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허망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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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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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번 지하 도시의 연기가 자욱한 폐허 속, 수녀복을 입은 여성이 다리를 끌며 힘겹게 골목을 누비고 있었다. 다친 다리의 케이블과 부품이 그녀는 인간이 아니라 로봇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이름이 없었으며 사람들은 외형대로 그녀를 "수녀"라고 불렀다.

……

그녀는 뭔가에 쫓기듯 이따금 뒤돌아보며 가다가 마침내 어느 건물에 멈춰섰다. 앞뒤로 침식체가 나타나 포위된 상태였다.

여기까지인 것 같네... 아이들이 잘 도망갔을까... 뭐, 내가 걱정할 일도 아니지. 나도 어쩌다보니 아이들을 맡은거니까.

이곳은 019번 지하 환풍구, 높이 치솟은 환풍구는 하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곳은 유일하게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수녀형 로봇이 품에서 담배를 꺼내 입을 물었다. 평소에는 주위에 아이들 뿐이라 한번도 꺼내지 않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한 대 피우는 건 괜찮겠지...?

하지만 침식체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녀는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이었다.

저것들도 아나 보네. 나도 곧 같은 존재가 될 거라는 걸...

퍼니싱 침식도가 높아지면서 담배를 들고 있던 수녀의 왼손이 제어하기 힘들기 시작했다.

담배 한 대의 여유도 주지 않는 건가? 이 세상은 참 끔찍하네.

수녀는 품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녀가 싸울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은 손으로 자신의 목을 조준한 순간, 아무리 노력해도 방아쇠를 당길 수 없었다.

시스템 알림

[조건 제한: 자해 행동은 금지입니다. 제한 출처는 (교의)입니다.]

하하하...죽는 방법도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건가? 인간들이여, 참으로 오만하구나.

우리에게 자유를 주지 않을 생각이었으면서 왜 로봇에게 사유 능력과 지능을 부여한 거지...후대를 육성하는 걸 싫어하면서 왜 자식을 낳는 걸까...

수녀는 그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주여...이것이 바로 당신이 창조한 최고의 걸작인가요?

???

다른 사람에게 구원을 청할 필요는 없어... 인간에게 속죄하도록 해야 해.

수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하늘에 나타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그녀의 로봇 영혼을 거두러 온 천사가 아니었지만 순간 너무나도 신성해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 위험해 보였다.

넌...그 여자 아이잖아? 넌 루나...맞지? 아직 살아있었구나...

수녀는 루나를 알아보았다. 그녀는 쿠로노가 구조체로 개조시키기 위해 데리고 간 아이들 중 한 명이었다.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었다. 수녀는 왠지 안도감을 느꼈지만, 그녀 앞에 선 루나는 결코 평범한 구조체가 아니었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나도 승격 네트워크의 대행자일 뿐이니까.

승격 네트워크...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많은 데이터가 수녀의 전자 대뇌에 흘러들었고 그녀는 루나가 어떤 존재인지 대충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너...침식체야?!

루나는 수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당신은 첫 번째 선별을 통과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 내 권한을 받아들이면 퍼니싱을 두려워하지 않게되고,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고.

그런데 수녀는 웃기 시작했다.

루나, 아마 지금의 넌 손가락만 튕겨도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겠지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더니 루나를 향해 담배 연기를 뱉었다.

난 절대 인간을 배신하지 않아...내 신념을 굽히는 게 죽는 것보다 더 무서우니까.

당신은 곧 좀비 같은 침식체가 될 거야. 죽음보다 더 비참한 결말이겠지.

수녀는 이미 통제를 잃은 왼손을 보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퍼니싱은 내 육체를 앗아갈지 몰라도 인간으로서의 내 영혼은 빼앗아갈 수 없어...그 괴물들이 나한테 남긴 유일한 자부심이니까.

너도 마찬가지잖아....루나...승격자가 되었으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겠지.

승격 네트워크의 의지가 바로 승격자의 의지...

하...그래? 그럼 왜 아직도 그 인형을 곁에 두는 거지?

루나는 그제야 승격자가 되어 몽롱한 정신 상태인 자신이 여전히 엉망이 된 바보 개구리 인형을 꽉 잡고 있음을 발견했다.

……

승격자가 되고 의식의 혼란스러움이 걷히면서 그녀는 자신이 죽인 게 언니가 아니었음을 이미 알아챘다.

하지만 일부러 언니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 위해 애썼다. 그녀는 자신의 인간성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아니, 그녀는 무서웠다. 스스로가, 그녀의 언니가 이 모든 진실을 알게 될까 봐.

내가 여기 오기 전에 이곳에 있던 아이들이 말하더군. 우리와 같은 출신인 여자아이가 군대를 따라 이 근처를 지났다고...

네 언니...루시아는 아마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을 거야.

수녀의 말을 들은 루나는 잠깐 망설이더니 결국 수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퍼니싱이 완전히 그녀의 의식을 침식하기 전, 그녀는 텅 빈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내가...괜한 말을 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