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외전 스토리 / 길 잃은 진리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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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호 도시, 성십자 교회 정문 밖, 11월 3일, AM 10:29

여어, 로버트. 오늘은 네가 순찰 담당이냐? 교회 밖에서 뭘 보고 있는 거야?

토비야. 그래. 네가 부상으로 쉬게 된 이후로 이 근처 순찰 임무는 내가 책임지고 있어.

와우, 수고 수고! 자, 이거 줄게. 열심히 일하는 우리 군인아저씨에게 주는 위문품이야.

토비는 MRE전투식량을 꺼내 로버트에게 던졌다.

누가 군인 아저씨라는 거야. 근데...손에 들고 있는 건 교회로 가는 보급품이야?

들켰나. 헤헤.

나 참. 케이브 아저씨도...아무리 항상 하던 일이라 해도 요양중인 녀석한테 시키다니...

괜찮아. 그냥 재활 훈련이라 생각하면 되지.

됐고, 오늘은 예배하는 날도 아닐 텐데 교회가 왜 이리 소란스러워?

꽤 전부터 이랬어. 그 수녀가 온 뒤로는 항상 이래.

수녀님?

어. 크자스 설원에서 생존자들을 데리고 부대가 왔었거든. 수녀만 여기에 남겨두고 다른 생존자들하고 남쪽으로 가버렸어.

아~그래, 그 나이프 쓰는 대장, 굉장히 세보였는데...내 활과 그의 나이프, 무엇이 빠를지 항상 겨뤄보고 싶었지. 헤헤.

토비는 왼손의 보급 상자를 가슴까지 들어올리고, 오른손으로 활을 당기는 시늉을 하며 입으로 ‘슝, 슝’하고 활을 쏘는 소리를 냈다.

넌 정말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구나...

사람은 계속 자신을 연마해야 하거든. 그러지 않으면 모두를 지킬 수 없다고.

그래 그래. 그래서 이야기를 계속하자면...그 수녀 이름이 뭐더라...비앙카?

비앙카...최근 자주 듣는 이름이구만.

토비는 움직임을 멈추고 최근에 들은 소식을 떠올렸다.

수녀A

들었어? 새로 온 수녀말야. 하도 문제를 많이 일으키고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해서 우리 교회로 추방당한 거나 다름 없다나봐.

수녀B

...자기를 키워주신 신부님을 죽였다고도 들었어.

수녀C

오, 신이시여!

수녀A

교회에서 자란 수녀가 그렇게 되다니...‘마녀’인게 아닐까...

수녀C

흠. 그녀는 이런 이야기에 반론도 안 한다던데. 찔리는 게 있는 거겠지.

수녀B

잠깐, 누군가 있어.

토비

……

이봐, 최근 실종자가 더 많아진 것 같아. 며칠 전에 여기 있던 노숙자도 안 보여.

그러고 보니, 그 노인네...새로 온 수녀와 함께 있었던 것 같은데. 설마...

확실히 비앙카란 사람이 오고 나서부터 실종되는 사람이 늘어난 거 같아.

그 계집 때문임이 틀림없어! 그냥 그 계집을 도시에서 쫓아내자고! 그럼 우린 안전할 거야!

그래 그래! 이렇게 명백한데 왜 군대는 저 수녀를 가만두는 거지? 세금 도둑들 같으니!

제대로 된 녀석이 군인이 될 리가 없지. 아, 그래도 토비 녀석은 예외야.

맞아. 요즘 세상에 그 녀석같이 착한 사람은 드물지.

쉿, 그 이쪽으로 오는 것 같아, 빨리 피하자.

토비

……

설원에서 자기를 키워주신 신부(Father)를 죽였다고 들었어.

로버트의 말이 토비를 회상에서 현실로 되돌려 놓았다. 토비는 로버트의 시선을 따라 구석에 혼자 있는 금발의 소녀를 보았다.

음...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차가워 보이긴 하지만 나쁜 사람으로는 안보이는데~?

흥, 그렇게 생각하는 건 너 뿐이야.

토비는 구석에 있는 비앙카를 향해 열정적으로 손을 흔들었고, 그 과감한 행동은 교회에 있던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시간 다 됐군. 나 먼저 간다. 쓸데없는 오지랖 부리지는 마. 그녀와는 엮이지 않는 게 좋을거야.

토비가 대답하기도 전에 토비의 등장을 눈치챈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리앙 신부

토비! 어서 오려무나!

리앙 신부님, 안녕하세요! 이번 주 물자입니다. 받으세요.

토비는 말하며 보급 상자를 바닥에 세운 뒤, 왼손으로 보급 상자의 화면을 몇 차례 살짝 눌렀다.

보급 상자의 사면이 펼쳐지면서 그 안에 들어있던 생활 물자가 모습을 보였다.

리앙 신부

수고했다. 케이브 녀석, 또 게으름 피우는 것 같아. 너희 대장한테 들었는데 요양 중이었다면서? 모두를 돕기 위해서라고는 해도...몸은 괜찮은 거니?

다 나았어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부님.

오랜만이야, 토비. 지난번 방어전에서 다쳤다고 들었는데. 다들 걱정했다고.

괜찮아 괜찮아. 조금 다친 것 뿐이야. 보는 것처럼 지금은 펄펄 날아다닌다고~!

토비는 왼손으로 그 눈부신 금발을 쓸어 올리면서 오른손으로 등에 맨 활을 꺼내 폼을 잡아 웃음을 자아냈다. 사람들의 어두웠던 표정이 조금은 밝아졌다.

리앙 신부

건강해 보이니 안심이구나. 좋아. 이 이상 토비의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지. 한 명씩 순서대로 물자를 받아 가게.

신부가 손뼉을 치자 토비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보급 상자 앞에서 기도를 드린 뒤 자기 몫의 물자를 들고 떠나갔다. 물자 배부는 질서정연하게 진행되었다.

토비는 비앙카가 줄 뒤에 서서 보급품을 받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보급 상자에서 한 사람 분의 물자를 챙긴 뒤 비앙카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여기 당신 몫의 물자입니다.

그리고 이 꽃도 받으시고요.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죠~!

토비는 말하면서 물자를 비앙카에게 전달했다. 물자 박스 위에는 흠 없는 백합 한 송이가 놓여 있었다.

괜찮습니다. 친절에 감사드립니다.

어, 그럼 안됩니다. 배를 채우는 건 중요하다고요! 그...

토비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갑자기 둘 사이에 끼어든 여성에게 저지당했다.

토비, 그녀를 내버려 두세요. 필요 없다잖아요.

리앙 신부

자네는...기본적인 예의도 모르는건가?

그래, 토비. 저쪽으로 가자.

아니, 괜찮아. 난...

미안, 토비. 저 수녀는 항상 이런 식이거든. 말 섞지 않는 편이 좋아. 그러고보니 최근 이 주변에서 실종자가 나왔다던데.

나도 들었어. 다들 걱정하고 있어. 너도 조심해라.

자신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토비는 그 이상 비앙카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걱정하지 마. 모두 내가 지켜줄게. 그게 우리 군인의 사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