분의 수업을 곧이곧대로 잘 완료했고 똑똑한 편이었다. 내가 한 말도 제대로 이해했다. 다만 치료 실습은 꼼꼼했지만 효율이 떨어지고 체력이나 사격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저 쇠약한 아이보다 조금 나았을 뿐이었다.

그녀가 열 바퀴를 뛰는 동안, 팀의 다른 사람들은 모든 훈련을 마치고 점심까지 다 먹은 상태였다. 쇠약한 얼굴로 길가에 쓰러져 흰 거품까지 내뿜었지만, 그녀는 일어서서 계속 달렸다. 창백한 안색에 새파랗게 질린 입술이 마치 곧 죽을 사람처럼 보였다.

군에 입대하기 전에는 아마 운동 같은 것을 해본 적도 없는 공주였을 것이다. 나는 혹시 어떤 사고라도 날까 봐 그녀에게 우선 지구력부터 단련하라고 말했다.

3.2점!

정밀 사격 훈련 중인 병사들이 큰 소리로 자신의 성적을 보고했다. 그 의료병은 입술을 오므리고 꼿꼿이 서 있었는데, 난 그녀의 성적이 그 진지함의 반에만 도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합!…… 음……

한참 동안 총알구멍을 찾는 걸 보니 과녁을 벗어난 것 같았다.

과녁 이탈!

쇠약한 아이가 옷자락을 움켜쥐고 안절부절못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날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전장에서 널 죽이는 건 내가 아니야. 차라리 지금부터 그 침식체들에게 어떻게 용서를 빌어야 할지 연습하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군.

팀에서 한바탕 산만한 웃음소리가 났지만 내 엄한 목소리에 멈췄다.

너희들은 대단하고 생각해? 자,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나랑 자유 스파링하길 원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도 좋다.

어쩌면 내 강철팔 때문에 병사들이 주눅들은 걸지도 몰랐다.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신발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겁쟁이들, 지구가 너희 같은 것들에게 구원될 수 있을까? 아직도 자기가 뭘 짊어지고 있는지 모르나! 너희들은 군인이다. 군인이면 군인답게 행동해!

난 팀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각 대원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18팀의 정비가 끝나면 너희들이 다음으로 전선에 진입해. 그 부상자들 못 봤나? 응?

대부분의 병사들이 고개를 숙인 채 나를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한 거점을 위해 내 팀은 23명의 병사를 잃어야 했어. 살아남은 사람은 멀쩡할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너희들과 같이 다시 그 전장에 오르겠지.

그들은 그곳에서 포탄에 맞아 팔과 두 다리가 부러졌어. 기어서라도! 입으로 수류탄을 입에 물고! 자신의 무기를 버리지 않았어!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지옥으로 다시 돌아갔지! 죽지 않는 한 세 번이고 네 번이고, 우리는 전선으로 돌아갈 거야. 그게 군인의 사명이니까!

병사들은 부끄러운 듯 눈을 뗐고, 몇 명은 고개를 들어 입을 다물고 정면만 응시했다. 유독 그 의료병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런데 너희들은 뭘 하고 있는 거지? 지금 본인의 신분에 대해 떳떳할 수 있는지 물어봐. 난 너희들이 왜 전장에 왔는지 관심 없지만, 여기에 서 있는 이상 책임을 져야 해. 우리의 고향, 우리의 지구, 동포들이 전부 우리의 뒤에 있다. 우리가 피로, 목숨으로 이 큰 깃발을 들어 올려야 한다고!

우리가 물러서면 누가 나설 수 있지? 우리가 포기하면 누가 버틸 수 있지? 내 팀에 희생된 병사들, 나는 그들의 생김새, 이름, 취향, 그들의 일생을 기억하고 있어. 나는 그들이 그렇게 희생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러면 안 됐지만, 내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았다. 이건 그 공방전이 끝난 뒤 처음으로 내 병사들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너희들도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나는 손을 흔들며 그들을 해산시키고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

저녁, 방에서 기체를 점검하고 있을 때 그 의료병이 나를 찾아왔다.

