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허망의 서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산산조각 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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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진행은 어떻게 되가고 있나?

니콜라가 실험실로 들어서자 쿠로노의 연구원들은 간단하게 경례를 한 뒤, 유리창으로 막힌 개조 수술실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예상 밖으로 순조롭습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거의 모두 신체 개조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니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꾹 다문 입술에 조금 힘이 풀렸다.

아...설령 개조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렇게 어린 애들이 병사로서 전장에 나갈 수 있을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탄탈-193 공중합체 상성 실험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거의 오고 갈데 없는 고아들이거든요...

이봐, 언제쯤 끝날 것 같나?

음...마지막 역원 장치 설치 프로그램만 완성하면 됩니다...

역원 장치는 구조체가 퍼니싱 침식에 대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으로, 구조체의 의식의 바다와 퍼니싱의 침식 침식을 안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역원 장치가 바로 인류에게 있어서 침식체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실험체 0215-0220...역원 장치 설치 완료, 의식 주입 시작합니다...

해당 실험은 이전에 여러 번이나 실패를 했었고, 오늘이 제일 성공에 가까웠기에 실험실은 긴장감만이 가득찬 채 마지막 결과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입 성공! 주입 성공입니다! 의식은 안정한 상태입니다...실험체를 깨우겠습니다!

연구원은 계속해서 보고서를 확인하고 있었지만, 실험실의 다른 사람들은 이미 환호성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아마 니콜라가 현장에 없었다면 모두들 방방 뛰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계속 진행해...이번에는 드디어...

하지만 갑자기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경보음에 모두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수술대 위에 누워있던 연약한 소녀는 격렬한 고통으로 몸을 웅크리더니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비명을 질렀다. 다른 피실험 어린이들처럼 깊은 마취 상태에 빠져들고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으아아아악!!!!

이봐! 다들 그 아이한테서 떨어져!

니콜라는 바로 움직였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이상 반응을 보이던 아이는 배양 캡슐을 파괴했고 옆에서 멍하니 있던 연구원은 아이의 공격으로 인해 벽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침식 계수가...기준점을 초과했습니다...수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 여자아이는 "침식체"라고 불리우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 분명했다.

퍼니싱에 침식된 건가...

그럴 리가 없습니다! 이곳은 여과탑이 작동되고 있는데다가 수술실에는 격리 장치가 여러 단계 설치되어 있습니다. 근데 어떻게 마지막 단계에서...

하, "그럴 리가 없다"라... 눈 앞의 이 상황을 보고서도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다니.

퍼니싱에 대해 인간들이 알고 있는 건 극히 일부였다. 그리고 그나마 알고 있는 몇 가지 사실도 아마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숨겨졌을 것이다.

장관님, 그럼 이제...

니콜라는 퍼니싱의 침식에 고통스럽게 발버둥치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루나, 우연히 기지에 왔었던 자매 중 동생이었다.

욱, 언...언니...으악!

실험에 참여해 목숨을 잃은 불행한 아이들은 수없이 많았지만, 니콜라는 굳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그 자매만은 쉽게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었다.

침식이 확산되기 전에...처리해.

이를 악물고 내뱉은 명령에는 씁쓸함에 느껴졌다. 옆에 있던 군인은 총을 꽉 부여잡았다. 모두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긴 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

여기 좀 보세요~ 어중이떠중이들아, 모두 입들 다물고 당황하지마. 여긴 이제 너희들과 상관 없는 곳이니까 다들 나가도록~

이때 누군가 과격하게 실험실의 문을 열더니 최신식 장비로 무장한 소대가 우르르 들어왔다. 그들의 앞에는 체구가 크지만 등이 굽어 왠지 음흉해 보이는 중년 남성이 서 있었다.

이봐, 당신들 누구야?

니콜라는 바로 부하를 제지하고 고개를 저으며 명령대로 자리를 뜨라고 눈짓했다. 모든 부하들이 떠난 뒤에야 니콜라는 갑자기 나타난 그린스에게 말했다.

그린스...어쩐 일이시죠?

내 뒤에 있는 베테랑 병사들은 모두 탄탈-193 공중합체 상성 테스트에 통과한 지원자들이야. 수술팀을 인수받고 침식체 소멸을 목적으로 작전부대를 만들 생각이거든.

그리고 이 부대는 당분간 내가 맡기로 했어. 음... 그 말인즉슨 내가 "리틀 닉" 네 상사라고 볼 수 있지.

"리틀 닉"이라는 호칭에 니콜라는 상당한 반감을 느꼈지만 니콜라는 괜히 시간 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다.

죄송하지만 지금 회포나 풀 시간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알고 있어, 알고 있어. 이곳에 심각한 침식 사고가 일어났고 침식체까지 나타났잖아?

그린스는 니콜라를 밀어버리고 실험실로 천천히 걸어갔다. 정확히 말하면 침식된 루나를 향해 다가갔다.

으아아아악!

루나는 완전히 통제를 잃은 채 얇은 팔로 수술실과 실험실을 가로막은 강화유리를 두드렸다. 얇은 팔과 어울리지 않는 무시무시한 괴력에 여러겹 겹친 강화유리에 균열이 생겼다.

쯧쯧쯧...리틀 닉, 이것 좀 봐. 참 귀엽지? 날 죽이려고 미친듯이 날뛰고 있어, 이 순수하고 광적인 살의를 봐봐.

