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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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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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라면…… 아마…… 문제 없겠지……?

롤모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으니 아마 살아남지 못했을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많은 죽음을 봐왔는데, 이런 거에 영향을 받아선 안 돼. 가장 중요한 건 우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거야.

문제는 우리야. 이제 어떻게 여기서 나가지……

우리가 들어온 곳은 이미 식물들로 완전히 막혀버렸어. 왔던 길로 돌아갈 수는 없으니 다른 출구를 찾아야 해.

비상 통로 입구는 그 망할 식물들이 차지하고 있어. 그곳으로 나가려면 겉에 보이는 식물들을 제거할 수밖에 없어.

——만약 그것들을 평범한 식물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야.

차라리 저것들을 폭파시키자. 이 식물들은 정말이지 말도 안 돼. 정상적인 식물들이 어떻게 저리 빨리 자랄 수 있겠어.

코데스, 넌 우리보다 식물에 대해 더 잘 알잖아. 어떻게 생각해?

저것들은 그냥 식물을 모방했을 뿐이야. 내부는 우리가 전에 본 퍼니싱으로 구성된 괴물과 같아.

그리고 그들의 상태를 보면 식물이라기보다 연체동물의 다리에 가까워.

그럼 직접 파괴하는 건 안 된다는 거네?

맞아. 저 식물들은 파괴되면 고농도 바이러스가 폭발할 거야. 현재 우리가 가진 보호 장비로는 그걸 견뎌낼 수 없어. 그럼 파괴된 식물들 사이를 통과하는 것도 불가능할 거야.

게다가 탄약도 많이 없어. 파괴를 하기도 전에 먼저 화력이 바닥날 수 있어.

그러고 보니 그동안 쓸만한 보급은 별로 찾지도 못했고, 시체만 많이 봤지.

결국 이곳에 오기로 결정한 건 나였고,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도 나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야.

그러니 어떻게든 너희들을 이곳에서 안전하게 탈출시킬 거야.

자크는 가방을 집어 들고 그 안에서 낡은 수첩과 연필을 꺼냈다.

비상구로 나갈 수 없다면 정문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아보자. 지금 정문이 닫혀있으니 이 탑에 있는 관제실을 찾아서 정문을 열면 될 거야.

그는 종이에 간단한 지도를 빠르게 그린 뒤 몇 개의 점을 찍었다.

여과탑마다 구조가 비슷하다면…… 관제실은 보통 탑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지금 승강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서 올라가야 돼.

방금 우리가 지나온 구역을 잘 살펴봤는데, 올라온 계단을 봤을 땐 우리는 지금 여과탑 아래쪽에 있는 것 같아.

한 층 더 높게 올라가려면 반드시 이 긴 복도를 지나가야 해.

청소부는 지도에 원형 여과탑 전체를 가로지르는 긴 선을 그렸다.

자, 이제 목표가 생겼으니 바로 출발하자.

희미한 형광빛을 내뿜는 물고기 형태의 괴물이 어두운 복도에서 어슬렁거렸다. 대형 기계 뒤에 숨어 있던 청소부들은 무의식적으로 손에 든 무기를 움켜쥐었다.

어떡하지…… 건너편으로 가려면 이곳을 통과해야 하는데.

저 숫자로 봤을 때 힘들 것 같아. 우리가 모든 화력을 다 써도 30분밖에 버티지 못할 거야.

강제로 돌파할 거야?

어려워. 폭탄으로 터뜨려보는 수밖에 없겠어.

잠깐, 이렇게 되면 복도도 같이 무너지는 거 아니야?

여과탑의 구조와 강철의 견고함을 믿어 보자. 이정도 규모의 폭발로는 여과탑의 안정성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을 거야.

좋아. 네 말대로 해보자.

‘수염’은 고개를 끄덕인 뒤 무기를 들고 자크의 명령을 기다렸다. 코데스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가방에서 폭탄을 꺼내려는 자크의 손을 잡았다.

잠깐…… 저것들 아무래도 심해 어류 같은데.

