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6 영야태동 / Story

All of the stories in Punishing: Gray Raven, for your reading pleasure. Will contain all the stories that can be found in the archive in-game, together with all affection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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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암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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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중:

부족했다.

완전히 부족했다.

대행자의 힘은 역시 막강했다.

나방 여왕, 취서체. 그들 모두 이 힘의 말단에 도달하지도 못했다. 이것이야말로 힘의 최종 형태다.

모방은 결국 헛수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정한 ‘학습’ 능력이었다.

다행히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대행자를 만났다.

그 신사는 나의 기체를 복구하고 나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그는 내 지식을 인정했고 나에게 더욱 강한 힘을 주었다.

앞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내 두 손이 떨렸다. 이건 아주 특별한 느낌이다.

인간의 문학 자료에 비추어 보면, 이것은 책 속에 묘사되어 있던 '떨릴 정도의 설레임'과 흡사하다.

순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프로그램 오류로 인해 내 지팡이가 적조 속으로 빠져버렸다.

쓸데없는 감정은 역시 성가신 일만 초래했다.

인류가 지구에서 소멸하고 자연이 다시 도시를 되찾는 데까지 얼마나 걸릴까?

황금시대의 전성기에 진보적인 사람들은 더 이상 눈부신 새 사물과 첨단 기술에 만족하지 않고 미지의 바다로 손을 뻗었다. 동시에 어떤 사람들은 인류가 사라진 후의 세계를 상상했다.

요한 묵시록의 종말에 대한 환상은 독자들에게 인기 있는 주제였다.

넝쿨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고, 나무 뿌리가 아스팔트를 뚫고, 강철의 탑이비바람에 썩어 무너진다. 약간의 햇빛과 이슬만 더해진다면 자연은 놀라운 속도로 대지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무들은 싹을 틔우고, 가지는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 자란다. 초원은 마치 융단처럼 부드럽고 흙은 상쾌한 향기를 풍긴다. 마치 발이 닿은 적 없는 깨끗한 정토와 같다.

그러나 이 너무 평온한 광경이, 지금은 어딘가 섬뜩하게 느껴진다.

여, 여기는 걷기 힘드니 발 밑을 조심하세요.

이 안에…… 정말 여과탑이 있는 게 맞아? 이곳은 너무 원시적으로 보이는데 여과탑은 원래 도시에 세워져 있지 않아?

아니, 저쪽이야.

자크가 손으로 앞을 가리켰다. 짙은 먹구름과 울창한 잎사귀 사이로 거대하고 진한 색의 강철 건물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그래…… 여긴 나무가 너무 많아서 찾기가 어렵네.

그리고…… 너무 걷기 힘들어! 이 이상한 나무 가지들…… 아, 짜증 나.

일동이 숲 속으로 조금씩 걸어가던 중 ‘수염’의 몸이 갸우뚱하더니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그의 왼쪽 다리가 깊은 구덩이에 푹 빠졌다.

【삐——】, 뭐야!

수염은 황급히 발을 빼들었다.발을 헛디딘 것은 간판인 것 같다. 간판은 페인트가 벗겨져서 '풀리아'라는 글자만 간신히 읽을 수 있었다. 그 밑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었던 것 같다.

‘수염’이 밟아 부서진 곳은 지도의 중심이었다.

아, 지도였네.

이곳은 이미 자연으로 돌아갔다. 지도를 보아도 소용없어.

그건 그래.

어차피 바로 앞에 여과탑이 있으니 저 지도는 필요 없어.

공원에 있는 건물들 위치를 기록해 둬. 여과탑에 보급물자가 없다면 다른 건물에서 다른 유용한 것이라도 있는지 찾을 수 있을 거야.

자크는 다시 바닥에 있는 철판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지도 중앙에 구멍 난 곳을 가리켰다.

……지도를 보면 시설들 모두 이 중앙 지역을 둘러싸도록 지어졌어. 아미 이곳이 여과탑의 위치일 거야.

밟는 것만으로 가장 중요한 정보의 부분을 박살내다니 역시 너답군.

쳇, 이건 우리가 순조롭게 여과탑에 도착할 거라는 뜻이야!

수염은 비아냥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큰소리로 웃었다.