그린스는 균열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강화 유리 격리벽을 만지작거리며 루나를 바라보았다. 루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기괴하게도 "사랑"이 담겨있었다.

저들과 비교하면 인간들은 훨씬 더 복잡하지... 살인을 저지를 때도 스스로 이유를 찾아야 만족하니 말이야.

니콜라는 침식체에 가까이 다가간 그린스를 끌어당기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도대체 뭘 알고 있는 거죠...그린스, 역원 장치는 도대체 뭐입니까? 구조체가 퍼니싱에 침식되는 이유는 어떻게 알아낸 거냐고요!

리틀 닉, 날 믿어. 나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걸——너에게 공유하고 싶어. 하지만 너 정도의 직위로는 아직 이 내용에 대해 알 권한이 없거든... 적어도 지금은 안 돼.

네 부하들에게도 말해. 오늘 여기서 일어난 모든 일들은 절대 외부에 유출하면 안 된다고. 만약 소문이 퍼진다면... 정상적인 상태에서 만날 수 없을 거야.

그린스는 손을 니콜라의 어깨 위에 올린 뒤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너와 내가 쿠로노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선 지키기"가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잖아.

니콜라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린스의 손을 뿌리치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알겠습니다...

리틀 닉, 사냥감을 물어 죽일 수 있다는 확신이 들기 전까진 이빨을 드러내면 안 돼...

고린스의 말을 들은 니콜라는 꽉 쥔 주먹의 힘을 풀었다. 정확히 말하면 억지로 힘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 일단 헤어지도록 하지. 난 지금의 위치에서 널 기다릴 거야. 자네가 모든 걸 제대로 볼 수 있고, 모든 일을 결정할 수 있는 그때 말이야.

니콜라와 다른 연구원들이 텐트를 떠난 것을 확인한 뒤에서 그린스는 돌아서서 모든 작전 대원 앞에 섰다.

루나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 강화 유리는 끝내 깨지고 말았다. 유리 조각이 그린스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시작해라. 침식체와 모든 "잠재 침식체"를 소멸한다.

하지만 장관님, 금방 개조를 마친 아이들은 아직 침식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뭐? 내 말을 잘 못들었나보구만. 하지만 괜찮아, 다시 말해 줄 수 있으니까... "침식체, 그리고 잠재 침식체들을 전.부. 소멸시키도록" 전부 다.

그린스는 대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었다.

같은 말을 다시 하게 만들면, 아무리 성격 좋은 나라고 해도 화가 날 수밖에 없어.

그린스의 말에 작전대장은 이를 악물고 구조체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길 꿈꾸며 수술대에 누워있는 소년, 소녀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미안하다...

끊이지 않는 총소리에 작전대장의 말은 묻혀버렸다. 그 누구도 그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작전대원들 모두 소리 죽여 희생자들을 향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린스는 불길 속에서 정교하게 연출된 연극을 감상하듯 여유롭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불쾌함이 드리웠다.

빗발처럼 쏟아지는 사격에도 루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린스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뭐야...왜 내 연극에 협조하지 않는 거지...

으....아아아악!!

루나는 머리를 감싸더니 야수처럼 무시무시한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불가사의한 속도로 그린스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린스의 숨통을 움켜쥐려던 순간 그녀는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

루나는 자신의 손을 잡으며 그린스를 공격하려는 욕망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그 모습에 그린스는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봐, 이건 너무 재미없잖아.

장관님, 어서 뒤로 물러서십시오!

옆에 있던 병사가 달려들더니 개머리로 루나를 가격했다. 루나가 쓰러지자 병사는 그녀를 향해 발길질을 시작했고 총알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그녀에게 사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병사가 모든 총알을 소진하고 권총을 꺼내 루나의 미간을 조준한 순간 그는 루나가 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발견한다.

언니...언니 어디 있는 거야!! 나 집에 가고 싶어...

침식체가...눈물을 흘리다니?

병사가 당황하는 사이 그린스는 그의 권총을 빼앗아 총알을 다 소진할 때까지 루나를 향해 사격했다.

이봐, 자네 이름이 뭐지?

헤론...아! 장관님께 보고 드립니다. 헤론이라고 합니다!

그래, 헤론 동생, 인간처럼 보이긴 하지만 결국 침식체일 뿐이야.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인간을 현혹시키는 수단에 불과하지.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이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에 그린스는 헤론의 엉덩이를 차버렸다.

그딴 허접한 수작에 현혹된다면 네 목숨도 위태하니, 헛죽기 전에 꺼지는 게 좋을 거야.

알겠습니다...장관님...

침식체들과..."잠재 침식체"들의 잔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

폐기된 쓰레기는 당연히 쓰레기장에 버려야하는 거 아닌가?

루나

……

그린스는 완전히 파괴된 루나를 보며 한숨을 쉬더니 부하를 향해 손을 저었고 실망 가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아...내가 쓰레기 청소까지 신경써야 하다니... 좀 더 재밌는 일이 없나?

인간의 진정한 구세주가 나타나거나! 아니면 인간의 최종 파멸자가 탄생하거나!! 이런 전개 어떻다고 생각해?

대장은 이상한 장관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쯧... 재미없는 친구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