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길고도 조용한 밤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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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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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즈는 생명의 별의 바깥쪽 복도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긴 복도 양 옆에는 구조체 수술용 각종 의료장비들이 쌓여 있었다. 그것들은 인간을 수술하는 장비처럼 무균 처리할 필요는 없어 복도 양 옆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역원 장치를 안정시키는 특수 연결선 몇 개가 접이식 기계 옆에서 늘어져 있다. 그것들은 공격형, 보조형, 아머형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몇몇 조수들은 각자 필요한 장비를 고른 뒤 단말기로 접이식 기계의 안전 잠금을 풀고 각자 가야 할 점검실로 향했다.

장비를 이동시키니 장비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복도에 새겨진 하얀 무늬가 반즈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 무늬를 따라 올려다보니, 생명의 별의 그 거대한 표식이 새겨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반즈는 그렇게 머리 위의 표식을 가만히 바라보았고, 반즈는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 고요함은 반즈의 휴대용 단말기에 의해 깨졌다. 다급한 알림음이 단말기에서 울려 퍼지자 그는 단말기를 꺼내 잠시 지켜보다가 돌아서 긴 복도를 빠져나갔다.

기체는 어떻지?

반즈는 수리실 한쪽에 앉아 수리실에 있는 구조체의 상태를 물으며 자신의 휴대용 단말기에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어요. 좀 있으면 복귀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장에는...

구조체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며 몸도 점차 떨리기 시작했다. 이를 본 반즈는 단말기를 옆에 두고 손을 내밀어 그를 위로했다. 반즈의 손에 잡힌 구조체는 서서히 떨림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구조체

무너진 건물이 대장의 몸을 꿰뚫었고, 수없이 많은 침식체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그를 산산조각 냈어요.

대장의 비명 소리에 저랑 라테란은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라트란은 소리를 지르며 침식체 무리를 향해 달려들어 대장을 끌어내려고 했죠.

저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도망쳤고, 뒤돌아보니 제 뒤에서 폭발이 일어나 제 몸은 파편과 침식체의 잔해로 찢어지고 폭발의 충격파로 인해 날아가 버렸죠.

그리고 전기 불꽃을 내뿜으면서 라테란의 머리가 제 발 아래로 굴러떨어졌어요. 그의 머리에서 순환액이 넘쳐 흘러나와 제 군화를 물들였죠…

앞의 구조체의 얘기를 듣고 있던 반즈는 잡고 있던 상대방의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구조체

한 번도 폐기가 무섭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구조체는 "죽음"이라는 개념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파괴된 동료들의 끔찍한 얼굴을 보고 깊은 공포를 느꼈습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동료는 순식간에 고철로 변하고 말았죠. 극심한 통증은 온몸으로 퍼져나갔고, 몇 번이나 의식의 바다를 만져도 그 통증과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다른 소대가 오지 않았다면 저도 아마...

반즈

다 지나간 일이야...

구조체

맞아요. 저도 알아요. 다 지나간 일이란 거!

하지만 전 머지않아 새로운 부대에 배치될 거고 전장에 복귀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 그럼 저는 또다시 그 악몽 속으로 돌아가겠죠...

반즈, 넌 거짓말을 폭로할 용기가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이건 올바른 답이 아니야.

거짓말도, 진실도, 우리 구조체에겐 그냥 무의미한 거지.

당연하죠. 거짓말 뒤의 진실을 본 뒤 저희는 결말을 알았어요.

인간을 위해 죽는 건 구조체가 저항할 수 없는 결말이지요.

다만 일찍 죽거나, 좀 더 늦게 죽거나 아니면 어디서 죽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이게 현실이에요.

이게... 현실이... 에요.

구조체의 고백을 들으니 반즈는 예전에 들었던 말들이 떠올랐다.

두 눈을 감으니 보인 것은 구조체가 거짓말을 안 뒤 절망한 표정, 바꿀 수 없는 결말, 그리고 교수가 마지막으로 남긴 입을 닫으라는 손짓이었다.

반즈는 눈 앞의 구조체를 위로하기 위한 단어를 찾아보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러나 뇌리에 떠로는 단어들과 말들은 모두 하나의 답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반즈

……

다음에 버틸 수 없다면... 그냥 의식 회수를 가동하는 건 어떨까?

괴로움에서 벗어난 기체의 의식의 바다를 공중 정원으로 되돌려 놓는 거야.

마치 생전의 상태로 돌아간 듯 따뜻하고 편안할 거야.

구조체

하지만 그건 도피잖아요...

반즈

의식의 바다 이탈이 발생하는 도피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본능에 따르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구조체

그런가요?

반즈

당연하지. 인간이 구조체에게 이런 보험 수단을 만들어 둔 건, 너희들이 전쟁터에 마음 놓고 나설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가 아니겠어?

구조체

그, 그건 맞는 말이네요.

후...

제가 바쁘신 의사 선생님을 붙잡고 너무 오랫동안 얘기했군요.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반즈

괜찮아...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구조체

하지만 선생님처럼 구조체를 위해 인내심을 갖고, 시간을 들여 이야기를 들어주는 의사는 없습니다.

……

후우...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감사해요. 의사 선생님.

다음 번에는 우리가 생명의 별이 아닌 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래요.

반즈

그런 날이 오기를...

네?

구조체에게 표정을 보일 틈도 없이 반즈는 재빨리 등을 돌려 정비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