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호 도시, 성십자 교회, 11월 13일, AM 09:41
토비가 물자를 배송한 지 10일이 지났다. 교회 내부에는 불안한 공기가 가득했다.
지난번 물자를 받은 후로 토비가 안 보여.
얼마 전, 로버트가 불안한 표정으로 신부님께 뭔가 물어보고 있는 것 같았어.
이봐, 지난 열흘 동안 토비, 집에도 돌아가지 않은 것 같아.
아아...설마 토비까지 실종된 건가...최근 침식체와 싸운 적도 없을 텐데...
역시 그 마녀와 엮이니까...
……
이런, 그녀가 왔어.
빨리 갑시다. 가요. 안 그러면 다음 실종자는 우리가 될지도 몰라요...
173호 도시, 성십자 교회 내부 회랑, 12월 21일, PM 11:47
밤의 평온함은 회랑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깨졌다.
달빛이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회랑을 비추고 그 희미한 빛에 긴 금발과 울적한 얼굴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이 도시는 항상 불안한 감정이 가득하고 두려운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고 있어…
실종자들은 무사한 걸까…
신부님. 저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어디로 가면 좋은 걸까요. 신부님…
비앙카는 창가에 서서 작게 중얼거렸다.
"빠직-"
예배당에 소리가 울렸다. 텅 빈 교회 안이기에 유난히 귀를 찔렀다.
거기 누구야?
비앙카는 무심코 물었지만 돌아온 것은 긴 침묵 뿐이었다.
비앙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홀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
비앙카의 눈에 홀 문이 딱 한 사람 지나갈 정도만 열려 있는 것이 보였다. 비앙카는 잠깐 망설이다 문을 살짝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앙카는 달빛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홀 가운데 신상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비앙카는 벽을 따라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빠직-"
스테인드글라스 앞을 지나가려던 순간 발 아래에서 유리 조각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비앙카는 당황하며 바닥에 떨어져있던 유리 조각에서 발을 떼고 뒤로 몸을 숨겼다.
……?
그러나 비앙카의 예상과는 달리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머리를 내밀어 의자 너머를 보니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도를 계속하고 있었다.
비앙카는 잠시 망설이다 다시 다가가기 시작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비앙카는 그 인물의 자세한 모습이 조금씩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모습, 눈부신 금발. 그리고 낯익은 활.
당신은...토비 씨...맞죠?
얼마전에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무사 하셨군요. 다들 정말 기뻐할 거예요.
그는 마침내 기도를 멈추고 잠깐 몸을 흔들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목소리는...비앙카? 미안합니다. 허락없이 들어와서...
헤헤. 역시 소문과는 달리 상냥한 분이시군요.
아니...
이런 시간에 죄송합니다만...사실...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비앙카를 돌아본 그 얼굴은 역시 토비였다. 그리고 비앙카는 알아차렸다. 그의 몸에서 끊임없이 번쩍이는 주홍빛 전류를...
비앙카는 한순간에 토비의 상태를 깨달았다. 주홍빛의 그것은 퍼니싱에 감염된 증거...비앙카의 얼굴은 불안에서 고통으로 바뀌었다.
...대체 어째서...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인간이 감염되면...
토비는 비앙카를 마주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인간이 감염되면 순식간에 죽어버립니다.
하지만 저는...이 느낌은...인간이 아니게 된 것 같아요.
헤헤. 아무래도 제가 실종되어 있던 중에...뭔가 사고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그런데 기억이 나지 않아요.
...음.
아, 그런 표정 짓게 만들까 봐 무서웠어요. 당신은 웃는게 어울려요.
...미안.
사과하지 말아요...전 그런 게 가장 어색해요.
죄송해요...그래도 당신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
비앙카의 말을 들은 토비는 순간 눈을 크게 떴지만 이내 행복하다는 듯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토비는 비앙카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자신의 체중을 지탱할 수 없어 주저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