자크, 전에 만났었던 적조 괴물들 기억해? 그것들도 동물과 비슷한 외형을 가졌었잖아. 게다가 그 동물들의 행동을 모방했었고.

전갈 그리고 날벌레……

우리 그때 날벌레들이 빛에 반응한다는 것을 이용해 야광봉으로 유인한 후 하수도를 탈출했었잖아!

그 말을 들은 자크는 탄약을 다시 가방에 넣었고, 시선을 돌려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들뜬 코데스를 바라봤다.

……그래서 결론은?

물고기 형태의 괴물도 동물을 모방한 거라면 심해 어류와 같은 습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코데스는 자신의 감정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췄다.

심해에는 빛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심해 어류는 진화 과정에서 대부분 자신의 눈을 포기해. 일부 어류는 눈과 같은 기관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한다고!!

따라서——저들은 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먹이의 위치를 눈으로 판단하지 않고 음파를 사용하지.

그래서——

우리의 행동을 덮을 수 있는 다른 행동을 만들어서 그들의 주의를 끌면 돼. 저 복도의 길이를 봤을 때 8초 정도 시간을 끌 수 있다면 통과할 수 있을 거야!

맞아.

그러니까 결국에는 이 물건이 등장해야 한다는 거네.

자크는 폭탄을 잡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맞아. 하지만 폭탄을 던지는 위치는 신경을 좀 써야 해.

저쪽으로 하자.

자크는 갈림길에 있는 에너지 파이프를 가리켰다. 긴 복도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곳을 폭파시키면 세 면의 괴물을 모두 끌어들일 수 있고, 에너지 파이프의 연쇄 폭발로 긴 회랑의 건너편으로 달릴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벌 수 있었다.

준비됐어?

셋 센다……

두 사람은 머리를 끄덕이며 각자 움직이기 편한 위치로 신속히 이동했다.

셋……

둘……

一!

마지막 숫자가 입에서 나오자마자 탄약은 자크의 손에서 벗어나 포물선을 그리며 정해진 위치로 날아갔다.

폭탄이 땅에 떨어지려는 순간 ‘수염’의 총구에서 발사된 총알이 정확히 명중했다.

이어서 고막이 터질 것 같은 폭발음과 함께 에너지 파이프가 터지면서 엄청난 압력이 발생했고, 떠돌아다니던 괴물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곧장 돌진했다.

뛰어!!!

폭발로 생긴 빛이 앞의 복도를 환하게 비추었고, 청소부들은 폭발과 동시에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폭발로 인한 진동과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복도 저편에 도착했다.

폭발로 인해 끊어진 넝쿨이 조용히 다시 이어졌고, 붉은빛이 넝쿨을 따라 아래로 뻗어 내려갔다.

이 혼돈 속에서 무언가가 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제법인데.

벽에 비스듬히 기대 감시 카메라를 지켜보던 롤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협력적인 모습을 보니 공중 정원의 어떤 구조체 소대가 생각나는데.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합치면 골치가 아플 정도로 귀찮게 되지.

인간 청소부의 위험 등급은 아주 낮아요.

흠…… 글쎄.

저런 끔찍한 종말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을 얕봐선 안 돼.

이것도 가브리엘이 늘 입에 달고 다니던 ‘인간의 가능성’이라는 건가?

하지만 이 면역 시대의 유물에 대해 이렇게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줄은 나도 몰랐어.

그들이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하이디? 나랑 내기할래?

일반적으로 저런 사람들이 이런 단계에 도달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내분이 발생할 거야. 내 생각에는 보급 분배, 의견 불일치, 공포, 불안, 믿음 심지어 감정 싸움까지……

……

의미 없어요. 제가 신경 쓰는 건 ‘어머니’의 상태뿐이에요.

뭐, 좋아.

역시 가브리엘의 학생답네. 그런데 이런 대화는 전에도 했었던 것 같은데.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면 조은 더 재미있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재미없는 점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네.

너희들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한 번 보겠어. 모처럼 뛰어난 녀석들인데, 날 너무 빨리 실망시키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