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백색 스펙트럼 / Story
우리
>시곗바늘은 6시. 6피트 크기의 새하얀 침대에서 깨어났다.
정각에 방 안에 있는 스피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가사는 "Put your head on my shoulder，Whisper in my ear，baby" 딱 이 한 구절만 나오고 있었다.
시곗바늘이 7시. 세안을 마친 뒤의 공백 시간이다.
이때는 방 안에 하나뿐인 의자에 앉아, 의료 기계가 규정대로 실시하는 신체검사와 주사 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색 의료 기계와 조용히 눈을 마주쳤다. 검사 상황에 따라 의료 기계는 안전을 뜻하는 "녹색", 대기를 뜻하는 "주황", 위험을 뜻하는 "빨간색" 등 다른 색깔의 빛을 깜빡였다.
하얀색 외에 유일하게 눈에 띄는 색깔이어서 그녀는 의료 기계가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
오늘은 "녹색"이다. 그녀는 움직일 수 있다.
그녀 앞에 있는 스크린에는 그녀가 다음 날 해야 할 일이 표시되지만, 그 목록들은 전날과 중복된 것들이었다. 그녀는 이것을 수 없이 봐왔다.
시곗바늘이 8시가 되면 연구원의 연구원들이 일을 시작했다. 21호의 방은 복도 맨 끝에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녀는 흰 가운으로 자신을 꽁꽁 싸매는 사람들을 관찰했고, 자기 방에 들어올 "흰 가운"을 기다렸다.
시곗바늘이 8시와 9시 사이가 되니, 방 입구에서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무겁고 순백의 문을 통해 흰 가운을 입은 인원이 들어왔다.
21호, 안녕.
연구자가 의료 기계 앞으로 와, 오늘 그녀의 신체 데이터를 검사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은데.
……
너에게 알려줄 소식이 있어. 너의 개조 수술이 오늘로 앞당겨졌어. 탄탈-193 공중합체 적합성 재검사는 9시고, 수술은 10시에 진행될 거야.
……앞당겨지다니? 뭐 때문에?
연구자는 21호의 질문을 예상 못 한 것 같았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이 실험체는 말은 거의 하지 않고 복종만 했었기 때문이다.
20호 실험체에서... 음, 어쨌든 너와 상관없어.
대답이 막히자 말을 너무 많이 하면 안 된다는 걸 의식하고 연구자는 그저 대충 얼버무렸다.
이거 쓰고 일단 일상 훈련부터 완료해.
……
21호, 알겠어.
연구자는 목줄을 하나를 건네왔다. 방을 나갈 때 21호는 반드시 속박 목걸이를 착용해야 하며 전투훈련 중에도 마찬가지였다. 속박 목걸이에 빨간빛이 들어오면 목에서부터 저리고 심한 통증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21호는 어린 시절부터 속박 목걸이를 착용해 왔다. 이전에는 거부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생활의 일부가 됐다.
목줄을 찬 21호는 연구자의 안내에 따라 방을 나갔다.
시곗바늘이 10시를 가르키자 머리 위의 수술 등이 번쩍 켜졌다.
눈을 찌르는 빛이 거미줄처럼 21호의 망막에 꽂히면서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빛으로 인해 흐려졌다. 마스크를 쓴 의사, 삐삐 소리가 나는 기기들이 몽롱해졌고 그녀는 더 이상 맞은편 벽의 시계를 볼 수 없었다.
수술 표식 확인.
마취를 시작합니다...
마취제가 투입되자 21호의 의식이 흐려졌다.
시작했나?
이런 경험은 21호에게도 낯설지 않았다. 연구소에 머무는 동안 그녀는 적지 않은 "수술"을 경험했다.
그 수술들은 모두 지금 이 수술을 위한 것이다.
의식이 점점 흐릿해지면서 비현실적이고 목적 없는 기억들이 21호 머릿속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왔다.
……21, 21호!
응?
갑자기 문제 하나가 생각났는데. 넌 네가 몇 살인지 알아?
……몰라.
알 걸? 저번에 탄……무슨 공중합체 테스트를 할 때 몰래 의사 손에 있는 보고서를 봤는데 날짜로 따지면 14살일 거야!
응……
근데 네가 연구소에서 제일 오래 있었으니 나보다 나이가 많겠지?
