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랑……
만타스티?!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그러게 왜일까? 분명 널 믿기로 했는데 왜 탈옥해서 널 찾아왔을까?
…… 롤랑, 일단 너에게 사과할게. 내가 전에 말했지. 내가 그런 짓을 한 건 콜을 봤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야.
나는 며칠 전에 5번가를 순찰했어. 그곳은 예전과 다름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지. 그런데 그날 갑자기 강한 충동을 느꼈어.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충동.
…… 난 순찰 경로를 따라 7호 빌딩의 테라스 카페로 갔고 다소 어려운 각도로 그 위에서 뛰어내려 방금 순찰하던 곳으로 돌아왔어.
3층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너무 힘들고 아팠어. 난 높은 곳에서 땅에 떨어지는 훈련을 받은 적이 없으니까. 그러나 통증보다 나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더 관심이 가더라고.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로 가득했던 5번가에 아무도 없었어.
(8막 전의 한 장면처럼 들리는데…… 젠장, 그때 촬영팀은 나랑 광고 촬영을 하고 있어서 엑스트라가 부족했어. 이 누락된 내용을 나한테 보고하지 않았다니.)
내가 막 눈앞의 광경을 똑똑히 보았을 때 한 시민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나 내 얼굴에 달라붙어서는 시야를 가리고 평화를 지켜줘서 감사하는 말들을 늘어 놓았어.
그 사람이 떠났을 때, 내 눈앞의 5번가는 또 갑자기 사람들로 가득 찼어. 벌거벗은 황제가 어린아이의 진실한 말을 듣고 여기저기서 헝겊을 찾아 자신의 몸을 가리려고 하는 것 같았어.
처음 발견한 지는 꽤 됐어. 그 후부터 순찰, 조사할 때 여기저기에서 위화감이 들었어…… 여러 번, 여러 번 나는 점점 더 이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어.
만, 만타스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 방금 유치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네가 떠난 후 오미와 동료들이 와서 나를 설득했어. 이런 상황들은 점점 더 연극 같았고 점점 더 나를 어느 길로 밀어내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난 탈옥했어. 탈옥해서 널 찾아왔어. 내가 전에 깨뜨린 의료 스프레이가 네 신발 바닥에 조금 묻었어. 비록 조금이었고 경찰서엔 발자국이 많았지만 내가 어떻게 내 기사의 발자국을 모를 수가 있겠어…… 그래서 그 아주 작은 흔적을 따라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어……
찾아오던 중간에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막더라…… 나는 그들을 모두 밀쳐냈고 많은 장애물 또한 넘었어. 심지어 문밖의 노인까지도 말이야.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들은 오늘 아침의 건달처럼 날 다치게 하지 않았어……
그럴수록 나는 무언가가 나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 그러니까 난 반드시 너에게 이 일을 말해야 해. 롤랑…… 갈수록 이상한 세상에서 유일하게 이상하지 않은 건 너야. 내가 믿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하지만 난, 난 생각지도 못했어……
롤랑, 너도 그들과 한패인 거야?
그, 그게……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변명을 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지? 스토커 설정을 지금 추가할까? 앞으로 과격한 캐릭터를 연기하면 시청률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만다스티는 먼저 몇 걸음 다가와 두 손으로 롤랑의 어깨를 움켜쥐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니, 난 널 알아. 롤랑. 너는 결코 다른 사람을 속이는 그런 악당이 아니야. 넌 나의 기사니까.
너, 너 협박 당했지? 이 거짓된 세상에 참여해야 한다고……
그게 어떤 위협이든…… 지금, 지금 말해 줄래? 네가 말한 것이라면 나는 믿을 수 있어.
……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함께 도망칠 수 있어…… 함께 이 거짓된 곳에서 도망치자!
부탁이야. 롤랑, 제발 말 좀 해봐……
에휴...
카메라, KE4, OC1, 전원 차단. 지금부터 '추억'의 스토리를 재생해줘.
참나…… 또 바빠지겠네……
뭐?
