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꿈의 시작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야항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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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항선은 술시가 될 때마다 긴 호각 소리가 울린다. 사람들에게 야시장이 곧 시작된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갑판은 곧 북적이기 시작했고, 이어서 알록달록한 네온사인과 배 위의 건물들의 용 모양의 조명이 켜지며 야항선의 야경이 어두운 해수면 위로 솟아올랐다.

야시장이 열릴 때면 메인 건물 앞의 전시대는 야항선의 중심이 되곤 했다. 상인들은 교역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녔다. 무대 아래에는 사람으로 가득했고 무대 위에도 고위 관직자들이 적지 않았다.

예쁜 화장을 한 꼭두각시 로봇들이 무대에 올라 하늘하늘 춤을 추었다. 연약한 허리가 유연하게 움직였고 그들의 춤은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웠다.

하지만 춤을 추던 로봇들은 지령을 받음과 동시에 배우에서 병사로 변할 수 있었다. 참으로 간담이 서늘한 일이었다.

이때 폭죽이 무대 위에서 터지며 건물을 환하게 비춰주었다.

세상에서 이것보다 더 번화한 곳은 없다.

교역회는 물론 야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무대에서 내려온 남자가 상인과 싸우고 있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물건으로 날 속이려고!

전형적인 부자 차림의 남자였다. 화려한 옷차림에 손에는 금이 박힌 담뱃대를 들고 있었으며 목에는 금으로 된 체인의 시계까지 달고 있었다. 그는 상인에게 호통쳤다.

상인

죄송합니다. 사장님, 정말 이것밖에 없습니다. 그냥 내일 오시는 게...

상인은 이마에서 눈으로 흘러드는 땀을 닦으며 굽신거렸다. 그리고 부자의 반짝이는 구두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소란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는 광기와 욕망이 가득 차있었다.

주변 상인

사장님, 제 물건을 보세요! 신선해요. 방금 딴 겁니다.

저리 가! 내가 먼저 왔다고! 사장님! 제 물건을 보세요! 제 기관은 다 건강하답니다!

의족를 바꾸시는 건 어떠신가요? 방금 들어온 건데...

상인들은 한몫 챙기기 위해 다들 자신의 상품을 보여주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 덕에 누구도 소년이 남자의 등 뒤로 다가서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소년은 남자 뒤에서 잠깐 두리번거렸고 그의 얼굴에는 망설임이 가득했다.

포장마차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있던 창위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창위는 그 표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소년은 드디어 큰 결심을 내린 표정으로 혼란을 틈타 부자의 주머니로 손을 뻗었다. 지갑의 한쪽 끝이 주머니 밖으로 삐죽 나와있었다.

이 모습을 본 창위는 풀쩍 뛰어오르더니 반쯤 마신 음료를 사장에게 돌려주었다.

아복 아저씨, 좀 들어줘!

아복 아저씨

이 자식아! 아직 계산 안 했잖아!

바로 올게. 이번엔 절대 외상 아니라고!

창위는 점포 앞의 의자를 짚고 식사를 하러 온 손님들을 뛰어넘었다.

잠깐!

불평하는 손님

뭐야! 이 머리카락은!

창위

아저씨, 뭔가 허전하지 않아?

소년이 조용히 떠나려던 순간, 그들의 앞을 지나던 창위가 일부러 휘파람을 불며 눈치를 주었다.

부자는 살짝 의심하더니 바로 정신을 차리고 주머니를 들췄다.

주머니가 텅 빈 걸 발견하자 살이 잔뜩 붙은 얼굴이 분노로 인해 주름이 생겼다. 남자는 잔뜩 당황한 소년을 잡아냈다.

부유한 상인

내 지갑! 이 자식!

소년

저... 저 아니에요...

등 뒤를 지나던 창위가 품속에서 그 지갑을 꺼냈다.

부유한 상인

어서 돌려줘!

소년

전 훔치지 않았어요!

부유한 상인

뒤져서 나오면 죽을 줄 알아!

창위

이걸 말하는 거야?

소년

어, 어느 틈에...

창위는 화려한 지갑을 흔들어 보였다. 소년은 분명 그 지갑은 그의 외투 주머니에 있을 거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소년은 고개를 들어 부자를 바라보았다.

네가 아니라고? 내가 너를 가만 두나 봐라!

저는...

소년이 도망치려던 순간, 창위가 그를 잡았다.

부자가 도둑질을 한 소년을 때리려던 순간, 창위가 지갑을 부자의 손에 넣어주며 그의 행동을 저지했다.

너그러움이 돈을 부른답니다~

아저씨, 다음엔 야시장에 오실 땐 조심하라고, 다른 사람들이 또 훔쳐 가면 어쩌려고?