옐레나 장관님…… 실례합니다……

그녀는 얼버무리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다음 순간 내게 마음속에 담은 말을 꺼내려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저는 6팀의 의료병입니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봐.

제 훈련 성적은 늘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 상태로 전장에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 봐 걱정되고 괴롭습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그녀의 표정은 간절했다. 그녀의 눈을 보니 정말 그런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내게도 느껴졌다.

제가…… 이러면 규정을 위반하는 것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시간에 폐를 끼치는 걸 수도 있지만…… 제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제가 더 유용하게 발휘될 수는 없는지 정말 알고 싶습니다.

나는 그녀가 너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으면 어떻게 하느냐 아니면 지금 집에 가도 늦지 않았느냐 이런 종류의 질문을 할 거라 생각했다. 그건 내 고정관념이란 걸 깨달았고, 그녀의 그런 생각은 나를 감탄시켰다.

그래서 나는 즉시 태도를 바로잡았다.

훈련 과정에 따라 착실하게 훈련하기만 하면 돼. 사람마다 신체 조건이 달라. 네가 복역 신청에 통과됐다고 해도 그건 기준에 도달된 거지 전투를 잘하는 걸 뜻하진 않아.

알겠습니다…… 하지만 장관님……

그녀는 눈을 내리깔았고 말투는 약간 슬펐다.

곧 있으면 전선으로 향하기 때문에 제 느린 발전에 그리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게 다 제 노력이 부족해서……

그녀는 심리적인 투쟁을 많이 한 듯 보였다. 나를 바라본 그녀의 얼굴에는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장관님이 데려온 그 부상자들…… 그렇게 처참한 상황은 저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전장에 대처하기에는 제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우리의 전투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하고 싶습니다.

나는 생각했다.

좋아. 일단 너의 지금 가장 큰 단점은 실전 경험이 부족하고 체력이 부족해. 또 종합 전투 능력과 대응력도 떨어지고.

그,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네 훈련 과정을 자세히 보니 매번 상처를 처리할 때마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뜯은 거즈를 전부 깨끗이 씻은 후 잘 말리는 것도 그렇고. 넌 지금 무슨 진료를 하는 게 아니야. 1분 1초를 다퉈야 하지. 포기해야 할 단계는 포기하고 목숨을 건졌다면 나머지는 모두 부차적인 거야.

네 솜씨를 보니 정규 교육을 받은 것 같던데? 배운 적 있어?

……아버지께서 의료 그룹의 담당자여서 어렸을 때 몇 번 해본 적이 있습니다……

가족을 언급할 때 그녀의 말투가 망설이는 게 보여 나는 화제를 돌렸다.

넌 무조건 속도를 높여야 해. 어떤 것이 치명상이고, 어떤 것이 한순간에 죽지 않으며, 어떤 것이 병사의 움직임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지 분명하게 기억해야 해. 앞으로 이것들을 훈련하는 데 중점을 둘 거야.

허약한 작전 스타일을 바꾸고 전장에서 후회할 결정을 내리지 마.

알겠습니다.

의료병은 군대의 명맥을 연장시키지. 침식체는 자신의 적을 고르지 않아. 네가 공격받을 확률은 다른 병사들과 똑같아. 그래서 살아남는 게 중요해. 하지만 네 전투 능력은 너무 약해.

네…… 그럼 저는……

도망쳐. 이기지 못하겠으면 필사적으로 도망쳐. 침식체가 너에게 닿지 못하게.

물론 전장에서 도망쳐 나오라는 게 아니야.

반드시 일반적인 침식체의 공격 방식과 논리에 익숙해져야 해. 침식체는 사고가 없지만 일반적인 각 유형의 기계도 그들의 원시 프로그램 논리에 따라 공격하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어. 내가 알려준 주의 사항 요약하고, 모든 대응 규칙을 명심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구할 수 없는 건 포기해.

……

자신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작전 계획을 선택해. 한 명을 포기하면 열 명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죽으면 한 명도 구할 수 없어.

……알겠습니다.

의료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눈빛이 강인하게 변했다. 나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좋았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보다.

감사합니다. 옐레나 장관님.

가봐. 내가 지켜볼 거야.

