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한 편의 연극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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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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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롤랑?

롤랑, 왜 그래? 왜 계속 멍 때리고 있어?

…… 아, 응.

너 괜찮아? 우리는 서류상의 그 주소를 조사하러 가야 해. 이렇게나 위험한데 어떻게 멍 때릴 수 있어?

조금 어리둥절할 뿐이지. 문제없으니깐, 내 걱정은 하지 마.

…… 그래.

만다스티는 길가의 벽에 기대어 뺨을 긁적거렸다. 롤랑은 차들이 오가는 모습을 살피듯 도로를 마주 보고 있었지만 그의 시선은 억지로 잠이 들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누군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번 임무를 완료하면 따로 휴가라도 줄까?

뭐?

요즘 네가 내 앞에 나타나면 긴장하고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것 같아. 그렇다고 임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아닌 것 같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네가 말하고 싶지 않다면 나도 존중해.

이것도 기사에 대한 왕의 직감이라고 할 수 있지. 만약 네가 혼자서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면 더 좋고. 너 혼자서 잠깐 쉬는 게 어때?

그, 그래. 그럼 정말 고마워——

시나리오가 아니라 진심 어린 배려였다. 더욱 어찌할 바를 몰랐다.

롤랑은 한 손을 들어 여느 때처럼 만다스티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려는데, 시선이 먼저 짧은 막대기에 닿았다.

그건 그의 경찰봉이었다. 어젯밤 이 EMP 장치로 만다스티를 기절시켰고 지금은 손에 땀이 날 때까지 꼭 쥐고 있었다.

손을 풀면 바로 앞에 있던 만다스티는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따질 것 같았다.

…… 아, 경찰서에 두고 온 물건이 있어. 너 먼저 가.

롤랑은 몇 걸음 물러선 후 만다스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모퉁이에 그가 잘 아는 스태프가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동안 시나리오를 이탈하겠다고? 네가 이런 경우는 드물잖아. 어떻게 된 거야?

어제 저녁에 임시로 쓴 시나리오에서 디테일 한 부분을 잘 숙지하지 못해서 그래. 다시 한번 보려고 하는데 8분 정도 걸릴 것 같아.

대본에도 수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어. 다음 장면은 M1L의 수색 set야. 일단 엑스트라로 시간을 끌고 내가 바로 이어서 할게. 적어도 이 장면은 끝내야지.

알았어. 내가 가서 준비할게.

네프티가 떠나는 것을 보고 롤랑은 그늘진 곳을 찾아 만다스티가 인근에서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몸을 움츠렸다.

나중…… 나중에 만약 그가 또 그러면…… 뒤에서 EMP로……

아, 아니야, 아니야, 이런 건 생각하지 말자. 거긴 정비가 잘 되어 있잖아. 상부에서 엑스트라도 다시 선별했고 시나리오도 다시 썼으니…

그리고 이런 상황들을 대비해서 나도 많은 대책을 가지고 있으니……

문제없을 거야…… 그래. 자신을 믿어, 롤랑. 모두가 너를 믿고 있어. 넌 프로야. 그렇게 많이 겪었는데 마음만 추스르면 잘될 거야……

……

졸음은 불안과 함께 카페인으로 가득 찬 뇌에 충격을 주고 있었다.

결국 공연 직전에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그가 절대로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엄청 큰 라이브 사고였다.

그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강제로 정신을 차렸다. 머리가 떨어질 때마다 바로 들어 올렸고, 그는 그렇게 어떻게든 잠에서 깨기 위해 몸부림쳤다.

참나, 요즘 자꾸 자면 문제가 생겨서 잠에 대한 두려움이 생길 지경이야. 공연 시작 전에 분명히 그렇게 에스프레소를 많이 마셨는데 다 소용없는 것 같아.

그래도…… 데이터를 보면서 좀 쉬어야겠어.

롤랑이 이런 몸부림에 지쳐갈 때쯤 그는 곁에 있던 단말기를 작동시켰다. 시간을 보면 오프닝이 아직 한참 남아있어서 오늘의 데이터 변화를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어디 보자. 오늘 다들 어땠는지……와우, 일일 방문량 10997108%, 하하하, 대박……

아니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데이터야. 지구 밖 사람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보러 온 건 아닐 테고.

하필 이때 기계가 고장 났네. 이런……

롤랑은 고개를 저으며 일어서서 햇빛 아래에 다시 섰다. 그는 눈을 감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자동초점 로봇의 미세한 소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는 자신이 햇빛이 아닌 수많은 카메라 로봇의 시선 아래 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오랫동안 이 공원의 배경을 자세히 보지 못했다. 소품팀이 의도적으로 낡게 만들었지만 자세히 보면 벽면은 모두 신규 재료였고 각종 첨단 촬영 장치로 현대 도시 전체를 형성했다.

