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쿠로노 소속 부대 텐트 밖에는 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소년, 소녀들이 한 줄로 서 있었다.——그들은 얼마 전 개조 수술을 거쳐 탄생한 구조체들이자 인류의 새로운 희망이었다.
그린스가 이곳에 온지 몇 주가 지났다. 루나가 침식체로 변했던 사고가 있은 뒤, 쿠로노의 연구 부서는 개조 수술에 성공한 구조체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으며, 그린스와 함께 온 부대 중 몇몇 대원들도 개조를 마쳤다.
어쨌든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모두들 불안감에 떨기 시작했다. 비록 구조체가 되었지만 큰 각오를 가지고 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잔뜩 긴장한 상태의 신병들과 달리 그린스는 여유롭게 바위 위에 앉았다.
안녕~ 아기들, 오늘부터 이 그린스가 너희들의 실전 훈련을 맡게 될 거야.
왜 박수를 치지 않는 거지? 리틀 닉, 부하들을 어떻게 가르친 거야?
……
니콜라는 그린스를 상대하고 싶지도 않다는 듯 두 눈을 감았다.
에헤이, 내 체면 좀 살려주라고.
신병들이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하나둘씩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몇몇은 그린스가 웃기다는 생각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얼굴에 짜증이 가득한 한 소녀는 웃지도 않고 박수도 치지 않았다.
쳇, 아저씨 주제에...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린스는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레이티, 네 말이 맞아. 난 한낱 아저씨일 뿐이지 별로 대단한 존재가 아니야.
그린스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레이티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하지만 그린스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바위에서 일어나 신병들에게 말했다.
니콜라는 너희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너희들이 쪽쪽이를 물고 있든 기저귀를 차고 있든 상관 없어. 오늘부터 너희들은 더 이상 보호 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다. 오늘부터 너희들은 인간도 아닌 거지...
그린스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신병들 사이를 누비며 신병의 얼굴 하나하나를 훑어보았다.
너희들은 괴물과 싸우는...괴~물~이라고.
그린스는 히죽대며 웃었지만 이번에 신병들 중 누구도 감히 웃지 못했다.
물론 인간이든 괴물이든 훌륭한 존재와 쓰레기는 존재하기 마련이지.
마지막으로 그린스는 의도인지 아니면 우연인지, 레이티 앞으로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훌륭한 괴물은 공중 정원에 진입할 수 있는 것들이고, 쓰레기들은... 당연히 쓰레기통에 처참히 버려지는 것들이지.
이봐... 그게 무슨 뜻이야!
오늘부터 너희들의 전투 능력과 역원 장치의 연결 적응성을 다시 점검할 예정이다. 기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바로 폐기된다. 더 이상 너희들의 뒤처리를 해 줄 사람은 없어.
배려가 가득한 교육이나 위로가 아닌 즉시 폐기다! 변기에 처넣고 물을 내리면 휘리리릭 사라지 듯 말이야~~ 알겠어?
하지만 전투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역시 소중한 전력입니다. 더...
훈련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는 자식들은 전장에 나가서도 결국 새로운 침식체로 될 뿐이야.
그린스는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연구원을 바라보았다. 마치 괴물을 바라보듯 말이다.
그럼 누가 이 자식들을 무덤으로 보낼 거지? 내가? 아니면 자네가?
연구원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니콜라는 그를 저지했다.
신병 중 누군가가 다른 이들을 밀치더니 그린스의 앞으로 달려왔다. 또 레이티라는 이름의 그 소녀였다.
지금 장난해! 난 공중 정원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죽음을 무릎 쓰고 그딴 수술을 받은 거라고!
난 이런 시궁창에서 훈련도, 테스트도 받지 않을 거야...얼른 공중 정원으로 가게 해줘!
그린스는 인내심 있게 웃으며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여긴 시궁창이지. 이 아저씨도 여기서 너희들과 소꿉장난이나 할 생각은 없단다.