롤랑은 팔을 비틀어 허리춤의 경찰봉을 잡았다. 그것은 그가 경찰 보조로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경찰봉이었다.
그는 경찰봉의 한 귀퉁이를 살짝 누르고 몸을 숙인 후 심호흡을 하며 만다스티를 향했다. 땅을 밟고 허리를 비틀어 그의 배를 세게 찔렀다——
아…… 아…… 악!!!!
몇 차례 비명을 지른 후 만다스티의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땅에 쓰러졌고 이내 움직임이 없어졌다.
하아…… 하아…… 이 소형 범위 지정 EMP 장치를 수시로 몸에 지니고 다니지 않으면 정말 불안하단 말이야.
롤랑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쪼그리고 앉아 만다스티의 굳은 머리를 들어 올렸다. 그의 머리는 방금 쓰러질 때 땅바닥에 세게 부딪혀 부서진 상태였다. 부서진 틈새 사이로로 정밀한 기계 구조가 드러났다.
메모리, 메모리가…… 있다.
롤랑은 손을 뻗어 그 기계 구조 속을 더듬더니 작은 부품을 힘껏 뽑아내어 손에 쥔 후,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윽…… 윽윽……
그의 호흡은 점차 안정되었지만 몸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손에 꼭 쥔 경찰봉에 전기가 들어온 듯 그의 팔이 떨렸다.
단지 EMP 장치로 쳤을 뿐인데 그 로봇은 바닥에 쓰러져 모든 기능을 잃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꼭 시체처럼 보였다.
이 느낌은 마치 실제로 사람을 찌른 것 같았다.
그는 손가락을 움직였다. 손바닥에서 나온 땀방울이 팔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순간 그는 이 액체들을 그 로봇의 피로 착각했다.
손바닥을 한참 바라보고 나서야 롤랑은 자신이 기절시킨 것은 인간이 아니라 만다스티라는 로봇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프로그램에 의해 관객을 속여 그들이 리얼리티 라이브를 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하는 로봇.
롤랑! 롤랑! 괜찮아?
그가 바닥에 주저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태프 한 명이 정비함을 든 채로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아, 네프티. 드디어 왔네…… 메모리는 이미 뽑아 놨어. 운영팀은 아마 아직 깨어있을 거야. 어서 만다스… 아니, 이 로봇의 기억을 리셋하라고 전해줘.
…… 소품팀이 주연배우를 잘 관리하지 못한 실수도 처리 부탁해. 아, 그리고 입구에 경비원 할아버지, 역시 주연배우를 다치게 하면 안 된다는 명령을 너무 높게 설정했어. 그가 폭력을 사용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결국 그를 막지 못했네.
자,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고 구체적인 건 감독님이 알아서 하실 거야. 나는 휴게실로 돌아가야겠어. 이번 소동으로 제작진이 연기 방침을 조정할 수 있어서 미리 준비해야지……
롤랑은 네프티에게 메모리를 맡기고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의 어깨가 넓적한 손바닥에 눌려 중심을 잃고 무릎이 바닥에 푹 주저앉았다.
…… 롤랑, 너 많이 힘들어 보여.
네프티의 어조는 무거웠다. 롤랑은 그의 거친 목소리에서 부드러움을 담으려 애쓰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알아. 너 지금 힘들고 괴로운 거 다 알아.
처음 이 일을 했을 때 넌 세트장에 기대어 몇 분 동안 구역질을 했어. 마치 자신이 진짜로 사람을 죽인 것처럼.
하지만 그 후, 넌 외모와 표정을 정리하고 웃으면서 나에게 카메라로 너를 찍으라고 말했어. 그리고 앞으로 10여 분을 혼자 버티고 있을 테니 우리한테 이 로봇을 고친 후에 빨리 교체하라고 말했어.
그때는 그저……
우리는 너의 미소에서 힘을 얻어. 이후에도 몇 번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모두 견뎌낼 수 있었어. 네가 더 이상 구토를 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데 점점 능숙해질 거야.
봐, 지금 밖에선 재방송을 해도 관객들은 우리 연극을 여전히 진짜라고 생각해.