나랑 키가 비슷해 보이고 나보다 더 작고 말랐지만...
모르겠어.
그래서 너는 왜 계속 개조되지 않는 거야.
……
이 질문에 21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안다.
의료 기계.
맞아. 다른 사람은 없는데 넌 의료 기계가 있어. 몸이 안 좋은 이유 때문이지?
응……21호, 아직 불합격이야.
괜찮아. 최근 21호의 훈련 성적이 모두 우수한 걸 봤어!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다... 조금 일찍 개조되면 빨리 여길 떠날 수 있어!
……떠나. 이곳을?
응, 지난주에 구조체 개조 수술을 마친 13호도 연구소를 떠났어. 다른 어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이미 임무에 참가할 수 있대.
응……
어? 설마 21호는 연구소를 떠나고 싶지 않는 거야?
모르겠어. 밖에서 테스트하는 거랑 여기서 테스트하는 거랑 뭐가 달라?
당연히 다르지! 내가 끌려오기 전에……아주 오래전이지만, 바깥세상을 본 적이 있어. 여기와는 전혀 다른 곳……어……한 번에 확실히 말하기 어려운데 아주 흐릿한 인상이지만……한번 보게되면 놀랄 거야.
다리를 꼬고 21호 맞은편에 앉은 여자는 20호다. 다른 실험체와 달리 그녀는 "밖에서 온 아이"였다.
그녀가 다른 실험체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다른 연구원들은 보기 싫어했다. 하지만 그녀는 연구원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틈을 타 혼자 지내는 21호와 이야기하려고 했다.
헤헤……근데 번호대로라면 내 개조일은 21호 네 전에야. 나가면 기다릴게.
왜 나를 기다려?
왜냐면……우린 친구잖아!
친구?
하, 다른 아이들도 답답한 모습이지만 적어도 21호는 나한테 사납게 굴지 않았어. 그리고 내가 너랑 자주 얘기했잖아. 내 생각에 우리는 친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잘 모르겠어.
그럼 약속하는 거야. 네가 나의 첫 번째 친구이고 나도 너의 첫 번째 친구 인걸로 어때?
21호 맞은편의 여자아이는 21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계속 했지만, 21호는 그녀의 이런 행동에 익숙해졌다. 실험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그녀는 안전했고 위험성도 없었다. 또한 그녀 말고는 아무도 21호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21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싸!
소녀는 21호를 덮쳤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뒤이어 소녀는 21호의 품에서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큰일났어……으……그들이 내가 없어진 것을 알았어.
……목걸이가 뜨거워졌어?
아우……아파 죽겠네……나 이만 가봐야 해!
소녀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목에 걸린 속박 목걸이를 손으로 감싸고 21호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통증으로 인해 그녀의 얼굴 표정은 약간 일그러졌다.
그리고 소녀는 작은 걸음으로 달려 21호 시야에서 사라졌다.
개조된 후 이곳을 떠나는 건가?
21호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실험체로 태어나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테스트를 진행하며 훈련장에서 싸우고 다음 테스트를 기다린다. 그녀의 미래는 마치 그녀 방 안에 있는 스크린 위에 목록처럼 이미 쓰여 있었다.
하지만 밖은……다른 색깔도 많을 것이다.
이것은 그녀가 유일하게 알고 싶은 일이었다.
이 소망을 안고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
임무 좌표 주변에 도착했다고 나타났어. 입구를 찾았어?
쯧, 재촉하지 마.
지형도에 따르면 10m 정도 가면 교차로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거기에... 아! 조심해, 너의 오른쪽 복도 코너 쪽에 두 사람이...
수술이 10시로 앞당겨져 시작하게 됐어. 만약 정말 순조롭다면 우리와 함께 차를 마실 수 있었을지도... 어!?
누구야?! 읍——
어두운 곳에서 나타난 사람의 모양이 연구원의 목을 속박한 손을 떼자 두 구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
……가까이 와 봐. 끝났어?
아니면 네가 그 쓸데없는 말을 다 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좋아……그럼 네가 임무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게. 필요할 때 불러, 연락 유지하고.
임무 목표 기억하지? 테스트 성과 회수 그리고 코어 자료까지...
한마디만 더 하면 통신기를 다이달로스 연구소의 경보 센터 스피커 옆에 걸어서 3D 서라운드 리얼리티 시뮬레이션 사운드를 경험하게 해줄 거야.