그는 이 위조된 도시에서 인생의 절반을 보냈다.

그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그 목표를 끝까지 쫓아가려고 했다.

설령 비틀거리더라고 그는 여기까지 왔다. 몇 년만 더 참으면 가족과 함께하는 꿈에 그리던 삶을 살 수 있었다.

네프티

M1L 구역 배우 위치로! 롤랑, 롤랑!

롤랑의 생각이 도시를 벗어나 먼 가족한테 향하려고 할 때 익숙한 목소리가 그를 제자리로 끌어당겼다.

…… 나 여기 있어.

후…… 시나리오, 시나리오를 떠올리자……

어제의 에피소드는 만다스티가 롤랑을 향한 격정적인 질문을 하다가 중단됐다. 회상 부분이 끝났을 때 그는 이미 구치소에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만다스티를 구치소에서 풀어주고 갱단 문제를 함께 조사할 것이다.

이후 그는 만다스티가 세상의 진위 여부를 계속 의심하도록 유도한 뒤 그의 손에서 경찰용 단도를 빼앗아 손목을 그을 것이다.

물론 그 칼은 아무런 살상력이 없었고 플라스틱 칼일 뿐이었다. 칼끝에 바른 특수 재료는 인체의 피부에 닿으면 금세 핏자국처럼 번지는 물감이었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진실된 피'로 만다스티를 정신 차리게 했다. 시나리오 작가의 말에 따르면 한 기사가 자신을 희생해 섬기던 왕을 미로에서 끌어냈다는 전설에서 따왔다고 했다.

자, 시나리오는 다 외웠으니 언제든지 시작해도 좋아.

롤랑은 자신의 뺨을 토닥이며 지시된 장소로 이동했다.

이 부분의 연기가 끝나면 '롤랑'은 정신적인 문제와 자해로 당분간 병원에 있을 거야.

이 기간 동안은 좀 푹 쉬게 해주길...

롤모와 다시 한번 얘기할 수 있어. 그리고 엄마, 아빠랑도……

제발, 빨리 끝나라. 제발……

남몰래 자신을 응원한 뒤 롤랑은 고개를 들어 만다스티가 나타나야 할 곳을 바라보았다.

그쪽 방향에서 몇몇 사람이 빠른 속도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누더기 옷을 걸쳐 나사와 전선이 노출됐고 복장을 보니 단지 내 엑스트라인 것 같았다.

…… 하?

하나, 둘 모두 로봇처럼 보였고 뿔뿔이 흩어져 롤랑을 향해 달려왔다. 롤랑은 순간 그들의 눈에서 붉은빛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삐——삐!

…… 이봐! 당신들 뭐 하는 거야! 이곳은 중요한 촬영지야. 당신들의 출연은 다음……

롤랑이 소리를 지르던 도중, 검은 물체 하나가 그를 향해 날라왔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렸고 그 물체는 은색 빛을 번쩍이며 그의 머리를 스치고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다.

뭐야?! 렌치?! 이걸 던진다고?

그것은 로봇 정비 시 흔히 볼 수 있는 강철 렌치였다. 방금 그 속도로 머리를 맞았다면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이었다.

당신들 뭐 하는 거야! 사람을 죽일 생각이야???

어이, 어이! 【삐——】, 왜 계속 던지는 거야.

감독님! 감독님! 빨리 지시를 내려주세요!

몸을 숙이고 엄폐물 뒤로 피했다. 헤드셋을 켜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침묵만 흘렀다. 평소 수시로 명령을 내리던 헤드셋에는 바스락거리는 잡음만 남아있었다.

감독님? 감독님…… 쯧, 뭐야, 하필 이때 고장 났네.

엄폐물에서 바라보니 선두로 달리던 로봇이 이미 롤랑 근처까지 달려왔다.

삐삐——!

잠깐, 저분은…… 그 출석을 담당하는 할아버지?

낡은 옷차림, 나이 든 화장. 롤랑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건 바로 방문 앞에서 노인으로 분장한 경비원 로봇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로봇은 원래 방문 앞을 지키던가, 만다스티의 중요 지역 접근을 막던가 아니면 휴식 구역에서 작업자들의 출근과 휴식을 도와야 했다…… 어찌 되었든 눈에서 붉은빛을 내며 이곳에 나타나서는 안됐다.

움직임을 보니 달려오는 다른 것들도 다 로봇인 것 같아.

로봇 엑스트라들이 갑자기 고장 난 건가? 아니면 우리 연극이 임시로 종말의 좀비 극으로 바뀐 건가? 다른 로봇들은?