이 진실을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시나리오가 마무리될 때까지 어떻게든 견뎌야 해.
우리는 많은 위기를 그렇게 넘겼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야. 너, 그리고 우린 다 프로잖아.
롤랑의 어깨에 얹은 손이 풀리자 단말기를 조작하는 똑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가까운 지하 휴게실이 바로 옆방이야. 방금 가장 좋은 환경으로 조정해 놨어. 상부 쪽에는 내가 설명할게.
너의 고통은 너의 가족에게 말할 수 없지만 지금 나는 네가 적어도…… 잘 자길 바래.
……네프티, 고마워. 하지만 난 괜찮아. 난…… 프로잖아.
롤랑은 웃음을 지으며 일어난 후 돌아보았다. 네프티는 이미 만다스티의 몸에 쭈그리고 앉아 수리하기 시작했다.
부서진 머리 아래, 유리 재질로 제작된 로봇 눈이 크게 떠져 있었다. 이건 이 모델의 특징이라고 네프티가 알려줬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롤랑은 전기가 끊어진 만다스티의 눈이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롤랑이야? 방금 날 구해줘서 고마워!
경찰 보조로서 상사를 보호하는 것은 당연해.
당연한 게 어디있어. 뭐라도 상을 줘야겠어.
하지만 최근 경찰서 예산이 좀 빠듯해서…… 음……
결정했어. 이제부터 너를 나의 기사로 명한다!
기사?
응! 전설 속에 이상을 위해 헌신하는 멋진 기사들! 나는 네가 가지고 있는 그 기사 수첩을 보고 네가 진정한 기사 마니아라는 것을 알았어.
아, 이건 사실 누가 준 건데……
그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방금 네가 나를 구한 행동에서 너의 마음속에 이상과 명예가 있고 그것을 위해 기꺼이 헌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
행동도 기사 같고 이상도 기사 같아. 경찰 보조 의상은 그리 클래식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사일 수는 있어! 그래서 너는 기사야!
음…… 기사라…… 어쩌면, 괜찮네. 정말 너의 말대로 내가 그런 정신을 가지고 있겠지.
좋습니다. 나의 국왕 폐하, 제가 당신의 기사가 되겠습니다. 우리의 이상을 위해 함께 노력합시다.
……
후, 후, 괜찮아? 몸 상태는 어때?
말할 수 있어? 반응이 있어……다…… 다행이야…… 살아있어서……
미, 미안, 감정이 좀 격해져서…… 큰불 속에서 너를 찾아 뛰어들었을 때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 있다니……
기적이야…… 한때는 지금 내 앞에 있는 네가 가짜고 누군가 연기하고 있는 거라 의심했어……
…… 아니지.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는 나의 기사야. 기적을 일으키는 건 당연한 일이지! 하하.
……
윽…… 음, 아까 널 의심해서 미안해. 분명히 넌 내 기사인데.
별거 아니야. 일시적인 오해일 뿐이잖아.
정말 창피해. 내가 마음을 못 잡았나 봐. 주변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다니……
……
왜…… 왜…… 너까지 나를 속여?
아니야, 아니야. 안 믿어! 나의 기사가 되겠다고 약속했잖아……
……
——아니, 아니, 난 널 알아. 롤랑. 너는 결코 다른 사람을 속이는 그런 악당이 아니야. 넌 나의 기사니까.
너, 너 협박 당했지? 이 거짓된 세상에 가입해야 한다고……
그게 어떤 위협이든…… 지금, 지금 말해 줄래? 네가 말한 것이라면 나는 믿을 수 있어.
그리고 우리는, 우리는, 함께 도망칠 수 있어…… 함께 이 거짓된 곳에서 도망치자!
부탁이야. 롤랑, 제발 말 좀 해봐……
윽…… 윽…… 우욱!!
지하 휴게실은 배우들에게 가장 좋은 휴식 공간으로 방음 장치가 상당히 잘 갖춰져 있었다. 지상에 포화가 쏟아진다 하더라도 이곳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서 아무리 토하고 울부짖어도 밖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웁…… 우웩……!!!
