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메이카 선생님께
이 편지를 보실 때면 전 이미 예술 협회로 가는 길일 거예요.
전 드디어 제가 가야 할 길을 찾았어요. 비록 많은 것들과 이별해야 하지만 전 이 길을 선택할 거예요.
죄송해요, 메이카 선생님. 이런 결정을 내려서요.
하지만 구조체가 되는 건...즉흥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전 아름답고 화려한 작품을 그려왔죠. 그리고 그 그림이 사람들의 칭찬을 받으니 정말 기뻤었죠.
세레나는 왜 구조체가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속사입자포의 핑크색 빔이 현창 밖 영원한 하늘을 가르는 걸 본 순간.
흑적색의 침식 미사일이 지면을 떠난 수송기 근처에서 폭발한 걸 목격한 순간,
요격기의 아머와 세레나가 타버린 카라멜처럼 까맣게 변하더니 붉은 빛에 휩싸이는 걸 목격한 순간,
그제야 제가 걸어야 할 길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제가 전에 묘사했던 건...이 세상의 "진실"이 아니었어요.
그 그림들은 무균실에서 자란 유전자 변형 꽃 같은 존재였어요. 유리막을 벗겨내면 빠르게 산화하고 시드는 꽃 말이에요.
영원한 "진실"과 비교하면 과거 저의 기쁨은 너무나 미미한 존재였어요.
이젠 알겠어요...
이 세상의 잔혹함을 알게 되었으니 그 힘이 필요하단 걸 알게 된 거예요.
일반인의 몸으로는 퍼니싱을 마주할 수 없으니 어떻게 이 세상의 진실을 탐구할 수 있겠어요.
진정한...작품을 만들 거예요.
칠흑같은 화실, 누군가가 버린 단말기가 똑같은 통신 정보를 재생하고 있었다.
…………
(뚜—뚜—뚜—)
구조 신호를 보냈지만...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아.
이 메시지가.. 전송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
점점...몰려들고 있어!
얼른! 전투 위치에 진입해!
시간이 없어...!
잘 들어, 아이라.
진짜 세상을 묘사할 수 있다면 우리도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겠지.
아이라...
놈들이 오고 있어.
무기가 부딪히는 소리, 금속이 절단되는 소리, 무거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통신을 통해 들려왔다.
……
이 세상의 "진실"을 묘사한다라...
그래. 그 "진실"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어.
냉각액 튜브가 터졌는지 회색 액체가 끊임없이 분출되었다.
액체가 뜨거운 낫의 칼날에 튀기고 순간 증발하며 치지직 소리를 냈다.
세레나, 네 마음, 네 선택 다 이해했어.
넌 이 잔인한 세상을 직면해 본 사람이니까 <폭퐁우>의 결말을 희망차게 끝낸 거겠지.
나도 마찬가지야. 꼭 네가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잠깐, 기다려. 세레나...
얼마가 걸릴진 모르겠지만 꼭 다시 널 만나와 너와 나란히 설 거야..
우린 분명 최고의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거야. 예술에서도 전장에서도...!
제대로 느껴봐!
누군가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도 아닌,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기 위해서도 아닌 진실을 목격한 뒤 샘솟는 창작의 힘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