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코드가 5시간 전에 심어졌었어. 그때 그 로봇은 포뢰파 공장에 있었고.
거긴 함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맞아, 추적도 아주 교묘하게 막아냈더군. 10분마다 잔여 코드를 사용해 악성코드를 숨기고 있었어.
그들은 오랫동안 계획했겠지. 내가 프로그램에 백도어를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찾아내지 못했을 거야.
이 정도 권한과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구룡에 얼마 없지.
응, 민간 해커들은 1년 전부터 나한테 제거되었거나 너의 조풍파로 재편성되었지.
소수의 몇 명을 제외하고 더 큰 뒷배가 있는 사람.
…………
찾았다. 이건 "요람"의 수필이야.
진작 멸망한 줄 알았던 해커 조직이 요즘 또다시 구룡의 다크웹에서 활동하기 시작했어.
여러 차례 위장을 거쳤지만 일정 시간마다 자금을 받더군. 그리고 그 출처는...
비리야는 휴대한 데이터 단말기를 보며 한참 동안 말하지 못했다.
누군데?
윤이었어.
…………
쯧, 인간은 역시 답이 없어. 성가시면 가족도 제거될 수가 있지.
... 왜 갑자기 이렇게 흥분하고 그래?
흥분? 오히려 더 담담해.
인간들은 행동 하나하나로 내 생각을 증명해 주고 있어. 분노는 가신지 오래고 웃기기만 해.
분노라...
배신을 당했지만 난 여전히 담담했다.
분노한 비리야를 보며 곡은 과거에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가능성을 떠올렸다.
인간은 여러 감정을 느끼지만 이 감정들은 단순한 명사가 아니라 더 진실되고 구체적인 느낌이 아닐까?
윤의 두려움과 분노, 비리야의 외로움과 혐오, 가문의 만족과 기쁨, 이런 것들이 이어져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내 주위에는 이런 감정의 고리가 가득했지만, 그 중 나에게서 비롯된 감정은 하나도 없었다.
가문은 나에게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 겸손함 때문에 이 단어를 쓰는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
어쩌면 비리야와 사람들이 말하듯 난 완벽한 존재일지 모른다. 사람들 앞에서 가장 편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그들의 기대감을 만족시키니까.
난 태어난 그 순간부터 강력하고 가식적인 왕이 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
왕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권모술수로 사람들 앞에 짜여진 허상일 뿐이다.
가문의 사명을 이해하고, 백성들의 기대대로 움직이고, 왕의와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정교한 겉모습 안에는 텅 빈 바다에 가라앉은 차가운 동굴과도 같다.
난 이 감정의 폐허를 메우기 위해, 나는 필사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모방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척 행동했다. 내가 정상인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그 노력도 바다의 거품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모방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