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전투가 끝나고, 교회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
토비의 상처에서는 ‘선혈’이 쏟아지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당신의 몸이...
이상해져 버렸어요.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간단하게 방법으로 죽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아직 의식이 있는 동안에...아직...나로 있을 수 있는 동안에...
미안해요...비앙카 씨...제가...당신을 곤...란하게 만들었네요...
사과할 필요 없어요. 제가 나쁜 거예요. 당신을 구할 수 없는 제가...
아뇨...구하셨어요...아마, 저만이 아니라...모두를...구하신 겁니다.
이대로라면...나는...사람들을 상...처 입혔...
미안해요...
마지막에...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정말 다행입니다...
...고마워요.
그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토비는 힘을 다했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달빛 아래, 피의 바다 속에 쓰러져있는 토비의 얼굴은 무척 평화로워 보였다.
토비가 쓰러지는 순간 그의 품에서 떨어진 한 송이의 백합이 붉게 물들어갔다.
...음.
귓가에 선명히 남아있는 토비의 목소리. 하지만, 지금 눈 앞에 있는 것은 생명을 잃은 토비의 잔해에 지나지 않는다.
어째서...왜, 그렇게 저를 믿어 주셨던 거죠? 당신도, 신부님도...
구한다 말하면서도, 결국 두 분 다 죽게 만들었어요!
어째서...이게 무슨...
아!
갑작스런 비명소리에 비앙카가 돌아보았다. 메인 홀의 정문에 예상치 못한 인물이 서 있었다.
오, 오지 마!
공포에 질려 하얗게 질린 수녀는 비앙카가 다가갈 수도 없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갔고, 사방은 소란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