우리는 보급을 찾으러 가는 거지 파괴하러 가는게 아니야.

우리가 그 여과탑을 점령해도 좋을 것 같은데. 어쨌든 자크가 있으니 여과탑을 가동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보육 구역이야. 계획되지 않은 곳에서 너무 머물면 안 돼. 게다가……

‘가능한 모든 기계들을 멀리한다.’ 너 우리 규칙을 또 잊은 거야?

침식되면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잖아. 나도 알아.

자크가 철판에서 시선을 거둘 때 ‘수염’의 종아리에서 긁힌 흔적을 발견했다. 아마 방금 부서진 철판에서 발을 떼어내다가 자신도 모르게 긁힌 듯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보급을 점검한 후 15분 뒤에 계속 전진하자.

네 상처를 처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 잡히지 않으려면.

어……?

‘수염’은 뒤늦게 그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종아리를 보았는데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자 욕을 내뱉었다.

이상하네. 전혀 긁힌 느낌이 없었는데 내가 침식에 면역이 된 건가?

……

침식돼서 죽고 싶지 않으면 얼른 이 와서 치료받아. 의료 보급이 부족하던 참이었는데 다행히 이 근처에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식물을 찾았어.

한바탕의 일이 지나간 끝에 그들은 간단한 임시 거점을 만들어 땅을 평평하게 한 뒤 예비 화로를 사용해 간단한 모닥불을 피웠다.

자크는 총알을 산탄총의 탄창에 넣으며 묵묵히 탄환의 수를 확인했다.

코데스는 ‘수염’의 상처를 치료한 뒤 옆에 있는 식물을 비틀거나 하면서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던 롤모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모닥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자크는 그냥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고 나서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아마 롤모와 한시도 쉬지 않고 보급을 찾고, 길도 찾고, 세 사람을 데리고 위험이 숨겨진 구역을 빠져나가려고 바삐 돌아다닌 탓에 청소부들은 점차 그의 존재에 익숙해졌고 그에게 경계심을 약간 내려놓았다.

‘수염’은 자신의 다리에 묶은 붕대를 정리한 후 가방에서 압축 비스킷을 꺼내 웅크리고 있는 난민 앞에 던졌다.

……?

도시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네가 음식을 먹는 것을 못 봤어. 네가 철인이냐? 이따가 길을 안내해야 하니 굶어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지.

……감사합니다.

폐허가 된 도시를 보다가 초록색으로 우거진 삼림을 바라보니 마음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목적지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은 잠시 경계를 풀고 위험한 여정 도중 잠시 휴식을 취했다.

…… (휘파람).

메마른 휘파람 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오래된 곡인 것 같았다. 롤모는 휘파람을 불고 있는 자크를 올려다보며 의아한 눈빛을 보였다.

이곳을 보면 내가 오래전에 봤던 영화가 떠올라. 거기 안에 어떤 장면과 이 삼림이 엄청 비슷해.

무슨 영화?

전쟁과 재난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한 소년은 혼자 여행을 떠났어. 그는 세상 끝에 있는 높은 탑에 가서 전쟁을 막을 수 있는 보물를 찾았고, 기사가 되기 위한 시련을 마쳤지.

주인공이 어둠의 숲에서 7일 동안 괴물과 싸워 겨우 포위망을 뚫는 줄거리가 있는데, 알고 보니 그 괴물이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뭐였더라, 아 맞다. 바로 ‘혼란과 나약함’이었어.

다소 과묵하던 그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도 많아졌다.

자크 네가 예술에 대해 관심이 있었을 줄이야. 이런 줄거리까지 기억하다니.

아니야. 그냥 그 괴물이 나온 장면이 강렬했던 것뿐이야.

들어보면 그냥 B급 영화처럼 들리는데 결말은 어떻게 됐어?

주인공은 고난을 겪으며 높은 탑 꼭대기에 도착했지만 그 탑에는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보물이 없었기에 헛수고였지.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 거의 끝부분에 주인공이 아무것도 없는 높은 탑에서 무릎을 꿇고 있던 기억이 나는데……

자크는 일어서서 주인공처럼 검을 짚고 절망하며 무릎을 꿇는 장면을 흉내 냈다.

‘……? Cómo puede ser nuestro final? (이게 우리의 끝인가?).’