몸을 숙이고 근처의 담장 안으로 숨었다. 롤랑을 향해 날아온 무거운 물건들이 벽 모서리에 세게 부딪혀 강철 부품 몇 개가 떨어져 나왔고 세트장의 기계에 틈이 생겼다.

쯧, 감독님도 지시를 내리지 않았는데. 지금은 임기 응변, 임기 응변으로 하자…… 그들이 진짜로 나를 위협하기 전에 탈출해야 돼.

그렇게 많은 액션신을 찍었는데 달리기로 너희들을 못 이길까?

가장 가까운 작업 구역이 H7M 구역…… 좋아, 도망치자!

마음속으로 노선을 계획한 뒤 땅을 박차고 돌진했다. 그의 예상대로 뒤에 있는 로봇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고 날아오는 각종 무기들은 그의 발뒤꿈치 뒤로 떨어졌고 곧 추격하는 로봇이 없어졌다.

당연히…… 만다스티를 데리고 같이 도망쳐야지.

이 미친 로봇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만약 만다시티가 들통난 현장과 부딪힌다면…… 난 더 이상 경찰봉으로 그를 때리고 싶지 않아.

하하, 자신이 위기에 빠졌고 상황을 알 수 없어도 국왕을 데리고 도망치는 건 확실히 기사 같네.

'연극 밖에서는 지켜줄 수 없으니 적어도 연극에서만이라도 지켜주고 싶어.'——만약 '롤랑'이라면 이런 대사를 했겠지. 하.

몇 마디 대사를 짜고 고개를 저으며 웃던 롤랑은 정해진 길을 따라 길목을 돌았고, 익숙한 뒷모습이 눈앞에 나타났다.

만다스티! 이쪽을 조심해! 빨리 뛰어!

네가 무슨 의혹이 있고 무슨 생각이든 간에 지금은 도망가야 해! 우리의 생명이 위험해!

앞으로 돌진하여 만다스티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롤랑은 확고하면서도 진실한 미소를 지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지켜줄게. 나는 너의 기사니까……

그래, 우선 도망가자. 안전한 곳을 찾아서 만다스티를 안정시키고 제작진들이 엑스트라들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시 이 국왕을 데리고 나오자.

평소와 같이 그가 가장 잘하는 연기를 했다. 그리고……

그리고 만다스티는 손에 잡힌 비수를 높이 들었고, 이어서 롤랑에 가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어……?

롤랑은 몇 걸음 물러섰고 붉은 액체가 옷자락에서 떨어졌다. 그의 가슴에는 아무런 상처가 생기지 않았고 오직 염료로 이루어진 붉은색만이 그의 외투를 물들였다.

어째서……?

왜지? 현장에서 방금 쓴 시나리오대로라면 그가 만다스티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도망가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그를 지켰어야 했다. 원래 시나리오대로라면 그가 만다스티가 들고 있던 칼을 빼앗는 것까지였다.

그럼 왜 롤랑의 가슴이 새빨갛게 물들게 된 걸까. 그가 또 연기를 잘 못해서 들통난 것일까?

롤랑은 고개를 들어 만다스티의 붉어진 눈과 마주쳤다. 그는 더 이상 관객들을 속여오던 살아 숨 쉬는 로봇이 아닌, 생기가 없는 빨간 눈을 가진 로봇이었다.

…… M1L 구역, 모든 카메라, 전원 차단!

진정하자. 진정하자. 카메라가 아직 여기 있어. 먼저 라이브를 중단하고 현재 상황을 안정시키자.

네프티! 피디님! 근처에 있는 거지? 감독님 지시가 없으니 이 상황 좀 빨리 어떻게 처리해 줘!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스태프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할 길목은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롤랑은 망연히 주위를 둘러보았고 만다스티는 그에게 한발 한발 다가섰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는 모습 뒤로 원래는 몰래카메라가 배치되어 있어야 할 장소들에서 하나둘씩 붉은빛이 뿜어져 나왔다.

적색, 적색, 적색. 그는 새빨간 미친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눈앞의 만다스티는 비수를 들고 다시 그를 향해 휘둘렀다——

삐삐……

……!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가까스로 비수를 피하고 허리춤에 있는 경찰봉을 뽑아 EMP를 작동시켜 로봇을 향해 세게 휘둘렀다.

만다스티의 몸은 소리와 함께 쓰러졌고 그의 뒤로 붉은빛이 멀리까지 번졌다. 붉은빛이 번지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자 엑스트라들이 격렬한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있었다.

후, 후……

머뭇거릴 틈도 없이 붉은빛이 옅은 곳을 찾아 돌진했다. 그는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었다.

【삐——】! 이게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예쩡된 시나리오야? 만약 그렇다면 빨리 cut 하고 다시 시작하던가!

만약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그럼 난…… 어떻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