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잠시 후...
루나 아가씨. 이제 열겠습니다. 뒤로 물러서십시오.
괜찮아. 얼른 열어.
휘——릭——
흥...
아직도 의식이 없는 것 같군요.
……
그럼 어떻게 깨워야 하지?
여전히 혼수상태인 루시아를 바라보던 루나는 수술실로 다가가더니 오른손을 천천히 유리 위로 올렸다. 적색 전류가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언니...
루나는 루시아를 가볍게 터치했다. 핏빛 퍼니싱이 루나의 손끝에서 수술실 전체로 퍼졌다.
퍼니싱이 루시아의 기체를 침입했고 강렬한 자극에 루시아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으윽!
……
——
정신을 차린 루시아는 주위에 감도는 핏빛 전류를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경계하기 시작했다.
침식체!
!
루나 아가씨, 조심하세요.
루시아는 루나의 힘을 뿌리쳤고 가브리엘이 바로 루나와 루시아 사이를 막아섰다.
루시아는 방향을 바꿔 몸을 일으키더니 세 사람의 틈새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닥을 굴러 조종사 시체 옆에 떨어진 무기를 들었다.
의식을 아직 제대로 회복하지도 못했을 텐데 바로 전투 상태에 진입할 수 있는 건가?
가브리엘은 루나를 막고 있던 팔을 내리고 갑자기 폭주하기 시작한 루시아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루시아는 무기로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별다른 망설임 없이 그녀와 가장 가까이 있는 가브리엘을 향해 휘둘렀다.
하앗!
루시아의 강력한 공격에도 가브리엘은 여유롭게 오른팔을 들어 공격을 막아냈다. 칼날이 가브리엘의 오른팔에 부딪혀 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루시아가 아무리 힘을 써도 칼날은 한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흥.
단단하잖아!
무기를 내려놔!
가브리엘은 말을 하는 동시에 왼쪽 주먹을 꽉 쥐고 루시아를 향해 강렬한 펀치를 휘둘렀다.
루시아는 빠르게 칼을 회수하여 공격을 막아냈다. 검과 주먹이 부딪히고 그 충격에 루시아는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음...
가브리엘, 멈춰!
루나의 명령에 가브리엘은 공격 태세를 풀더니 강철로 만들어진 팔을 다시 코트 속에 숨겼다.
언니!
루시아 언니...
루...나...
루시아는 순간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아니야. 넌 방금 전...그 침식체잖아!
난...
루나는 개조에 실패했고 인간들한테 버려졌어!
내가...바로 루나라고...
그럴 리가 없어! 망할 침식체들...망할...퍼니싱 파이러스!
루시아는 검으로 세 사람을 경계하더니 천천히 왼쪽으로 이동했다.
몇 발자국 이동하던 루시아는 무너진 벽을 넘더니 예정된 지점을 향해 달려갔다.
루나 일행은 먼 곳에서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루나 아가씨, 지금 점점 우리의 포획 범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알고 있어.
루나는 루시아가 떠나는 쪽을 바라보며 침묵에 잠겼다. 그리고 뒤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롤랑의 곁을 지나던 루나는 새 명령을 내렸다.
롤랑, 가서...우리 언니를 데리고 와줘.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