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째서...
도시에서 탈출한 뒤 카무는 다른 생존자들과 흩어져 혼자 밤거리를 거닐었다.
그는 상의를 벗었다. 오랫동안 전장을 누볐던 몸이 드러났다. "혈청"에 점점 잠식되는 스스로의 모습이 보였다.
그 "사고" 이후 카무는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기고 있음을 느꼈었다.
아무 느낌도 없어...
카무는 이상이 생긴 부분을 만져봤지만 아무리 만져도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았다.
비록 아직 몸에 붙어있긴 했지만 카무는 그 부분은 이미 괴사했음을 알고 있었다. 언젠가 그도 그 대원처럼...
퍼니싱 바이러스가 섞인 혈청... 항체 테스트?
도시를 떠나기 전 통신에서 비행원은 그를 침식체로 불렀었다. 비록 전문적인 지식을 공부한 적은 없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가능성 밖에 없었다.
그 이유라면 왜 그가 관문 앞에 도착했을 때 수비병들이 그를 경계했는지 왜 도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는지 모두 해명이 되었다.
대원의 시체는 왜 신중하게 보존한 뒤 쿠로노로 돌려보내야 했는지도 말이다.
이 모든 건 그들의 부대가 퍼니싱 바이러스를 주사받은 실험체이기 때문이었다.
비행원은 또 다른 명사, 실패작 부대라는 단어를 언급했었다. 아마 상부에서는 이 부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 판단한 것 같았다.
그들은 자신이 실험을 했었던 증거를 제거하고 카무의 부대를 완전히 어둠 속으로 묻어버리려고 했다.
장난해? 개자식들!
애초에 카무는 그들과 같은 하급 부대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심지어 위험한 곳에 파견되어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가 실험체로 사용되었으며, 실패작이라는 낙인이 찍힌 것도 모자라 침식체가 되어... 죽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젠장!!!
카무, 우린 네가 쿠로노 사람에게 잡힌 줄 알았어.
그와 함께 도시에서 도망친 병사들의 모습에 카무는 생각을 잠시 멈추었다. 모두들 응급처치를 마치고 동시에 카무 앞으로 다가왔다.
짐은 뭐하러 챙긴 거야?
당연히 도망쳐야지. 우리 손에는 아직 보급품이 있어. 적당한 곳만 찾는다면 살아갈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제 기지 차량도 없어. 쿠로노가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친다는 건 우리가 그 침식체들과 마주해야 한다는 걸 의미해.
침식체들을 만나면 적어도 계속 싸우든 도망치든 선택할 수 있어. 하지만... 쿠로노의 무차별적인 폭격을 다시 마주친다면 또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도망칠 수밖에 없는 거야? 억울하지 않아?
카무... 그럼 너 뭘 하고 싶은 거야?
난 쿠로노에 복수할 거야. 이 근처에 회사 거점이 있었지?
모든 생존자들을 모아 쳐들어가서 모든 걸 파괴하는 거야!
그거야말로 말도 안 되는 행동이야.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또 다시 우리를 추격할 거라고.
그럼 또 쿠로노의 다른 회사를 계속 파괴해야지.
뭐?
너희들도 나처럼 그 혈청에 이상한 게 섞였다는 거 알고 있었지? 몸에 생기는 변화를 느꼈었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지 않더라도 우린 다른 사람들처럼 혈청 부작용으로 인한 돌발상황 때문에 고통 속에서 죽어갈 거야.
너희들 말대로 계속 도망치는 거야말로 죽길 기다리는 거나 마찬가지야. 난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 카무는 배신을 당하고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어찌 되었든 죽는 거라면.
그들에게 진짜 공포가 뭔지 보여줄 거야.
이건...
사람들은 광기 어린 표정을 짓는 카무를 보며 한참동안 대답할 수 없었다. 하지만 카무가 땅에 박힌 대검을 뽑고 앞으로 나아가자...
모두가 그를 따라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