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호 도시, 다이달로스 보안 상품 창고 내부, AM 03:16
창고 내부에 불이 켜지자 비앙카는 회사 상품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구속 장치에 제어된 구조체가 가득 차 있는 걸 보았다.
이곳은 당신이 올 곳이 아닙니다.
설마...이게 다 실종되었던 사람들?!
이럴 수가...어째서! 론 씨! 필립 양...정신차리세요!
소용없습니다.
이 개조 방식...웬 씨...당신인가요?
이미 한눈에 다 알아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아니었나요?
……
이래서 수다쟁이가 싫은 겁니다. 낮에 그 녀석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 텐데요.
그럼 그가 말했던 ‘상품’이란 건...다이달로스의 인원이자, 내가 처리했던 침식 구조체...
맞습니다. 모두 우리 회사가 개조한 ‘상품’입니다.
비앙카는 현기증을 느끼며 휘청거렸으나 간신히 버텨냈다.
우리가 판매하는 것은 안전이고 이 안전은 무기와 힘으로부터 얻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답은 뻔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무기를 무기로 보지 않고 무기의 인간성을 유지시키겠다는 위선적인 망상을 품은 바보도 있습니다.
어리석죠.
무기는 무기입니다. 무기로 개조된 인간은 이미 인간도 뭣도 아닌 ‘상품’인 겁니다. 인간에게 사용될 도구인 거죠.
그럼 나도...
그 놈의 신앙때문에 당신의 인간성을 완전히 지울 수 없음에도 당신은 매우 훌륭합니다.
하지만 당신도 다른 상품들과 동일한 부분이 있어요. 바로 자체 수명입니다.
읍...
포기하시죠. 당신도 곧 당신이 처리했던 구조체들과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겁니다.
그만하세요!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해 온 일...구제와 대다수의 안전이란 건...전부...
모르는 채로 있었다면 수명을 다하고 회수되어 재활용 될 때까지 내가 만든 꿈의 요람에서 평생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분노한 비앙카는 창고 남서쪽으로 향해 활을 쏘았다.
"지지직-"
전류가 폭발하자 웬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비앙카의 거친 호흡만이 들렸다.
하아...하아...
진정하세요. 당신 같은 훌륭한 무기를 놓치는 건 애석하지만 작별 인사를 해야겠군요.
갑자기 웬의 목소리가 어째서인지 창고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웬!
...매너가 틀려먹었군요.
제가 그렇게 가르친 적은 없을 텐데요.
하아...하아...
흠, 작별 선물로 "구제했던" 구조체의 진상을 보여드리죠.
웬의 말을 신호로, 창고에 있던 구조체의 구속 장치가 해제되었다. 구조체들은 적색 전류를 휘감고 무리를 지어 비앙카를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