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그 "조수"가 지나간 후로 푸브는 로제타가 타인과 만나는 걸 더 이상 금지하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처럼 항구로 심부름을 보내기도 했다.
로제타, 여기야!
모피 가게의 한 소녀가 로제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람이 많았지만 그녀를 단숨에 알아봤다.
후후, 내가 맞춰볼까? 오늘도 토끼 가죽을 팔려는 거지?
리하, 좋은 아침이야. 오늘은 토끼가 아니라 순록이야! 어제 할아버지가 한방에...
아직도 바다를 나갈 수 없다고!? 그러니까 그 미친 고래를 아직 처리하지 못했다는 거야?
시장 입구에서 시끄럽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이야... 아직 항만에 머물고 있는 지금을 노려야 해. 아니면 다음에 또 올 거야.
숲을 지키는 자를 왜 돕는 거야... 무능한 놈들이라고.
지금 말하고 있는 미친 고래는... 그 기계 외뿔고래를 말하는 건가요?
고래라면 그것밖에 없지. 그것 때문에 우리 항구 시설이 엉망진창이 됐다고.
그런 이유 때문에 죽이려는 거예요!?
그런 이유라니? 항구를 파괴해서 고기 잡으러 바다를 못 나가게 됐어. 모두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할아버지가 그건 인간의 수호신이라고 했어요. 이유 없이 항구를 파괴할 리가 없잖아요. 분명 무슨 이유가...
그런데 로제타의 말에 주변의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 웃겨 죽는 줄 알았네. 야, 들었어? 저 고래가 수호신이래. 하하하하...
뭐가 그렇게 웃기다는 거죠!
너희 같은 유랑민 외에는 다 알고 있다. 그 기계 외뿔고래는 우리가 만든 거야. 수호신일 리가 없지.
정말 그렇다면 수호신을 제멋대로 만들고 또 이번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없애려는 건가요...? 어떻게 그렇게 이기적인 거죠!
이 꼬맹이가... 건방지게 우리를 가르치려 해!?
양심에 찔린 어부가 손을 뻗어 로제타를 잡으려고 했지만, 민첩한 로제타에 의해 반대로 손을 잡히고 등 뒤로 꺾여 제압당하고 말았다.
제, 제길! 놔!
수호신님과 우리에게 사과할 때까지 절대 놓지 않을 거예요!
이런!
옆의 항구 관리인도 참지 못하고 주먹을 들어 로제타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주먹은 닿지 못했다. 주름졌지만 힘 있는 손에 가볍게 붙잡혔다.
이 아이는 내 손녀다. 아이일 뿐이니 어른으로서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네.
할아버지!
항구 관리인은 푸브의 손을 뿌리쳤다. 로제타도 푸브를 보자 어부를 놓아줬다.
하... 숲에서 사는 사냥꾼 노인이잖아?
외부에서 온 망할 유랑민들! 거칠고 야만스럽기만 하고...
어서 방위대를 불러서 저것들을 감옥에 처넣어!
푸브가 로제타의 앞을 막아서며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앞에서 손에 든 엽총을 쿵 하고 땅에 떨어뜨렸다.
들어라!
매같이 무서운 눈빛의 푸브와 그의 엽총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기 충분했다.
내일 내가 직접 그 기계 외뿔고래를 사냥하러 갈 것이네.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뭐? 거의 다 죽어가는 늙은이가 그 외뿔고래를 사냥한다고? 농담도 정도껏 해!
또 다시 비웃음이 퍼져나갔지만, 푸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은 것처럼 인파를 뚫고 항구 관리인 앞에 섰다.
왜 그런 허풍을 떠는 거지? 그리고 혼자서 외뿔고래를 죽일 수 있다니.
푸브는 관리인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를 낮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관리인의 안색도 그에 따라 점점 더 진중해졌다.
정말인가...? 이건 농담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 목숨을 걸지.
하, 네 목숨 따위는 아무 가치도 없어. 하지만...
관리인은 푸브 뒤의 로제타를 바라봤다. 이 손녀 때문이라도 노인은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 좋다. 선장에게 알려두지.
하지만 기억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실패하면 모든 죄를 갚아야 할 거다. 너와 네 손녀가 어떻게 될지는 잘 알겠지?
푸브는 관리인을 노려본 후 로제타의 손을 이끌고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항구를 벗어났다.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느냐.
외뿔고래는 인간의 수호신이라고 할아버지가 그랬잖아요! 그런데 죽인다니요! 이해할 수가 없어요...
푸브가 가볍게 한숨을 내뱉자 숨결이 하얀 연기가 되어 눈으로 덮인 숲으로 사라졌다.
네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이 모든 것은 내가 결정한 것이니.
수호신님은 우리를, 인간들을 계속 지켜왔잖아요. 설마 그 모든 게 거짓말이었나요?
로제타, 그건 기계 외뿔고래일 뿐이다. 그리고 넌 인간이지. 네게 필요한 건 인간 친구야.
푸브는 반박하려는 로제타의 말을 막았다.
내일 아침 일찍 바다로 나갈 거다. 내가 한 달 후에도 돌아오지 않으면 숲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라. 깊게 들어갈수록 좋다.
할아버지...
이튿날 새벽이 다가오자 푸브는 일찍 일어났다. 하지만 로제타가 보이지 않았다.
로제타! 설마...
푸브는 곧바로 장비를 챙긴 후 출항하기로 예정한 바닷가로 향했다.
예상대로 로제타가 창을 들고 일찍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아무것도 알려주기 싫으시다면, 그것도 상관없어요. 하지만 적어도 옆에서 돕게는 해줘요.
수호신님을 반드시 죽여야 한다면 그 모든 것을 직접 지켜보겠어요!
푸브는 괴로운 표정으로 로제타를 바라봤다. 그는 손녀가 자신처럼 고집이 세다는 걸 알았다.
그는 묵묵히 어선의 줄을 풀고 엔진을 가동해 서서히 해안가에서 멀어졌다.
두 사람의 운명은 지금 이 순간 드넓은 바다와 기계 외뿔고래와 서로 복잡하게 얽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