난 건방진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 하지만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좋을 거야. 그게 아니라면...
그저 웃기지 않은 광대에 지나치지 않아.
레이티는 분노로 인해 얼굴이 벌개진 채 그린스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둔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그린스는 쉽게 레이티의 주먹을 피하더니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이거 놔!
레이티는 손목을 뿌리치려고 애썼다. 원래대로라면 구조체인 레이티는 보통 인간들보다 힘이 월등히 더 세기에 그린스 정도는 쉽게 뿌리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이티가 힘을 쓰려던 순간 그린스는 갑자기 손에 힘을 풀었고 레이티는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구조체의 힘을 통제하지 못하고 중심을 잃었다. 그린스는 그런 레이티의 다리를 차버렸고 그녀는 털썩 넘어지고 말았다.
죽여버릴 거야!!!
레이티가 그린스에게 달려드려던 순간 그린스의 총구가 그녀의 가슴을 겨누었다.
말했지, 난 너 같은 자식을 싫어하지 않아. 큰 소리로 소리쳐도, 중요한 존재가 되어도, 심지어 날 죽여도 돼. 하지만 그럴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겠지.
그린스는 소매춤에서 접이식 칼을 꺼내더니 레이티에게 던졌다.
하지만 넌 약하고 멍청하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넌 가장 기본적인 규율도 지키지 않는다는 거야.
그린스는 코믹한 디자인의 노트를 꺼내 기록을 읽었다.
보고에 따르면 자꾸 핑계를 대며 훈련에 불참한다지? 도대체 어디로 갔을까?
그, 그걸 내가 어떻게 기억해!
아주 좋아. 기억력도 별로인가 보네...하지만 괜찮아. 내가 기억나게 해줄 테니까.
그린스는 노트를 펼치더니 과장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훈련을 빼먹고 길가를 돌아다니며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색하거나 평민들이 사는 곳에 침입하여 재물을 훔친다던데. 정말인가?
그린스의 말에 레이티는 부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당당해 보였다.
그래서 뭐! 난 목숨을 걸고 그 사람들을 지키고 있어! 그깟 돈 좀 가지는 게 뭐 어때서!
구조체는 그딴 물건 따위 필요 없어...넌 탐욕스럽고 멍청한 것뿐이야. 태생적으로 천박하지.
그린스는 권총의 잠금을 풀고 다시 레이티를 겨누었다.
어... 정말 쏘려는 건 아니지...?
괴물이라고 생각하기엔 넌 너무 약하고, 인간으로서도 넌 쓰레기야. 과연 네가 살아야 할 가치가 있을까?
그린스는 웃으며 레이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가~
총소리가 연속적으로 울려 퍼지고 훈련장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이런씨... 총알 또 낭비했네. 리틀 닉! 이것 좀 봐, 망나니 같은 애들은 각오도 없고 인성도 없는 쓰레기야. 너희들 지금 시간 낭비 중이라고.
니콜라는 무표정으로 레이티를 힐끗 바라보았다.
살아남기 위해 그런 짓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고, 그 중에도 훌륭한 병사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들이 있습니다.
니콜라는 선후로 구조체가 되겠다며 자원했던 자매를 또다시 떠올렸다...그는 왠지 두 사람이 "살아"남는다면, 정말로 인간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린스는 흥미를 잃은 듯 부정하지도 않고 턱을 만지작거렸다.
아마 그럴 수도 있겠지. 리틀 닉이 인정한 아이라면 아마 정말 인재일 거야. 정말 그런 사람이 있다면 나한테 보고해, 내가 상부에 추천할 테니까. 그리고 저 쓰레기들은...
그린스가 바닥에 드러누운 레이티를 바라보자 옆에 있던 리더가 바로 앞으로 나왔다.
장관님, "쓰레기"는 쓰레기 처리장에 바로 버리겠습니다!
너 이 새끼...언제 이렇게 빠릿빠릿해진 거야? 솔직히 말하면 좀 징그러울 정도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