나는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다음 한 달 동안 나는 훈련 준비로 바빴다. 병사들은 점차 정상적인 궤도에 올랐고, 난 빡빡한 훈련 속에서 그 의료병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천천히 팀을 따라가고 있었다.

나는 하루의 훈련 과정을 마치고 가끔 저녁 휴식 전에 무작위로 순찰을 다녔다. 난 그때 숙소 중앙에서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누가 한 짓이지?

앞에 있는 침대가 어지럽게 들춰져 있었다. 침대 머리맡에 몇 송이의 꽃이 꽂혀 있던 행군 주전자는 엎어져 핑크색 꽃잎이 널브러져 있었고, 가방도 열린 상태로 내팽개쳐져 헝클어진 옷이 침대 근처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 중에 화려한 흰색드레스가 눈에 띄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다른 소녀들은 고개를 숙인 채 가지런히 내 뒤에 일렬로 섰다.

내가 그 드레스를 들어 올리자 거대한 당혹감이 내 머리 전체를 가득 메웠다.

누가 이 아가씨의 침대를 이 꼴로 만들어놨지?

누군가가 피식 웃어서 내가 힐끗 보자 그 사람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 드레스를 내던진 뒤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한두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 집단 따돌림의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런 군대 분위기와 전혀 맞지 않는 물건들의 배치에 그 일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병사들의 눈빛이 갑자기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보니 숙소 입구에서 막 돌아오고 있는 의료병이 보였다.

그녀의 호흡이 불안하고 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보니 이제 막 장거리 달리기를 끝낸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군모를 벗고 이마를 닦은 뒤 다시 단정히 썼다. 내 시선에 대한 두려움 없이 그녀는 조용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내 추측이 다시 빗나갔다. 그녀가 널브러진 침대 곁으로 말없이 다가가 드레스 치마를 주워 드는 것을 보면서 나는 괜히 부끄러움을 느꼈다.

□□, 누가 한 짓이지?

그때 난 그녀의 이름을 처음으로 불렀다. 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하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정리만 하고 있었다. 그녀의 그런 태도는 나쁜 행동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나는 반드시 막아야 했다.

……대답 안 해? 내가 조사해야겠어? 당장 내 앞으로 와.

장관님…… 죄송합니다. 제가 했습니다. 떠나기 전에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꼭 이렇게 찾아야 했나? 난 곰이 여기로 습격한 줄 알았어.

……

의료병은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장관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녀가 옆에 있는 병사들을 한 번 보았는데, 병사들은 갑자기 척추를 찔린 듯 시선을 돌렸다.

난 그녀의 뜻을 이해했다. 그녀는 내 권력에 기대기보단 스스로 해결하기를 원했다.

난 모른 체하며 그 병사들에게 향했다.

난 이런 잔꾀 부리는 행위를 정말 싫어해. 누가 했든 간에 다시는 내게 보이지 않도록.

그리고 너, 의료병, 드레스 잘 챙겨. 여기는 무도회 같은 거 없어. 너와 함께 춤을 추는 건 인간의 적일 뿐이야.

네, 알겠습니다. 장관님.

그녀는 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나는 그녀가 과연 그것들을 잘 처리할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모두에게 휴식하라는 한마디를 남기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난 완전히 가지 않고 숙소 입구에서 의료병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올 때까지 기다린 뒤 그녀에게 내 쪽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옐레나 장관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손 내밀어 봐.

그녀의 얼굴이 방금 전보다 더 빨갛게 변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쑥스러워하며 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군복 소매를 걷어 올렸다. 그녀의 하얀 피부 위에는 온통 바늘구멍이 있었고, 바늘의 흔적이 거즈에 감겨 있었다.

……장관님……

방금 그녀의 손등에 있는 흔적으로 알아차렸지만 이렇게 심할 줄은 몰랐다.

너 뭐 하는 거야?

전 단지…… 침놓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녀는 손을 움츠리고 소매를 내렸다.

이제 전보다 빨리 위치를 찾을 수 있고 어떻게 찌르면 덜 아플지도 알게 됐습니다……

내가 자네에게 열심히 연습하라고 한 게, 혼자 연습하라고 한 줄 아나? 다른 길을 개척하다니 아주 똑똑하네.

