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후우……
따…… 따돌린 건가?
보아하니…… 쫓아오지는 않은 것 같네.
한참을 달린 끝에 숲과 괴물을 따돌린 청소부들은 탁 트인 공터에 서 있었다. 멀리 있는 거대한 강철 건물이 눈앞의 모든 하늘을 가리고 초원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것은 면역 시대의 사람들이 생존하는데 의지했던 희망이자, 지금의 공중 정원이 지구를 되찾기 위한 등대이기도 했다. 이미 여과탑 주변에 여러 보육 구역이 세워져 있었고 여전히 이 지구에서 떠도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이 담겨 있었다.
탑 아래에 시설은 이름 모를 넝쿨로 얽혀 있었고 수십 년의 비바람에도 불구하고 탑에 새겨진 거대한 흰색 페인트는 여전히 선명하게 보였다.
‘C.P.F.040’
……‘40호 원심형 바이러스 여과탑’에 도착했어.
자크는 자기도 모르게 두 걸음 더 걸어갔다. 고개를 높이 들어야만 보이는 탑 꼭대기의 붉은 원형 빛은 침침한 하늘 아래에서 보일 듯 말 듯 했다.
이 탑은 마치……
잠깐, 그 녀석은 어디 갔지?
‘수염’이 큰 목소리로 말하자 공터에 메아리가 울렸다. 여과탑을 보며 생각에 잠겼던 자크가 그 소리에 깜짝 놀랐다.
괴물들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고 싶은 거야?
그게 아니라 길을 안내하던 녀석이 사라졌어.
롤모?
방금 도망치면서 그 녀석과 떨어진 것 같아.
망했다…… 그 녀석은 똑바로 서있지도 못하는 것 같던데 저 괴물들한테 걸리면……
‘수염’의 말이 끝나자마자 숲속에서 나뭇가지와 잎사귀가 스치는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자크는 즉시 총을 들어 소리가 들려오는 나무를 향해 겨누었고, 세 사람의 팽팽한 긴장감에 공기마저 굳은 것 같았다.
나무가 움직이자 그 사이로 허름한 옷차림을 한 모습이 보였다. 그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서 두 손을 들었다.
저예요! 쏘, 쏘지 마세요!
……
허! 네가 도망쳐 나오다니, 난 또 네가……
다행히 이 숲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자크는 위기가 해소되었음에도 총을 내려놓지 않았다. 그의 총구는 여전히 우물쭈물 서 있는 난민을 향해 있었다.
그것들이 네가 말한 숲속의 괴물이야?
네…… 저는 분명 경고했어요! 분명 말했어요!
롤모는 앞에 있는 인간의 총구가 그 괴물들 보다 더 두려운 듯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조심스럽게 자크의 표정을 살피며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하지만 제가 안내하는 길로 갔다면 그런 괴물들을 만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그들을 발견했을 때는 기어 다니기만 했고, 공격하지도 않았고,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여과탑의 입구가 어디 있는지 알아?
네, 알고 있어요. 정문은 열리지 않지만 환풍구가 있어서 그쪽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여과탑 근처에도 그런 괴물들이 많으니 우리 빨리 들어가요……
다 들었지. 다 모였으니 이제 가자.
그럼 가볼까? 안내인?
‘수염’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롤모의 어깨를 두드리려 했지만 롤모가 놀란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
뭐야. 때리려고 한 것도 아닌데…… 됐다.
‘수염’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를 돌려 점점 가까워지는 여과탑을 바라보았다.
와, 엄청 높네……
어이, 코데스. 우리 뭔가 자크가 좋아하는 그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지 않아? 이 탑에 와서 그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찾고 있고, 온갖 괴물들이 있는 망할 숲을 지나는 고난도 겪었잖아.
……
자크는 아무 말 없이 한숨만 내쉬었다.
난 우리가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것만 알아. 그리고 아무도 우리 이야기를 듣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그 영화가 아무리 삼류라지만 우리 삶보다 더 삼류겠어?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는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할 거야.
……
청소부들은 침묵 속에서 여과탑으로 조금씩 다가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미지의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고, 이미 오랫동안 계획된 공연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유일한 ‘관객’은 넝쿨로 둘러싸인 숲과 이합 생물의 두 눈을 통해 탑 깊은 곳의 혼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