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빠르게 흘러 벌써 3년차가 되었다.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던 아이라도 이제 그녀의 길을 찾았다.
꿋꿋이 걸어가다 보면 상상했던 모습으로 될 수 있어.
그녀는 그렇게 깊이 믿고 있었다.
좋아. 녹갈색을 좀 더 올리고...명암은 좀 더 부드럽게...
후! 대충 끝났네!
두두둥——
아이라?
선생님? 잠깐만요. 정리 좀 할게요!
저 여사분이 건물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스케줄 있니?
네. 새 전시 계획이 잡혀서 디테일한 부분을 의논해야 해요.
가능하다면 계속 집에서 지내면서 그림만 그렸으면 좋겠어요.
좋은 작품만 그려내면 별문제는 없을 거예요.
그런 거라면 조용하게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죠!
참나. 전시회 기획 같은 건 잘 모른단 말이에요.
그래도 더 많은 걸 경험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
기분 전환도 할 수 있고 여러 곳을 방문하며 다양한 사람과 일을 경험하는 것도 영감을 찾는 과정이잖아?
그래도 영감은 찾을 수 없어요. 코딱지 만한 공중 정원에서 갈 수 있는 데는 거의 다 가봤다고요.
똑같은 경치만 본다면 결국 질리게 될 거고 더 이상 창작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죠.
음...이제 아이라도 선생님이 올려봐야 할만큼 자랐네.
그럼 먼저 가 볼게요!
아이라, 오늘도 15분이나 기다리게 만들었잖아!
네? 그게 뭐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에요.
창작한 작품의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전시 계획도 중요해!
좋은 전시 부스를 차지하지 못하면 정교한 작품이라 해도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거야.
아니요. 전 믿어요. 설령 구석에 박혀 있다고 해도 누군가는 제 그림을 알아볼 거예요.
아, 머리 아파. 자신감 있는 건 좋은데.
오늘 세레나도 오는 거죠? 오랫동안 얼굴도 못 봤네요. 고대 조각품에 대한 의견 차이를 아직 좁히지 못했다고요.
그건...
오늘 세레나는 오지 않을 거야. 구체적인 건 세레나가 보낸 메일을 봐.
메일? 못 받았는데요.
아니. 일부 이유로 인해 메일을 네 단말기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야.
그래서 직접 편지를 써서 너한테 전하라고 했어. 참나, 정말 구식이네.
보낼 수 없다고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음, 좋은 일일지도 모르지.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어쨌든 일단 읽어봐.
아이라, 우리가 만나고 나서 벌써 4개월이나 지났네?
그날은 네 생일이었고 함께 성인이 된 걸 축하했지. 그때 조각 작품에 대해 토론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게 참 후회가 돼.
그 뒤로 제대로 앉아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없었잖아.
그때 내가 말했잖아. 구조체가 되고 싶다고.
넌 나한테 물었지. 왜 구조체가 되고 싶냐고. 계속 예술가로 일하면 좋지 않냐고.
우리 분야에서 계속 노력한다면 인기, 지위, 생활 형편까지 점점 좋아지겠지.
하지만 내 생각은 달라. 예술은 매너리즘에 빠지면 안 돼.
나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어. 우린 어렸을 때부터 공중 정원에서 지내며 평화롭고 쾌적하고 충실한 삶을 즐겼지.
하지만 우리가 지내는 세상이 그 진짜 모습일까?
그런 말을 본 적이 있어. 모든 예술 작업은 대자연을 따라하는 거라고 하더라.
우리가 창작한 작품들은 이 세상에 대한 비현실적이고 불완전한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거야.
그래서 더 알고 싶어 졌어. 진짜 세상은 어떤 곳인지 말이야.
진짜 세상을 묘사할 수 있다면 우리도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겠지.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어.
우리가 살고있는 평화롭고 번화한 세상 밖에는 매일매일 전쟁이 일어나는 잔인한 세상도 있다는 걸 말이야.
밖에 있는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 덕분에 우리가 편안하게 살 수 있었던 거야
지금 너무 고통스럽지만 너한테는 말하지 않을래. 성장은 이렇게 무거운 사명을 짊어져야 하는 거구나.
인간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인간들의 지혜가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야.
그래서 예술 협회 사람들한테 나도 구조체가 되고 싶다고 부탁했더니 성공했지 뭐야.
아, 쓰고 보니 엉망진창이네.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 볼게.
마지막으로 아이라, 난 우리 두 사람이 선택한 길이 모두 옳은 길이라 믿어.
우린 앞으로 똑같은 최종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우겠지. 그저 그 싸움이 다른 세상에서 진행될 뿐이야.
그럴 리가...! 나한테 말 한 마디도 없이 구조체가 된 거야...
젠장. 이게 무슨 절친이라는 거야!
아이라, 세레나가 가상 희극 소프트웨어를 남겼어. 아마도 무대극의 원래 버전인 것 같아.
……
이번 전시회에서 출품할 작품은 약간의 수정을 거친 버전이야.
특별히 너한테 원래 버전을 남겨준 걸 보면 너한테 원래 의도를 보여주고 싶었나 봐.
참나. 이미 모든 내용을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이걸 주는 게 무슨 의미가 있죠...
음, 슬퍼하지 마. 네 친구가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았으니 기뻐 해야지?
그리고 세레나의 신분은 굉장히 특별해... 앞으로 함께 일할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
그...래요? 하긴요...
세레나도 그렇게 말했으니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수 밖에요.
네, 맞아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주시고. 네, 저도 기운 차릴게요.
괜찮아. 앞으로 전시 기획 관련된 회의도 열어야 해요. 좋은 부스를 차지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