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에 결함이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과거의 그레이 레이븐에 관한 마지막 기억이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어느 날 갑자기 나 혼자만 남게 됐다는 거뿐이었다.
이전의 지휘관을 찾을 수 없고 과거 대원의 파일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나밖에 없는 것처럼...
하지만 난 그렇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어쨌든, 나는 예전 소대에 누가 있었는지, 지휘관이 어떤 전술을 좋아했는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계 작전은 과거의 그레이 레이븐이 주로 쓰던 전투법이기도 했다...
————.
난 여기 있어. 어디로 가려는 거야?
삐!
이 구조체는 침식체를 유인하는 걸 담당하는 기수로 이름은 헤론이다.
짧은 비행 장비를 갖춘 그는 빠른 속도를 활용해 적을 견제해 함정으로 유인했다.
적을 모두 유인했으니 이제 이 폭동만 남았지?
어, 헤론이 돌아오기 전에 폭동을 쓰러뜨리고 모든 침식체를 쓸어버려야 해.
이건 우리가 가장 잘하는 거지! 가자! 무롤!
난 왼쪽으로 갈 테니, 오른쪽은 네게 맡길게!
왼쪽은 무롤, 오른쪽은 진, 그들 모두 공격과 지원을 다 갖춘 복합형 구조체로 전술에 따라 장비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다.
——!!!
그리고 폭동은 두 사람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혼자 남은 순간 이 전투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는 걸 몰랐다.
무롤 기체 한쪽에서 발사된 전자 로프는 돌아서 폭동의 뒤로 이어지고, 진은 포신의 반동력을 가속을 이동해 전자 밧줄의 다른 한쪽을 잡았다.
한 거대한 "걸림줄"이 몇 초 내에 완성됐다. 그리고 차마 피하지 못한 폭동은 그대로 전자 밧줄 위로 넘어졌다.
!!!!
전류가 폭동 전신에 흐르면서 통각 등의 신경 장치가 없다 해도 내부 모듈이 쇼트되면서 잠시 움직일 수 없었다.
루시아, 끝장내.
그건 지휘관님이 보내온 원격 통신이었다.
지휘관이라고 해도 인간의 몸이니 이런 규모의 위험한 작전에서는 가장 먼저 안전한 관찰 지점을 찾아 원격 지휘를 내렸다.
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작전 방식에 익숙했다.
——!!!!
잠깐, 이 녀석은 왜 아직도 움직이는 거야!?
퍼니싱 때문이겠지. 전에도 퍼니싱이 숙주가 되어 복구된 침식체가 있었어.
하지만 방금의 공격이 효과 있다는 걸 뜻하기도 해.
그렇게 말한 난 칼을 꽉 쥔 후 무롤과 진에게 전자 밧줄을 유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곳에서 죽어줘야겠어! 침식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