창위는 착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창위에게 옷깃을 붙잡힌 소년은 벗어나려고 했지만, 창위의 손은 앙상했음에도 힘이 남달라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넌 뭐야? 왜 이런 일을 하는 거야? 의도가 뭐냐고!

하, 그저 평범하고 착한 시민일 뿐이야. 고맙다는 말은 사양할게~ 아저씨, 재밌게 구경하라고, 그런 난 이만!

말을 마친 창위는 소년을 끌고 자리를 떴다.

이게 지금 무슨 짓이야...! 넌 뭐냐고!

소년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창위를 바라보았다.

어설퍼.

... 뭐?

쯧, 참 어설프다니까!

그 정도 실력으로 소매치기를 하겠다고? 아까 그 사람 인상 못 봤어? 현행범으로 잡혔으면 뼈도 못 추렸을걸?

그리고 왜 지갑을 훔친 거야?

그,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설교나 할 거라면...

증표에 대해 알아?

... 어?

창위는 품에서 정교한 동전을 하나 꺼내 허공으로 던지더니 다시 받았다.

지갑에 돈이 들어있을 것 같아? 너 황금시대에서 살다 왔니? 요즘 시대에 누가 현금을 들고 다녀. 딱 봐도 상회의 거물 같은데. 그런 사람들은 이런 증표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

이 동전이야말로 진짜 돈이 되는 거란 말이야. 상회 멤버임을 증명해 주기 때문에 이것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잘 들어. 이 업계에서 일하려면 일단 눈썰미를 키워야 해.

창위는 멍한 표정의 소년을 향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소년의 목을 감쌌다.

아복 아저씨, 얘한테 잔치국수 하나만 말아주세요.

말을 마친 창위는 억지로 소년을 자리에 앉혔다.

아복 아저씨

이 놈아, 네가 먹은 거나 먼저 계산이나 해!

아복 아저씨도 참 무정하시다니까. 내가 오늘은 돈 낸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렇게 다시 돌아온거고. 게다가 손님까지 더 데리고 왔다고.

아복 아저씨

저쪽에 앉아 장사 방해하지 말고!

헤헤, 역시 아복 아저씨가 최고라니까!

이 집 잔치국수 아주 별미인데. 먹어봤어?

아니... 너 도대체 뭐야! 너랑 무슨 상관인데!

야, 내가 아까 네 일을 망쳤잖아. 사과하려고. 설마 복수하려는 건 아니지?

그리고 나도 고마워. 네가 없었다면 기회를 얻지 못했을 거야.

…………

넌 정말...

칭찬 고마워. 욕은 알아서 걸러 들을게.

아복 아저씨

자, 잔치국수다.

고마워!

자, 먹어봐.

창위는 익숙하게 탁자 위에 놓인 소스를 그릇에 붓고 비빈 뒤 소년에게 건넸다.

…………

소년은 거절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김이 모락모락 나고 향기로운 국수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어때?

음, 맛있어...!

거봐,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

창위는 양반다리를 하고 의자 위에 앉았다.

난 창위야, 넌?

이렇게 함부로 이름을 알려줘도 돼?

서로 이름을 말해주는 건 구룡인의 기본 예의야. 그리고 아까 사과했잖아.

카이남이야.

옷차림도 나쁘지 않은데... 무슨 일 있어? 나한테 말해볼래?

네 알바 아니야.

하긴, 배에서 사는 사람들 중 사정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딨겠어.

그럼 방해하지 않을게. 내 말 기억하고 다음번엔 조심해. 성질 나쁘고 쪼잔한 사람들은 멀리하는 게 좋을 거야.

하지만 이 시간대를 선택한 건 아주 좋았어. 조금만 늦었어도 야시장에 포뢰파 소속의 로봇들이 잔뜩 나타났을 거야. 그럼 네 실력으론 어림도 없었을 거야.

나... 나도 알아!

그럼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자~

말을 마친 창위는 탁자 위의 음료를 원샷 한 뒤 동전을 던지고 휘파람을 부르며 떠났다.

…………

창위라고...?

카이남이라는 이름의 소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창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생각하던 그는 남은 잔치국수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국수까지 먹은 카이남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아복 아저씨

이봐, 거기 서!

네...? 저요?

아복 아저씨

그래, 너. 거기 서!

왜 그러세요?

아복 아저씨

아까 그 자식이 계산은 네가 한다던데. 음료 한 잔에 잔치국수 하나, 현금으로 계산할 건가?

…………

카이남은 창위가 떠난 방향을 바라봤다. 이때 창위가 돌아서더니 그를 향해 손을 저으며 손을 입가에 모아 소리쳤다.

창위

두 번째 수업이야. 사람을 쉽게 믿지 마!

…………

식별번호 찍을게요. 얼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