풉……

아, 별거 아니에요. 비스킷이 목에 걸려서. 컥컥……

대사가 좀 어색한데? 삼류 영화 같아.

삼류 영화 같아? 난 잘 모르겠지만 괴물이 강렬했던 것 말고도 주인공의 연기도 칭찬받을만한 것 같은데.

나이가 꽤 어려 보였지만 벌써 한 편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어.

그 배우가 이 영화로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했다던데, 그리고 황금시대 유명 연예 기획사와 계약을 했다고 했어. 배우 이름이 뭐였더라, 롤캉——?

네가 연예인을 좋아하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아직도 많이 있어.

……결말은 그냥 그랬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즐거운 추억이었어. 지금으로 치면 전부 사치라고 볼 수 있지.

평화로운 시대의 특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네. 그런 영화들이 바보같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한 삶의 상징 아닐까.

……

……‘행복한 삶’이라……

정말 머나먼 말이네.

황금시대의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의 기준은 뭘까?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고,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직업이 있고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집이 있다는 것, 이것이 행복아닐까?

청소부에게 이런 것들은 닿을 수도 없는 사치와 같았다.

됐어.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을 하면 뭐해. 우린 지금 살아남기조차 힘든데.

자크는 일어나 앞에 있는 모닥불을 껐다.

출발하자.

롤모의 안내에 따라 암회색 강철 건물이 청소부들의 시야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코데스는 삼림에 깊이 들어갈수록 미묘만 변화를 발견했다.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나뭇가지를 밟아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식물들 사이에서 점점 더 선명하게 반짝이는 붉은색.

그는 좁은 길을 지나다가 모르고 나뭇가지를 밟아 부러뜨리기 전까지는 그것들이 그저 붉은색의 열매나 잎사귀라고 생각했다.

붉은색의 액체가 나무껍질 사이에서 흘러나와 풀밭에 떨어졌다.

퍼니싱……

뭐?

이 식물들 좀 이상한데? 꼭 퍼니싱에 침식된 것 같아…… 보통 나무의 수액은 이렇지 않잖아. 빨간 잎의 나무라도 수액이 빨간색은 아닐 거 아냐……

잠깐, 너의 재미없는 식물 감정은 듣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이 나무들이 침식됐다는 거야? 그렇지만 이곳은 퍼니싱 농도가 낮은데?

그러면서 ‘수염’은 손을 뻗어 자신과 가까운 나뭇가지를 꺾으려 했다.

함부로 만지지 마! 식물을 맘대로 훼손했다가 퍼니싱 농도가 상승할지도 몰라.

알겠으니까 목소리 좀 낮춰!

자세히 보면 이 식물은 일반 식물과 다르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 봐, 명확한 방향성을 띠고 있잖아. 이쪽에서 뻗어서……

그러면서 코데스는 무성히 자란 나무 덤불을 헤치며 붉은 식물을 따라 숲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원래 식물은 퍼니싱의 영향을 받지 않을 텐데, 분명 변이된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야……

야…… 천천히 좀 가!

잠시만요…… 가지 마세요. 그쪽은 위험해요——

눈 앞의 광경에 코데스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그는 무성한 나무 뒤에서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삼림과는 전혀 다른 광경을 보았다.

붉은 균열이 녹색 식물에 바글바글 매달려 있었고, 동시에 날카로운 붉은색과 녹색이 눈앞에 나타나면서 어떤 뒤틀린 인간형 생물체가 풀밭에서 기어다니고 있었다.

그 인간형 괴물들은 네 발로 땅을 짚고 엎드려 끊임없이 팔다리의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그들의 발은 끔찍한 뼈 가시로 뒤덮여 있었고 뼈가 부딪치는 소리가 나무 사이로 메아리쳤다.

코데스는 순간 자신이 온갖 악이 난무하는 지옥에 잘못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눈앞에 보이는 괴이하게 뒤틀린 생물이 업화 속에서 뒤섞여 발버둥 치는 영혼 같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수염’을 움켜쥐며 서서히 제정신을 되찾았다.

【삐——】, 이것들은 뭐야?!

