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합, 위에서 누가 당신을 찾는데……
당신 여전히 바쁜 거야? 또 밤새웠어?
사무용 책상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말을 듣자 왼손을 흔들었다. 심지어 스크린 앞에서 고개를 들지도 않았다.
대단. 대단해. 이건 천재만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제안이야……
실험실에 들어선 연구원들은 실내에 널려 있는 연구 서적을 좌우로 훑어보며 혀를 내둘렀다.
……다이달로스 지부에서 가져온 반제품이야?
아니……이미 반제품이 아니야.
아합이라는 남자는 옆으로 비켜서 방문자들에게 그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거대한 사무용 책상 위에 홀로그램 구조체가 투영됐다.
저는 그녀의 신체 특성에 따라 일부 의식의 바다 연결 입구를 무기에 도입해 의료기를 완전히 새로운 외장 이동기계로 개조했습니다.
저는 이것을 "보조 기계"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이 개조를 통해 그녀의 의식의 바다 파동이 불안정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에 없던 공격 시스템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격 모드는 현재 그녀에게만 적용되고 있습니다. 그녀처럼 특별한 체질은 두 번 다시 찾기 어렵습니다.
이것도 한번 보십시오.
아합은 전투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켰고 21호의 신규 기체와 침식체가 싸우는 모습이 화면에 나타났다. 화면에는 21호와 "보조 기계"가 서로 호흡을 맞춘 공격이 매끄럽게 팀워크의 효과를 나타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발적인 출력과 환경 적응 능력 그야말로 내 생애 최고의 작품……
어쩐지 요즘 당신을 볼 수 없더라니, 벌써 완성도가 이렇게나 높은 건가?
아직 완전히 완성되지 않았어. 그녀의 의식의 바다 파동이 너무 큰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좋은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거든. 새로운 기체는 실전 테스트에 들어가기 전에 대량의 조정 작업이 필요할 거야.
수고했네. 그럼 나는 가볼게. 훈련장에 가는 것을 잊지 말고, 그리고 위쪽에서 당신을 찾고 있어.
응, 정리하고 바로 갈게.
바로 실전에 투입한다고요?!
그래. 네가 여기에 들인 시간은 이미 충분해. 우리는 실제적인 진전을 보고 싶다.
훈련장 밖 사무실에는 검은 옷을 입은 쿠로노 고위층 인원이 사무용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만큼은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그녀는 단연코 유일무이한 구조체가 될 겁니다!
쿠로노는 너의 과학 연구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곳이 아니다... 아합, 네가 왜 쿠로노에 남기로 했는지 잊지 않았겠지?
……
너는 쿠로노 그룹의 중요한 멤버다. 너의 능력이라면 다른 방면에서도 쿠로노에게 더 큰 수입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넌 이 점을 잘 알고, 우리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우린 자네를 그냥 내버려 뒀어, 왜냐면 나는 쿠로노가 너를 위해 이 정도의 "작은 희생"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이제 말해봐. 자넨 쿠로노가 자네에 대한 믿음을 거두길 바라는 건가?
……알겠습니다. 하지만 실전 테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조작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하지. 21호의 신규 기체는 이미 가지고 왔으니 지금부터 시작하지.
언제 그녀를……아, 네 알겠습니다.
아합은 훈련장 쪽으로 향한 콘솔로 향했다. 콘솔 뒤편에는 거대한 방폭 유리가 있었는데 여기서 보면 연극 공연을 보기 위한 최고의 객석처럼 훈련장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좋아. 아합. 우리에게 보여주게나.
자네의 자랑인 "유례없는 신규 기체"를.
굉음과 함께 훈련장 천장 중앙이 서서히 열리고 투명한 기둥형 용기가 내려왔다.
용기에는 액체가 가득 차 있었고 순백의 구조체가 잠겨 있었다. 구조체의 긴 머리카락이 액체 속에 떠다니며 흔들리는 가운데 그녀의 한쪽에는 원형 기계가 멈춰 있었다.
용기는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훈련장 한복판에 멈췄고 액체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면서, 구조체의 두 발을 타고 액체가 흘러내리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그러자 용기 안에 바람이 불었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창백한 구조체의 얼굴을 가렸다.
기체 작동 중……20%……50%……
의식의 바다 검색……
지각 시스템 초기화 중——
전투 시스템 초기화 중——
아합은 이마의 땀을 닦았고, 그의 호흡도 기체가 깨어나면서 점차 무거워졌다. 그의 등 뒤에 무시할 수 없는 시선들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조작을 계속했다.
용기 안 거센 바람이 잦아들면서 기체는 완전히 말랐고 그 안에 서있는 구조체 소녀는 잠든 듯 고요했다.
기체 작동 완료.
아합은 알고 있었다. 그건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라는 것을.
다음 순간 구조체를 덮고 있던 유리가 지면으로 가라앉았고, 구조체는 천천히 눈을 떴고 빨간빛이 스쳐 지나갔다.
……기체 실전 테스트 시작. 레벨 1……
1레벨? 본인 작품에 대해 겨우 이 정도 자신밖에 없나?
하지만……
아합이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뜬 후 그의 얼굴에는 단호함이 있었다.
……3레벨. 해방.
알겠습니다.
기체 실전 테스트 프로젝트 가동. 위험 레벨. 3레벨. 테스트 내용을 이미 해방시켰습니다.
시스템 음성과 함께 훈련장 주변 지하에서 진동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진동이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칸막이가 열리면서 수많은 침식체가 쏟아져 나왔고 고요한 훈련장은 순식간에 기계의 고함 소리로 가득 찼다.
……힘내.
아합의 응원은 고함소리에 가려져 아무도 듣지 못했다.
여긴……어디지?
나는 누구지……
이런 의문은 처음에 그녀를 잠시 곤혹스럽게 했다.
그러나 이내 바람 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데려왔다.
위험, 미지, 어둠. 사망. 투쟁.
그녀가 듣고, 맡을 수 있고, 보이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것들을 앞에 두고 "망연자실"한 감정은 그녀에게 방치되었다.
눈에서 새빨갛게 빛을 내는 수많은 로봇들이 그녀를 향해 몰려왔다. 마치 홍수처럼 그녀를 삼켜버리고 흩어지게 할 것 같았다.
위험……죽인다……
그녀는 주먹을 쥐었고 몸속 깊은 곳에서 공격하려는 욕망이 솟아올라 그녀를 지배했다. 그녀는 한발 뒤로 물러났고 등을 구부리곤 동물적 본능에 의해 위협적인 고함소리를 냈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지의 위험"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위험……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