거, 걱정 마세요. 장관님. 제가 맞은 건 포도당이라 몸에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장관님이 전에 해주신 조언 정말 감사했습니다. 맞춤형 훈련이 이전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만약 효율을 높인다면, 저는……

나도 한 명의 의료관이다. 하지만 어쩌다 의료관이 되어 ‘의사’도 ‘선생님’도 아닌 ‘전쟁하는’이란 표현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이 아이의 눈에는 사람을 구하고 싶다고 쓰여있었다. 그것이 나와 가장 큰 차이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남을 배려하는 데 서툴렀다. 그러나 그 순간, ‘왜 이런 아이가 전장에 발을 들여놓았을까’하는 감성적인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난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너무 무리하진 마. 전선에 나가기도 전에 무너지면 어쩌려고? 그럼 내가 괜히 가르쳐준 게 아니겠나?

네! 가르침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

아 그리고, 장관님, 군대에 드레스를 가지고 와서 죄송합니다……

드레스는 금지 물품이 아니야. 아무도 네가 군대에 뭘 가지고 왔는지 신경 쓸 수 없어. 네 행동이 군인의 직책에 부합한다면 누구도 너를 비판할 수 없어.

난 엄숙하게 그녀에게 말했다. 그녀는 감사하게 웃었지만, 표정에서 미세한 쓸쓸함이 보였다.

감사합니다. 장관님. 하지만 앞으로 그러지 않겠습니다.

이제 군인이 되었으니 과거의 일에…… 미련을 두면 안 되는데……

지금 제 신분에 따라 그에 대한 책임을 꼭 지겠습니다.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의료병으로써의 각오를 보았다. 그러곤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곧 전선으로 출발할 거야. 지금 내가 너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린다.

네……?

병사 □□!

난 엄숙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당황하며 똑바로 서서 황급히 경례를 했지만 모자가 삐뚤어진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알겠습니다……!

살아남아.

다른 신병들에게 내 병사들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그녀의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살아 남아라. 의료병.

평온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군대를 이끌고 그 여과탑 근처의 거점으로 복귀했다. 거점은 이미 대부분 격파된 상태였다. 이 인간의 생명을 지탱해 온 여과탑은 우리 최후의 방어선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침식체가 더 공격하게 내버려 두면 구역 전체가 함락될 것이었다. 그러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 탑을 포기해야 하고 그럼 인간은 또 다른 중요한 거점을 잃게 될 것이었다.

전쟁을 처음 맞닥뜨린 병사들에게 전쟁 상황은 의심할 여지 없이 참혹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많은 격려와 질책으로 군의 사기를 안정시켜야 했다.

병사들은 선봉에 서서 지칠 줄 모르고 진격하는 침식체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고, 전쟁의 상황은 볼 수조차 없었다. 십여 년의 삶과 수개월간의 만남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첫 번째 교전은 열 몇 시간 동안 이어졌다. 내 못난 팔은 전투 중에 다시 기능을 잃었다. 몸을 굽힌 상태로 참호 안으로 재빨리 움직여 폭발로 팔이 피범벅이 된 병사에게로 갔다.

받아! 8시 방향!

난 손에 들고 있던 기관총을 그녀의 품에 집어넣고 다가오는 침식체를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재빨리 허리춤에서 지혈제를 떼어내 응급처치를 했다.

그녀가 이를 악물고 사격했고 반동력에 의해 뒤로 쓰러졌다. 난 명중된 소리는 듣지 못했고, 그 순간 유탄이 내 뺨을 스쳤다. 나는 얼굴의 인공 피부가 타는 듯한 느낌과 함께 순환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지혈을 마치고 나는 그녀가 들고 있던 총을 받아들어 턱과 어깨 사이에 대고 사격했다. 엄청나게 큰 기계가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쓰러지면서 내는 먼지가 내 얼굴을 덮쳤다.

얼굴을 닦자 멀리서 누군가가 의료병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에 있는 안전한 엄폐물 뒤로 이동해.