‘수염’의 목소리가 두려움 속에서 일그러졌고 기어다니던 ‘생물체’들이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생물체’는 먼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청소부 쪽으로 천천히 기어갔다. 그의 뒤로는 여성의 팔뚝만 한 빨간 줄이 길게 뻗어 있었는데 마치 꿈틀거리는 내장이나 탯줄처럼 보였다. 탯줄 끝에 연결된 ‘가슴’ 속에는 붉은 구체가 힘차게 뛰고 있었다.

‘생물체’는 이목구비가 없는 머리를 천천히 사람 쪽으로 돌렸는데 이는 ‘관찰’을 연상케 하는 확고한 움직임이었다.

그런 다음 그는 앞다리에 힘을 주고 뒷다리로 지탱해 마치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는 자세로 비틀거리며 청소부들에게 다가갔다.

처음 일어난 ‘생물체’의 계시를 받은 듯 땅바닥에 있던 다른 ‘생물체’들도 뒤틀린 자세로 일어서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의 창백한 생물체들이 삼림 속에서 일어나 몸을 돌리자 피 색깔의 탯줄이 끌어당겨지면서 끈적끈적한 소리가 났다.

자신이 본 광경을 이해한 후 ‘두려움’의 감정이 먼저 청소부의 이성을 차지했다.

…… 아…… 아……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생물체’ 얼굴의 창백한 표피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내부의 검붉은 살이 찢어지면서 머리 안에 있는 빈 공간이 드러났다. 빈 공간의 가장자리에는 인간의 장기를 어색하게 모방하는 것처럼 위아래로 하얗고 단단한 입자가 빠르게 자라났다.

???

…… 아…… 아…………?

코데스의 비명과 똑같은 소리가 ‘생물체’ 머리에 있는 원형의 빈 공간에서 들려왔다. 그는 기계적으로 소리를 반복하면서 손은 가슴 앞으로 들어 올렸다.

그것은 코데스가 총을 든 자세였다.

다만 이 자세는 1초도 지나지 않아 옆에서 날아오는 총알에 의해 무너졌다. ‘생물체’는 비틀거리며 총알에 반쯤 잘린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자크의 화난 목소리에 ‘수염’이 악몽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어리둥절하게 서있는 코데스를 옆으로 밀친 후 손에 들고 있던 총을 가차 없이 발포했다. 날아간 총알은 모두 생물체의 머리와 가슴에 명중했다.

???

멍---하니---서서---뭐---하고---있는……거야?? 아…… 아……

생물체는 몸체가 무너지면서도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거울처럼 앞에 있는 사람의 행동을 따라 했다. 이 모습을 본 ‘수염’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이 녀석 왜 멈추질 않는 거야?!

‘수염’이 총을 들고 ‘생물체’를 향해 더 맹렬히 사격하자 노출된 붉은 구체가 깨지면서 공기가 붉은빛 안개로 뒤덮였다.

청소부의 노출된 피부가 침식으로 인해 곪기 시작했고 ‘생물체’의 손상된 붉은 심장 바깥쪽에서 백색의 갈비뼈가 자라기 시작했다.

퍼니싱…… 과 적조에서 생겨난 그 괴물들처럼…… 저것들은 전부 퍼니싱이야……

어서 뛰세요! 저것들의 수가 너무 많아 여기는 위험해요! 여과탑으로 가요! 어서요!

자크를 따라온 롤모는 목청을 높이면서 저 먼 삼림 속에 비친 거대한 탑을 가리켰다.

서둘러!!

이 방향으로 계속 가면 여과탑에 도착할 거예요! 어서 뛰세요!

코데스가 비틀거리자 ‘수염’은 그의 옷깃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삼림 속을 질주하면서 울퉁불퉁한 고목들과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기이한 생물체들을 지나쳤다. 주변의 어떤 것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심지어 길을 알려준 롤모가 따라오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

허름한 옷차림의 ‘난민’은 제자리에 그대로 남아 손을 들어 후드를 살짝 들어 올리며 점점 포위해 오는 괴물들을 차분히 지켜보고 있었다.

모체의 영향이 벌써 이 정도라니…… 예상보다 빨라. 하이디가 대체 뭘 한 거지?

정말 골치 아프네.

지금은 아직 너희들이 출연할 때가 아니라고.

주연 배우들의 공연을 방해하게 할 순 없지. 자, 그러니까 좀 퇴장해 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