소동은 일으키지 말고 임무 목표만 무사히 회수하면 돼. 난 널 믿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난 먼저 대기하고 있을게. 안녕.
통신이 두절되는 소리와 함께 어두컴컴한 복도는 다시 고요해졌다.
……허, 나는 어떤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삐—— 삐—— 삐——
21호는 귀청이 터질 듯한 사이렌 소리와 붉은빛 속에서 눈을 떴다.
……윽……
그녀는 자신의 팔다리를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이 마비된 줄 알았던 그녀는 극심한 통증이 다른 모든 감각을 덮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수술실은 텅 비어 있었고, 기계와 수술용 기구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수액관은 이곳저곳 흩어진 거치대에 휘감겨 있었고, 파손된 파이프 속의 혈액과 순환액이 흘러나와 바닥에 떨어져 한데 섞여있었다.
……의사……?
수술실 밖에서 비명, 어수선한 발자국 소리, 총격, 고함, 총기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21호는 그런 통증에 적응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고,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마취 기운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녀는 손을 몇 번 들어서야 자신 얼굴에 씌워진 호흡기를 뺄 수 있었다.
호흡기를 빼는 동작을 따라 그녀는 손 하나를 보았다……그것은 기계로 구성된 매우 낯선 손이었다. 그녀가 손가락을 움직이자 인형의 구형 관절 같은 기계도 덩달아 움직였다.
이것은 그녀의 몸이다. 그녀는 힘겹게 고개를 숙이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전에 없던 막막함과 공포가 그녀를 숨막히게 했다.
그녀의 몸은 이미 기계로 구성된 몸이 되었다. 하지만 온전하지 않았고 자신의 관절을 보니……다리에는 철판이 박혀 있었고 어떤 빈자리는 깊은 곳의 구조까지 볼 수 있었다. 내부에는 전부 촘촘한 전선과 반짝이는 칩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21호는 서서히 숨 쉬는 것을 멈췄다.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호흡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경고, 순환액 역류, 수송관을 제때에 복구하여 수술을 완료하세요——
수술대 옆 의료 기계에 눈부신 "적색" 이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위험을 뜻했다.
21호는 그녀의 몸에서 생명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손을 내밀고 자신의 다리에 빈 부분을 만졌고 빨간빛이 그녀의 손끝에서 깜빡였다. 순환액이 끊임없이 흘러나와 손가락 사이로 떨어졌다. 그녀는 막을 수 없었다.
……폐기는 안 돼……
……의무실……수리……
21호는 수술대에서 떨어졌고, 개조를 완료하지 못한 다리는 어떠한 역할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녀는 거의 생존 본능에 따라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며 수술실 밖으로 기어나갔다.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수술대를 떠나서는 안됩니다. 경고. 수술이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수술대를 떠나서는 안됩니다.
의료 기계는 경고를 했고, 그에게서 나온 파이프 하나는 그녀의 등에 연결되어 순환액과 전기를 끊임없이 보내고 있었다.
21호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잇는 전선이 줄줄이 끊어졌고 금속으로 된 몸이 바닥과 마찰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으며 깨진 유리 부스러기가 그녀 몸에 흠집을 냈다.
21호 등에 연결된 튜브에 이끌려 의료 기계는 21호를 뒤따라갔고 계속 경고음을 냈다.
아……파……
21호는 수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지금과 비교할 만한 통증은 없었다.
21호는 심하게 떨었다. 팔꿈치로 땅바닥을 지탱하고 있던 부분이 바닥에 있는 혈액에 닿아 한쪽으로 미끄러지면서 몸이 차가운 바닥에 넘어지자, 다른 손으로 앞쪽 벽의 튀어나온 부분을 꽉 잡고 몸을 끌어당겼다.
하지만……멈추면 안 돼……
……폐기는……안 돼……
그것은 곧 실험체로서의 삶이 끝날 것이라는 뜻이었다. 21호는 끝나기 싫었다.
……누가……
——아무나 좋으니 누가 와서 나를 수리해 줬으면 좋겠어.
시끄러운 비명소리가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청각 모듈의 손상으로 인해 그녀는 더 많은 것을 들을 수 없었다. 그녀의 세계는 점차 조용해졌고 멀지 않은 곳에 굳게 닫힌 채 끊임없이 빨간빛이 번쩍이는 문만 있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의무실 방향 쪽으로 가 어떠한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길 기도했다.