콜록, 콜록, 【삑——】, 대체 몇 번째야. 하하.
큰 스튜디오를 지어서 살아있는 인간을 속인다. 수십 년을 버틸 계획을 세우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기록을 바꾸고 이미지를 변경할 수 있는 로봇이라면 간단했다.
'가장 리얼한 반응, 거짓 없는 연기, 이 시대 마땅한 예술'은 모두 상업적인 거짓말에 불과했다.
결국 이 프로그램 형식에 대한 모든 논란과 칭찬은 존재하지 않는 목표를 지향했다.
얼마나 공허한가, 마치 그가 통신에 한 거짓말처럼.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모든 게 다 무너지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해.' 그저 기대 섞인 농담 한 마디였다.
몇 번이고 무너져도 제작진은 주연 배우의 기억을 다시 쓰고 관객들을 위로하며 롤랑과 다른 배우을 밀면서 연극을 이어갔다.
기억을 다시 쓸 때마다 그는 이 어두운 휴게실에서 아무도 보지 못하는 구토극을 벌였다.
후, 후……
온몸이 차가우면서도 부들부들 떨렸고 롤랑은 땅에서 일어날 힘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입가만 닦고 억지로 몸을 일으켜 쓰레기통의 더러운 것을 하수구에 쏟아 부은 후 침대에 쓰러졌다.
침대는 부드러웠고 은은한 향기가 났다. 네프티의 말에 따르면 어떤 배우든 이 위에 누우면 잠이 드는 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롤랑은 이 침대에서 한 번도 편히 잠을 잔 적이 없었다.
그는 만다스티의 '재가동' 후에만 이 휴게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가 이곳에 올 때마다 문을 닫으면 위산이 역류했다. 심한 구토를 한 후의 그는 잠을 잘 기운조차 없어졌다.
하, 하…… 기사? 다른 말로 '구토 기사'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겠군.
소품팀의 소훌함 때문에 그와 임시로 연기를 진행했고, 덕분에 이런 신분을 얻게 되었다. 이 신분은 하필이면 그 로봇이 진심을 다하게 만들었고 끝없이 반복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시나리오에서 하나의 가상에 불과했다. 재가동만 하면 이 단어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고 없어졌다.
자신이 배신당한 것을 발견할 때마다 그 로봇의 눈에 비친 신뢰와 절망도 한 번의 EMP 충격으로 말끔히 사라졌다.
그런 면에서는 로봇이 부러워. 이렇게 쉽게 잊어버리는데……
롤랑이 옷소매를 풀자 야간 조명에 의해 그 위에 흩어져 있는 흉터가 보였다. 어떤 것들은 스태프들이 그에게 해 준 화장이었지만, 자신이 만든 흉터가 더 많았다.
방금 그 장면에서 그는 이 팔로 그 로봇의 손목을 잡고 그에게 그는 진정한 인간이며 그의 느낌은 모두 가짜가 아닌 진짜라고 말했다.
얼마나 우스운가. 불과 몇 시간 전, 그는 시나리오에 의해 조작된 이 연극이 가짜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순간 만다스티야말로 자신과 동료를 위해 고민하는 진짜 인간이었을 것이고, 자신은 그저 시나리오에 따라 행동하며 그 인간의 귀에 거짓말을 속삭이는 거짓 로봇에 불과하지 않았을까.
얼마나 징그러운지 위까지 다 토해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그가 할 수 있던 일은 이렇게 상처를 도려내어 피부 밑으로 흐르는 것이 기계의 액체인지 아니면 붉은 피인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직 어렸 흉터도 깊지 않아 빨리 아물 수 있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는 속도는 그가 자신의 몸을 확인하는 빈도보다 빠르지 않았다.
그 작은 상처들은 롤랑의 팔에서 계속 생겨났다. 그가 만다스티에게 기사라고 불릴 때마다 남겨지는 추억처럼.
하, 옛날 전설의 기사들도 어쩌면 나와 비슷했을지도 몰라.