나는 부상병이 바닥에 떨어뜨린 총을 주워 그녀의 손에 쥐어주며 당부한 후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시각 모듈 자체의 위치 확대 기능으로 나는 즉시 소리의 근원을 찾을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먼 폐허에 주저앉은 그 쇠약한 아이는 투시 기능으로 그의 꼬리뼈가 부러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었다.

58미터…… 아니, 저 엄폐물에는 더 이상 숨을 수 없어. 가장 가까운 거리는 362미터야.

나는 그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기관총에 탄환을 채울 때, 시선의 곁눈질로 백발의 병사가 참호를 뛰어넘는 것을 언뜻 볼 수 있었다.

【삐——】…… □□!

나는 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그녀에게 참호 뒤쪽으로 후퇴하고, 작전 능력을 이미 상실한 병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라고 지시했다.

돌아와! 그를 구할 수 없어!!

유탄의 포연 속에서 그녀는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듯 아랑곳하지 않고 총알이 빗발치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돌아와!! 이건 명령이다!!!

그녀가 뒤돌아 나를 보았다.

1초간의 짧은 멈춤이 지나고 그녀는 다른 쪽의 대형 침식체의 포탄에 의해 뒤집혔고, 그녀는 날아가 자갈 위에 무겁게 떨어졌다. 젠장! 내가 지금 가면 늦지 않을 거야. 나는 기관총을 꽉 쥐고 그녀에게 다가오는 침식체를 겨누었다.

그녀의 다음 동작은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녀는 재빨리 땅에서 일어나 마치 힘을 비축한 사슴처럼 급히 달려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방향으로 향했다.

……

나는 그녀의 뒤를 쫓던 침식체를 박살냈지만 더 많은 침식체들이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고, 난 그녀를 도와줄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곳에 도착할 수 없을 것이었다.

나는 그녀가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지 몰랐다. 그녀는 그 숨을 수 없는 엄폐물을 피해서 갔는데, 내가 예상했던 노선과 일치했다. 그녀는 총알과 전쟁을 뒤로 한 채 필사적으로 달렸다.

기적과도 같았다. 마치 모든 미사일이 그 연약한 의료병을 일부러 피하는 것 같았다. 그녀는 포화를 뚫고 힘차게 달려 지나갔다. 맹세컨대, 내가 인간이었을 당시 목숨을 걸고 달릴 때에도 저렇게 달리지 못했다.

잠시 후 그녀는 그 병사 곁에 도착했고, 병사는 절망적인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음파는 내가 조정한 청각 모듈에 의해 정확하게 포착되었다. 그녀는 그 병사를 잡고 비교적 안전한 곳으로 끌고 가서 응급처치 의료 약품을 꺼내 그에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나는 내 직책조차 잊은 채 그녀가 능숙하게 응급처치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다. 속도가 내 절반에 달한 걸 보니 정말 많이 훈련한 것 같았다.

그 느낌은 내가 고향에 있을 때를 생각나게 했다. 처음 동료들과 숲에 들어가 사냥을 했는데 사냥감이 내 총알에 맞고 쓰러졌을 때, 내가 처음으로 나를 괴롭히는 사람을 주먹으로 때려눕혔을 때, 처음으로 고향의 설산 정상에 올라 마음껏 소리쳤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렇게 감정이 북받쳐 오른 건 오랜만이었다……

그건 인간이 불가능한 도전에 직면했을 때 뼛속에서 솟아 나오는 원하지 않는 외침이었다.

그녀는 재빨리 응급처치를 마치고 그 병사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웃으며 무언가를 위로했다. 그 부분은 생략해도 좋아 보였다. 나중에 그녀에게 이 점을 지적해야겠다.

기관총을 들어 전방의 침식체를 몇 마리 쓰러뜨렸는데, 가슴이 더없이 들끓었다.

나는 참호 꼭대기에 서서 반격의 돌격 구호를 외쳤다.

우리는 지상 방어군이다! 우리는 백전백승이다!!

알겠습니다!!!

나는 침식체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영혼이 없는 고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인간의 영혼은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창조물이며 인간에게 한계란 없다. 우리는 우주를 정복할 수 있고 원래 우리 소유였던 지구를 탈환할 수 있다.

병사들의 뜨거운 함성과 함께 지상 방어군이 앞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