인공심장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뛰었고 의료 기계는 여전히 쉴 새 없이 "순환액 잔량이 부족합니다"를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심장박동이 서서히 무겁고 느려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펑!
마지막 큰 소리와 함께 21호 앞에 있는 문이 폭파되었다. 21호는 그 소리가 자신의 심장이 아닌 눈앞에서 나는 것을 깨달았다.
파편과 자갈이 튀었고 빛이 부서진 구멍을 뚫고 들어와 21호의 몸에 떨어졌다.
빛……저건……빛인가?
21호가 보았던 모든 빛과는 달리 그녀를 감싸고 있는 빛은 오렌지색이며 기이한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빛 속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붉은색 긴 머리가 바람에 휘날렸고, 빛이 그녀 주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칼 한 자루를 들고 21호를 내려다보았다.
흐릿한 시선 속에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 사람이 빛나고 있는 건가? 따뜻해...
21호는 그 따스함에 손을 내밀었다.
……
왜 나는 경보음을 들었지? 뭐 했어?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내가 왜 네 말을 들어야지?
나는 임무 목적을 완료하는 것만 책임질 뿐,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그 여자는 손을 내밀고 있는 21호를 내려다보았는데 눈에는 감정이 없었다.
칫, 됐어.
그리고 얼굴을 찡그리며 통신을 끊었다.
그녀는 21호를 지나쳐 복도 깊숙이 들어가기 전까지 21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버리지……마……
……21호……
21호의 미약한 도움 요청은 응답을 받지 못했다.
기계로 만든 몸의 무게를 더 이상 지탱할 수 없게 되자 21호의 손은 서서히 처졌고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바람……따뜻한 빛……동물의 울음소리도 있는 것 같았다.
바깥세상과는 한 발짝 거리지만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지만 신발이 바닥을 밟는 맑은 소리가 다시 뒤쪽에서 들려왔다.
...이것밖에 얻을 수 없어.
나의 업무 성과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거야? 응?
그 소리는 멀리서부터 가까워졌고 그녀 옆에 멈추었다.
이 일을 아무 쿠로노 구조체에 맡겨도 나처럼 이렇게 잘할 수는 없을 거야.
다이달로스 지부는 모두 전멸했어. 어떤 자료를 원한다면 직접 가서 수거해. 쓰레기 줍는 건 귀찮으니깐.
전부 소멸했다고?! 고작 너 하나의 구조체로……
여자는 다시 통신을 끊었고 맞은편의 시끄러운 소리를 차단했다.
그와 동시에 의료 기계의 마지막 1칸짜리 전기가 꺼지면서, 21호와 연결된 튜브가 더 이상 덜덜 떨리며 어떤 전송도 하지 않았다.
희미한 감각 속에서 21호는 한 손이 자신의 어깨를 부축한 것을 느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떴고 이번에는 그 여자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여태껏 이렇게 밝은 색깔은 본 적이 없었다.
여성은 머리카락 색깔과 같은 눈동자를 갖고 있었고 사람 전체가 불처럼 빨간 색깔이었다.
상대는 인형을 다루듯이 21호를 바로 세우고 능숙하게 21호에게 지혈해 줬다.
……당신은……
21호는 입을 벌리고 숨을 가쁘게 쉬었다. 그녀는 일찍이 20호가 그녀에게 설명한 적이 있는 "스토리" 속에 존재하는 생물이 생각났다. 그 생물은 빛이 나고 위험이 닥칠 때 찾아와서 구해준다고.
……당신은……천사야?
21호의 질문을 듣자마자 마치 터무니없는 농담을 들을 것처럼 웃었다.
그는 21호에게 다가가 21호 가슴의 상처를 거침없이 막았지만 이전 통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연구원 내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Put your head on my shoulder，Whisper in my ear，baby"
시곗바늘이 4시가 되면 집단 데이터 수집 실험을 해야 한다는 점을 모든 실험체에게 알리는 방송이었다.
천사?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녀는 21호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나는 악마야, 너를 책임지고 지옥에 데려가는.
좋아, 좀 자도록 해. 지옥으로 가는 열차에 탑승한 걸 환영해. 깨어나면 역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이건 21호가 의식을 잃기 전에 들은 마지막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