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허망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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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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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

조용한 쓰레기 처리장, 무언가가 잔뜩 쌓인 잔해와 시체를 밀어내며 한 모습이 나타났다.

내가 아직...살아있다니...?

어두운 그림자는 가슴팍을 더듬어 단추를 푸니 잡동사니들이 와르르 떨어졌다. 그리고 잡동사니의 뒷면에는 총알이 그대로 박혀있었다.

이게 날 구한 거였어...히히, 쓸모가 없긴 왜 없어! 이렇게 내 목숨까지 살려줬잖아. 난 역시 운이 좋아! 윽...아파...

비상 라이트를 켜니 주위의 환경이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 어둠 속 그림자는 바로 레이티였다.

비록 침식체 전용 강력 총탄이었지만 레이티가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훔쳐 가슴에 숨겨둔 덕분에 구조체의 탄탄한 기체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던 것이다.

이게 뭐야...?

레이티는 품에서 부드러운 무언가를 꺼냈다. 못생긴 개구리 모양의 인형이었다. 상점가에서 주운 것이었는데 너무 독특하게 못생긴 외모에 끌려 다른 잡동사니들과 함께 보관했던 것이다.

그래, 이런 것도 다 쓸모가 있다고.

레이티는 인형을 가슴의 상처에 쑤셔 넣어 계속 흐르는 순환액을 겨우 막아냈다.

그런데 여긴 어디야! 이봐! 날 내보내줘!

레이티는 힘껏 철문을 찼다. 무거운 소리만이 들릴 뿐, 아무 반응도 없었다. 철문은 그녀의 상상보다 훨씬 더 두꺼웠다.

[삐]...그 아저씨 이번에는 날 죽이지 못했어. 여기서 나가면 그 역겨운 얼굴을 찢어버릴 거야...그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를 듣고야 말겠어.

레이티는 그린스의 얼굴을 상상하며 비참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이때 체내에서 경보음이 흘러나왔다.

퍼니싱 농도 상승 경보...이게 뭐지?

레이티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돌린 순간, 어두운 처리장 깊은 곳에서 여러 개의 적색 빛이 나타났다. 그녀는 전에도 이런 적색 빛을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적색 빛은 피와, 비명과 죽음을 동반했었다...

침식체?!!

레이티는 가슴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기어올라 쓰레기 처리장의 코너를 향해 달려갔다.

왜! 왜! 왜 여기 침식체가 있는 거야!

하지만 적색 빛은 그녀의 상상보다 더 빨리 퍼졌고 여긴 딱히 몸을 숨길 만한 곳이 없었다. 도망치던 레이티는 그만 넘어지고 곧 침식체들에게 둘러쌓였다.

으아아악! 왜...왜 내가 여기서 죽어야 하는 건데!!!

레이티는 제식권총을 꺼내 가까이 다가오는 침식체들을 향해 발사했다. 하지만 총알을 전부 사용했음에도 단 한 발도 명중하지 못했다. 그녀는 훈련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은 게 처음으로 후회되기 시작했다. 적어도 사격 훈련 시간에는 자는 게 아니었다.

[삐——][삐——]

레이티는 허둥지둥 탄창을 교체했으나, 떨리는 두 손은 탄창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 가슴에 쑤셔 넣었던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고 그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탄창도 멀리 미끄러지고 말았다.

레이티가 달려가 탄창을 줍기 전에 침식체들이 그녀의 주위에 몰려들었다.

삐——삐——!!

끝...끝났어...

레이티는 이번에야말로 침식체들의 손에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둘러싼 침식체들은 포효만 할 뿐 더 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언니...!

누군가 두 손으로 레이티를 부축했다. 그녀가 한번도 본 적 없는 구조체였다. 하지만 그녀를 비롯한 다른 신병들과 비슷한 나이대였고 착용한 복장들도 비슷했다.

레이티는 마지막 동아줄을 잡는 심정으로 그녀에게 친한 척 인사를 했다.

고, 고마워! 우린 전우야. 우리 함께...

하지만 레이티는 곧 왠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녀를 구한 사람은 전우가 아니었다. 심지어 그녀와 같은 구조체도 아니었다. 상대는 침식체였다!

레이티가 도망치려던 순간, 침식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레이티는 기절할 정도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언니...역시 날 데리러 와줬구나...루나는...루나는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

루나라는 침식체는 레이티를 공격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린 아이처럼 울기 시작했다. 이에 레이티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여긴 너무 어둡고 무서워...하지만 난 언니 말만 믿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언니가 날 구해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언니? 하지만 난...

레이티는 똑똑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영악한 편에 속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려던 레이티는 침식체가 자신을 언니라고 착각하고 공격하지 않았음을 눈치챘다.

루...루나? 그래, 루나야. 언니가 널 데리러 왔어!

루나는 눈물을 흘리며 밝게 웃었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루나의 품에 안겼다.

악! 아파, 아프다고! 이거 놔!!!

밀려난 루나는 화도 내지 않고 바닥에서 무언가를 주었다. 레이티는 그제서야 자신의 상처를 막는데 사용했던 인형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탄창과 함께 떨어진 게 분명했다.

바보 개구리... 바보 개구리다!

언니, 역시 계속 가지고 있었구나! 역시 날 찾으러 올 줄 알았어.

미안, 언니...아무 말도 없이 떠나는 게 아니었는데. 걱정 많이 했지?

레이티는 순환액이 잔뜩 묻은 못생긴 인형을 품에 안은 루나를 보며 역겨움이 몰려왔지만 동시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괜, 괜찮아! 우리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그래. 하지만 이제 어떻게 떠나지...

레이티는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루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괜찮아. 언니가 이미 방법을 생각해뒀어. 하지만 여기서 도망치려면 일단 적을 처리해야 해.

적...?

그래...저쪽에 있는 침식체들 보여? 지금 없애지 않으면 난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저것들은 루나를 공격하지 않던데...

널 속이는 거야...

...내가 속은 거라고?

그래. 널 현혹시키려는 거야. 저것들은 괴물이야. 네 언니를 죽이기 위해 널 속이는 거라고.

설마...언니 말을 못 믿는 거야?

아니! 난 언니를 믿어! 루나는 영원히 언니를 믿어...

그럼 언니 대신 저것들을 전부 죽여줘...하나도 남김없이...

그래...그래!

루나가 죽을 힘을 다해 싸우는 걸 보던 레이티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애썼다.

뭐야...난 역시 운 하나는 끝내 준다니까. 힘내, 내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