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 기계는 유리에 달라붙어 움직이고 있었다. 보조 기계 후방에 떠 있던 광선포에서 보라색 광선이 발사되면서 유리가 터졌다.
쿠로노가 자랑하던 빈틈없는 방어 시스템이 그들이 직접 제작한 이 창백한 괴물 앞에……한방에 무너졌다.
그러자 순백의 구조체 소녀는 표범처럼 가볍게 파편을 넘어 콘솔에 착지했다.
그녀는 복잡하고 정밀한 거대한 기계 위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보조 기계는 천장을 타고 그녀의 곁으로 올라갔는데 마치 그녀의 명령만을 듣는 짐승 같았다.
빨리……아합.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봐!
……
땅바닥에 주저앉은 아합은 더 이상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망할 고위층, 망할 쿠로노.
그는 입을 반쯤 벌린 채 처음으로 이렇게 가까이서 자신의 창조물을 직시했다. 공포가 그를 떨게 만들었지만 더 많은 것은……
감탄이었다.
그 소녀는 아무것도 없는 순백에서 탄생한 맹수 같은 분위기를 풍겼는데, 순수하고 위험했다.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동물 같다...라고 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확실히 인간이었다. 하지만 아합이 처음 그녀를 봤을 때의 부서지고, 생기없는 모습과 지금 깨어난 그녀의 모습은 전혀 달랐다.
……
21호는 일어나 콘솔에서 뛰어내렸다.
윽!……
아합은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섰고 심지어 눈을 감기도 했다.
21호는 그저 주위를 둘러보기만 했다.
이게 뭐지?
……
그녀의 목소리는 아합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가벼웠고, 마치 무엇이 깨울까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아합은 눈을 떴다. 그는 21호가 콘솔을 만지고 돌아서는 것을 보았다.
버튼이 많아. 이게 뭐지?
당신들은 누구야.
21호가 다시 물어봤다. 그녀는 아합을 넘어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쿠로노 고위층도 그녀의 움직임에 다시 떨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의 흉악하고 난폭한 모습은 사라지고 21호는 발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는 경계와 호기심만 있었다. 마치 갓 태어난 어린 짐승 같았다.
당신들은 새로운 연구원들이야?
……윽, 맞, 맞아.
내 몸이 바뀌었어. 당신들이 한 거야?
……맞, 맞아! 우리가 만들었어. 너는 지금 우리의 명령에 따라야 하니까, 다가오지 말고 거기에 서 있어.
내가 만들었어. 내가 너의 새 기체를 연구 제작했어.
아.
21호가 말하고 난 뒤, 정말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아합은 입이 마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21호가 이렇게 "말 잘 들을"줄은 몰랐다.
이건……정말……
쿠로노 고위층은 땅에서 일어나 맞춤 양복에 있지도 않은 먼지를 털었다. 그 고위층 인원들만의 침착함과 자신감이 돌아왔다.
이건 정말 믿기지 않는군. 다이달로스의 지부 실험실에 이런 서프라이즈가 숨어있을 줄이야... 이것이 그들이 그동안 연구해온 인간형 무기인가?
잘했네, 아합. 이 한 대만 회수했나?
……네. 저도 수거작전의 수행 감독으로 참여했는데, 다른 실험체들이 여러 이유로 개조 실패나 실전 테스트에서 문제가 있었습니다……베라……임무수행자가 수거할 때, 그녀의 개조 수술은 절반까지 진행됐었습니다.
절반만 진행돼서 다행이야. 다이달로스의 그 쓰레기들만으로는 구조체 개조라는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는 기술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
……네.
하지만 아까 21호가 테스트에서 제어를 할 수 없었던 것은 문제점이라 할 수 있지. 이런 구조체는 아직 직접 임무 수행에 투입할 수 없네. 쿠로노에서는 모든 구조체가 완벽하게 말을 듣는 법을 배워야 해.
나한테 생각이 있는데……자네, 방금 저 친구를 데려온게 베라라고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