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별들의 노래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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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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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흐른 걸까?

세상은 어떻게 변했을까?

난... 도대체 뭘 하는 걸까?

그녀는 이제 모든 개념들을 잃어버렸다.

그녀 스스로가 누군지도 이제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녀는 한참을 방황했다.

유감이지만 당신의 운명은 본인과는 무관합니다.

목표 구조체 탈취 성공, 침식율, 기능이 모두 기대에 부합합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다.

이미 너덜너덜해진 몸의 일부가 또 뜯겨 나갔다.

……

……

롤랑, 아직도 이 여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까?

재미있지 않아? 완전한 죽음도 아니지만 살아있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의 그녀는 자신을...

...이 세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정말 흥미로워.

도대체 뭐가 널 붙잡아두는 거야? 이런 꼴이 되고서도 아직도 살려고 발버둥치다니.

……

네 동력원은...

하, 그런 거였나? 어쩐지...

……

가브리엘도 발견했을지 몰라.

그냥 내 곁에 남아. 그럼 적어도 아름다운 꿈 속에서 살 수 있을 테니까.

……

붉은색 파도가 가브리엘의 발끝에서 출렁였고 대량의 이합 생물이 가브리엘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수많은 물질들이 파도 속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이합 생물의 일원이 되었다.

침식체들이 가브리엘 근처를 맴돌았다. 가브리엘은 갑자기 이형의 거대한 손으로 침식체들을 조각으로 만들어 적조를 향해 던져 버렸다. 파도 속 이합 생물들은 이 조각들을 향해 몰려들었다.

그리고 가브리엘은 오른손으로 옆에 있는 검은색 상자를 들었다.

침식체만 사용하는 건 너무 느립니다.

가브리엘은 상자를 파도 속에 묻어버렸다. 이합 생물들은 미친 듯이 상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생물의 침식을 받은 상자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고 상자 안에 담겨있던 몸통 조각이 드러났다.

자, 진짜 식사다.

그녀는 기나긴 고통의 세월을 이겨냈다.

비통한 노래에 늑대는 울부짖었고 분노한 곰의 마음을 울렸다.

이것은 영겁을 넘는 듯한 고통이었다. 그 어떤 것도 그녀를 고통 속에서 해방시킬 수 없었다.

연기 같은 망령이 그녀의 의식을 붙잡고 끝없는 회상 속에 깃들게 했다.

신앙도, 명예도, 최후의 용서와 축복도 존재하지 않아.

오직 끝없는 증오와 분노르만이 있지.——젠장, 우린 왜 모든 걸 직면해야 하며, 왜 하필 우리가 거기에 서 있어야 하고, 왜 우리는 그렇게 모든 것을 소멸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는 거지?

정말 미안해. 우리가 너희를 데리고 나가지 못할 것 같아. 하지만 세레나, 네가 가지고 있는 그 조각은 아마 아주 중요한 열쇠일 거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공중 정원으로 가져가야만 해...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모두 나타났다.

결국 시야는 적색으로 물들었다.

그녀와 똑같이 생긴 누군가가 적색 물결 위에 서 있었다.

도대체 왜 아직도 버티고 있는 거지?

넌 이제 네가 누군지도 기억하지 못하잖아.

네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이미 널 부정했어. 지금까지 걸어온 건 그 약속 때문이었지.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누가 그 약속을 신경 쓰고 있을까?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어.

널 버린 사람들을 마음껏 미워해. 네가 겪었던 부조리한 일들에 마음껏 분노해.

넌 그렇게 할 자격이 있으니까.

이리와. 나와 함께 이곳에서 잠드는 거야.

……

……

그 전까지... 난... 인간은 죽음이 끝이고... 구조체는 파손되면 고철덩어리가 되어버린다고 생각했어. 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그런 존재 말이야.

난 누구도...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어... 하지만 네가... 그에게 노래를 불러주었지...

그건... 내가 이번 생에... 들었던...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어...

아주... 순진한 방식이었지.

하지만... 정말...

아름다웠어...

만약 이 세상의 모든 게 그렇다면... 참 좋을 텐데.

……

아니, 그들은 날 부정하지 않았어.

그 누구도 그걸 부정하지 않았어. 그걸 부정했던 건 나 자신이었어.

세레나는 고개를 젓더니 그녀의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널 기다리고 있는 건 더 깊은 지옥일 거야.

세레나

알고 있어.

세레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싸울 이유가 없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삼두 괴물은 단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걸.

단테는 그들을 버리고 지옥과 연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과 함께 이곳까지 걸어왔다.

그들은 발톱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다가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걸 위해.

두 다리를 잃어도, 발톱은 있고,

발톱이 떨어지면 날카로운 이빨이 있다.

아무리 힘들고 처량하고 추악해도.

그녀는 살아가야 했다.

어디 한 번 지켜보라지.

그녀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는지.

적색 물결 속에 남은 잔해 속, 미지의 존재가 보라색 눈을 번쩍 떴다.

몸이 아래로 가라앉고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이미 조각 난 의식의 바다가 더 찢겨졌다.

세레나는 자신이 미끼였는지 종자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그녀를 분해하는 듯하더니 다시 해체하고 구성했다.

그녀는 물에 빠진 사람이 마지막 산소를 흡입하려는 듯 버둥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이 그녀의 눈에 떨어졌다.

그 순간,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듯하던 의식의 바다가 이상할 만치 고요해졌다.

별들이 움직이고 그녀의 눈 앞에 아름다운 은하수가 펼쳐졌다.

달빛이 보석보다 더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가... 지구로 돌아온 건가?

정말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이라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응? 아이라가 누구지?

이런 모순적인 생각을 하며 세레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 올랐다. 그리고 결국 넘실거리는 파도 속에 잠겨버렸다.

——누군가는 태어난 순간부터 행복하고.

——누군가는 태어난 순간부터 기나긴 어둠에 파묻힌다.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

——신은 빛을 발한다.

——빛이 넘치는 낮에 사는 자는

——신을 사람 속에서 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