기사. 오랫동안 전해진 고대 명사. 각종 연극에 자주 등장하는 정신적 상징. 롤랑은 당연히 알고 있다. 캐릭터를 파악하기 위해서 그는 사적으로 많은 문헌을 몰래 훑어보았다.
전설 속의 기사는 명예를 위해 한 사람에게 충성을 바칠 수 있었다. 충성을 바친 상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어떻 대가도 치를 수 있었다. 심지어 마녀의 악랄한 저주도 온몸으로 받을 수 있었다. 설령 친근한 사람들이 배신하고 떠나 버리고 시체가 황야에 버려져도 상관없었다. 모든 것은 충성을 위한 것이었다.
마지막에 그 대상의 손에 죽더라도 기사는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 결국 기사가 추구하는 것은 국왕의 이상일뿐이었다.
그야말로 광대 같아.
——마치 웃는 얼굴을 하고 모두를 속이는 광대 같아.
하.
롤랑은 일어나 고개를 돌려 자신을 보았다.
그 롤랑은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하고 있으며 생기발랄해 보였고 전혀 초췌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는 롤랑에게 히죽히죽 웃으며 경찰봉으로 위장한 EMP 장치를 휘둘렀다.
아, 롤랑, 또 만났네. 안녕.
잠이 부족해 보이는데 만다스티의 일을 처리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거야? 아이고, 이번이 몇 번째지?
다 소품팀의 그 사람이 결정적인 시기에 휴가를 낸 탓이야. 이전 스토리가 잘 이어졌는지 모르겠네.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면 운영팀은 어떻게든 머리를 써서 이유를 생각해 내야 할 거야.
이유, 이유, 그전 이유는 세트가 잘못돼서 였지. 더 이전에는 정전사고가 있었고. 어차피 사람들에게 알려줄 수 없는 건… "저희 주인공이 로봇이라서 고장 났습니다."잖아?
기만, 기만, 모두가 관객을 속이고 만타스티를 속이고 모든 것을 속이고 있어.
안 좋아, 안 좋아. 응, 이건 안 좋은 거야. 하지만 이것도 결국 공급이 있으니 수요가 있는 거야.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만 있다면 누가 신경을 쓰겠어?
누군가는 '진실한 반응'을 갈구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충분히 있으니까 우리가 그걸 제공하는 거야. 형식만이라도 관객이 진짜라고 생각하면 모든 게 진짜인 거지. 안 그래?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거짓말만 충분히 잘하면 진실이 되는 거 아니야? 가짜를 잘 연기하면 진짜보다 더 잘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이대로 가면 돼. 롤랑.
넌 원하는 것이 있잖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를 기대하고 있잖아? 이 목표를 위해 지금까지 버틴 거잖아?
이 무대 위의 남녀들은 모두 한 무리의 엑스트라에 불과해. 배우들은 항상 등장하고 언젠가는 퇴장해.
걱정 마. 돈 많이 벌고, 경력을 충분히 쌓고, 원하는 삶을 살면 만타스티든 기사든 뭐든지 다 과거가 될 거야.
조금만 더 참아. 롤랑.
하…… 조금만 더 참자.
롤랑이 거울 앞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침대에 쓰러지자 손에 들고 있던 전기봉이 땅에 떨어졌다.
직원 수첩 제80조. 의심스러울 때는 스스로에게 심리 상담을 해야 한다…… 참 좋은 말이네.
관객들에게는 이 프로그램이 리얼리티 라이브라고 속이고, 만다스티에게는 모든 모험이 진짜라고 속이고, 네프티에게는 내가 프로라고 속이고, 심지어 롤모까지 속였어……
이런 생활을 도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아빠…… 엄마…… 롤모…… 너무 보고싶어……
정말 너무 보고 싶어. 엄마 아빠가 나를 소개하며 거지 같은 굿즈들을 선물하는 모습, 그리고 롤모가 용돈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나는 모든 게 거짓인 이곳에서 탈출하고 싶어…… 여기서…… 탈출……
……
하, 내 이 연기는 또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