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 속에 안긴 구조체의 마지막 활동 신호가 사라졌다. 세레나는 그를 살짝 바닥에 내려놓은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 죽음의 땅을 떠나버렸다.
그녀는 살아남아야 했다.
무슨 수를 써서든 살아남아야만 했다.
공중 정원이 우주 정거장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궤도 높이를 높였다지만 궤도가 수평적으로 만나는 순간 통신 채널이 연결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했다.
우주 정거장의 통신실을 찾을 수만 있다면 자신의 신호를 우주 정거장에서 무차별적으로 나오는 백색 소음 속에...
언젠가 누군가가 그녀의 구조 신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그녀의 부모님, 친구...
그녀는 아직 못한 일이 너무 많았다. 혼자 이런 곳에서 시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희망을 포기할 수 없었다. 중요한 정보를 반드시 가지고 돌아가야 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방패로 그녀를 위해 피의 길을 깔아주던 그 순간부터 그녀의 목숨은 그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은 선발 대원들의 뜻을 이어받아 계승한 그릇이다.
그녀는 우주 정거장의 외각까지 걸어갔다.
이제... 곧 올 거야.
선발 부대는 전에 조사했을 때 이 구역을 지났었다. 이 근처에 통신실이 있었다는 사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굳게 잠긴 자동문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것은 우주 정거장의 중요 관문 중 하나로 권한 레벨이 아주 높았다.
몇 번을 시도한 후에야 세레나는 자신의 연산 능력으로는 잠긴 이 문을 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자신의 힘으로 충분히 적을 파괴할 수 있다는 확인한 세레나는 망설임 없이 무기를 휘저었다.
철문이 굉음을 내며 쓰러지고 그 순간, 안내방송이 우주 정거장에 울려 퍼졌다.
코롤료프가 안내해 드립니다. 어린이 여러분, 우주 정거장을 관람하실 때, 관련 관리 규정을 준수하고 안내에 따라주세요.
코롤료프...가 뭐지?
어린이 여러분, 공공시설을 소중히 다뤄주세요...
안내방송의 내용에 세레나는 가슴이 서늘해졌다.
무력으로 우주 정거장의 시설을 파괴한 어린이는 벌을 받게 된답니다.
규정을 위반한 관객은 교화 장소로 옮겨져 부모님과 1주일간 떨어져 지내게 될 것입니다.
뒤편에서 로봇들이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우주 정거장을 맴도는 안내방송의 출처를 알 수 있었다.
세레나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려보았다.
지금부터 여러분들께 인간 면역 매커니즘의 기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퍼니싱은....
거대한 구형 로봇 침식체가 세레나의 뒤편에 나타났다.
힐끗 바라보기만 해도 세레나는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녀 혼자서는 절대 쓰러트릴 수 없는 침식체였다.
몸에 장착된 회로 하나하나가 당장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세레나는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금처럼—— 면역세포로 인식되어 잡히고 파괴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