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허망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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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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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오늘도 나가...?

응, 이제 음식도 다 떨어졌어. 그리고 낮에는 너무 위험해. 침식체들도 있고...못된 마음을 먹은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정말 이렇게 나 혼자 자야 하는 거야? 좀 무서운데...

두려워할 것 없어. 네가 어두운 곳으로 가지 않는 이상 위험하지 않을 거야.

괴물들은 정말 어두운 곳에 있는 걸 좋아해?!

응. 굉장히 무시무시한 괴물이지. 우리 같은 어린 아이들은 한입에 집어삼킬 만큼.

언, 언니!

왜 그래?

손 잡고 자면 안 돼? 오늘 밤만이라도!

어젯밤에도 손 잡고 잔 것 같은데...

언니...정말 안 돼?

안 돼...

정말 정말 안 돼?

……

언~~~니~~~

아...그래...그럼 약속해...얌전하게 자겠다고.

응!

루나는 눈을 감았다. 언니의 따뜻한 손을 잡으면...조용하고 빛 없는 밤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언니는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지 않았다.

언니?

루나는 기쁜 얼굴로 다가가 언니의 손을 덥석 잡았지만 그것은 차갑고 딱딱한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손이었다.

――언니!!

몽롱한 꿈에서 깨어난 루나는 방금 전 그녀가 잡은 손을 들어 희미한 불빛에 비춰보았다. 놀랍게도 그것은 정말 사람의 손이었다. 비록 손 밖에 남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건 바로 침식체의 손이었다! 전에 루나도 침식체들이 길가에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본 적 있었다. 언니는 절대 저 괴물들에게 다가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으아아악!!

깜짝 놀란 루나는 손을 던져버리고 뒤로 물러섰지만 무언가를 밟고 넘어지고 말았다.

온몸에 상처가 뒤엎인 듯이 격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육체의 고통보다 더 불편한 건 머리 속의 이상한 느낌이었다.

이상한 잡음이 그녀의 귓가에 맴돌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놀랍게도 그 소리는 그녀 자신의 목소리였다.

여긴...여긴 어디지?!

루나는 언니 몰래 대단해 보이는 어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구조체"가 되겠다고 한 것이 떠올랐다.

비록 "구조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구조체가 되면 그녀도 언니도 매일 배불리 밥도 먹을 수 있고 뜨거운 물에 샤워도 할 수 있는 공중 정원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의사 언니가 주는 약을 먹고 잠들었어...그리고...

루나는 잠들기 전 도대체 뭘 해야 하는지 기억해내려고 애썼지만 지금 그녀의 기억은 뒤죽박죽이었다.

여긴...너무 어두워...누, 누구 있어요?

루나는 주위에 누가 있는지 확인했지만 돌아오는 건 메아리 뿐이었다.

언니...언니...나 너무 무서워...어디 있는 거야...

이곳에는 따뜻한 모닥불도, 따뜻한 언니도 없었고 차가운 어둠 뿐이었다.

언니 생각에 눈물이 루나의 얼굴을 뒤덮었다. 하마터면 대성통곡을 할 뻔 했다.

하지만 이때 어둠 속에서 낮은 으르렁 소리가 들려왔고 깜짝 놀란 루나는 우는 것도 멈추고 입을 틀어막았다.

설마 언니가 말한...괴물?!

방금 으르렁 소리가 흘러나온 쪽에서 누군가 다리를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더 가까워졌다.

이...이쪽으로 오고 있어!

괴물들은 빛을 무서워하고 그래서 어두운 곳에만 있는 거라고 언니가 그랬어. 빛만 찾을 수 있다면...

루나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고 멀지 않은 곳에서 자극적인 붉은 빛을 내뿜는 언덕을 발견했다.

저곳에 도착하면 괴물이 쫓아오지 않을 거야!

결단을 내린 루나는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붉은 빛이 흘러나오는 곳을 향해 달려갔다.

적색 빛은 점점 다 가까워졌고 루나는 비로소 그 적색 빛을 발산하는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침...침식체...

잔해 더미 꼭대기에 상반신만 남은 침식체가 보였다.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건 침식체의 기능이 아직 완전히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루나를 발견한 침식체는 일부 밖에 남지 않은 머리를 돌려 루나를 바라보았다.

끼익...끼익...!

침식체는 루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머리가 새하얘진 루나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언...언니...

눈물이 또다시 흘러나왔다. 수많은 살아있는 인간들이 침식체에게 조각조각 찢어지는 잔인한 장면들이 루나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들은 괴물이었다...어둠 속에 사는 식인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침식체는 루나를 공격하지 않았고 그녀의 손을 스르륵 놓더니 정지 상태를 회복했다.

루나

이건...

침식체의 붉은 빛에 빌어 루나는 온몸이 아픈 이유를 알 수 있었다.——수많은 총상이 그녀의 몸을 뒤덮은 상태였다.

루나

이게...나라고...?

더 훌륭하게 싸우기 위해 루나의 몸은 구조체로 개조된 뒤 조금 더 성장하게 될 거라고 어른들이 말해준 바 있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절망에 빠지게 한 건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이었다. 침식체들과 똑같은 괴이한 붉은빛이었다.

(잡음)

——침식 계수가...기준점을 초과했습니다...수치가 아직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침식이 확산되기 전에...처리해.

——시작해, 모든 "잠재 침식체"를 소멸한다.

——폐기된 쓰레기는 당연히 쓰레기장에 버려야하는 거 아닌가?

루나는 침식체의 눈을 응시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점차 녹아버리더니 적색 빛이 점점 퍼져나갔고 결국 온통 적색으로 뒤덮이고 말았다.

루나

내가 침식체라고? 나도...괴물이라니...

루나의 귓가에 맴돌던 잡음이 점점 더 가까워졌고 마치 귓가에 속삭이듯 점점 가까워졌다.

(잡음)

갈망...충동...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

인류... 인류를... 인류를 소멸...

적색빛 광경 속에서 루나의 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 소리는 바로 그녀의 목소리였다.

인간은 반드시 걸러내야 해.... 피할 수 없어... 이렇게 비굴하게 살아가는 건 의미 없어...

승격의 뜻이야...넌 사자이자...승격의 의지다!

아니...난 루나야!

루나...넌 이제 언니 곁으로 돌아갈 수 없어. 넌 아마 영원히 언니를 만나지 못할 거야...

아니야! 언니는 영원히 날 떠나지 않을 거야. 나한테 약속했었어.

언니, 언젠가 내가 길을 잃었을 때는 어떻게 해야 돼?

그럴 수도 있겠다. 미리 대비를 해둬야겠어...

이렇게 하자.. 정말 길을 잃으면 그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기다려. 약속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그게 끝이야?

응...언니가 네가 어디에 있든 널 찾아낼 거야. 네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 언니가 널 찾아낼 거야. 약속할게.

언니, 난 언니를 기다릴 거야...항상 여기서 널 기다릴 거야!

귓가에 맴돌던 잡음이 점점 사라지고 루나의 침식 정도는 기적적으로 완화되었다. 핏빛이 사라지고 루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폐기된 공장에는 또다시 적막이 감돌기 시작했다. 오직 루나의 잠꼬대 소리가 가끔씩 흘러나왔다.

루나

언니...

루시아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