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입구의 복도, 연구원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었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연구원이 뭔가가 떠올랐는지 옆 동료와 말을 나누고 줄에서 벗어났다.
긴 줄이 천천히 움직이고 그가 남긴 빈 자리가 메워지려고 했을 때.
라미아는 좌우를 둘러보고 아무도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을 확인했다.
라미아는 망설이지 않고 그 틈으로 쑥 끼어들었다.
그녀 뒤에 서 있던 거대한 체구의 연구원은 아이가 있는 걸 보고는 고개를 숙이더니 혐오가 섞인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혐오가 일 때문인지 라미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넌…… 의료부에서 기르는 여자아이잖아? 의료부 직원들이 규칙을 알려주지 않았나 보지?
라미아가 두려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도 바닷물보다 더 차갑고 얼음보다 더 단단한 규칙들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라미아는 어깨를 잔뜩 움츠려 스스로의 체구를 최대한 작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눈을 크게 뜨며 순진하고 억울한 듯한 표정을 연출했다.
물론 이런 수법이 항상 먹히는 건 아니었다. 아니, 이런 수법은 단 한번도 먹히지 않았다. 도서관에 있는 책에는 분명 인간들은 "동정심"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라미아는 이곳에서 단 한 번도 그 감정을 직접 느껴보지 못했다.
라미아는 불안한 시선으로 안경 뒤에 숨은 연구원의 눈을 바라보았다. 안경 렌즈에 반사된 빛은 차갑게만 느껴졌다.
그는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동정이 아니었다. 그저 더 흥미를 잃고 더 이상 소통을 이어나가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었다.
라미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이었다.
줄은 계속해서 천천히 움직였고 한참 뒤에야 라미아는 눈처럼 하얀 긴 테이블 앞에 설 수 있었다.
과거 식당에는 항상 먹을 것들이 넘쳐났고 음식은 다들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챙길 수 있었다. 식당은 항상 사람들의 대화소리로 북적였다.
하지만 지금 식당의 분위기는 어느새 무겁게 가라앉았고 긴 테이블 뒤에는 기록판을 들고 있는 후방 보장 인원들이 배급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 뒤에는 행정부 보안 요원들이 실탄까지 장착한 채 식당의 질서를 지키고 있었다.
책상 뒤에 서 있는 후방 지원 인원은 그녀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오직 손에 들고 있는 명부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름?
라미아입니다.
하지만 후방 지원 인원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않았다.
L……La……라미아예요.
후방 지원 인원의 손가락은 명부를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 드디어 멈췄다.
매일 배급되는 칼로리 한도는 1164 칼로리다. 이게 오늘 네가 먹을 식량이야.
두 개의 쿠키가 테이블 위에 나타났다.
다음.
라미아는 침을 꿀꺽 삼킨 뒤 용기를 내 말했다.
시도는 잘못된 것이 아니고 실패도 용서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저…… 저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쿠키…… 하…… 하나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배가……너무 고파요……
안 돼. 배급량은 나이, 키, 체중과 일평균 활동량에 따라 엄격히 계산된 수치다. 네가 받아갈 수 있는 건 이것뿐이야.
행정부 보안 요원이 한 발 앞으로 다가섰다.
그들은 아이와 성인을 모두 동일하게 대했다.
후방 지원부는 유통기한 및 영양성분을 제외한 그 어떤 질의도 접수하지 않는다. 다른 불만사항은 행정부에 신고해. 뒤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어서 가.
라미아는 손수건으로 쿠키 두 개를 조심스럽게 포장한 뒤 식당을 나섰다.
퍼니싱이라는 재앙이 폭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기지는 바로 배급 통제 상태에 돌입했다.
처음엔 배급으로 나눠주는 식량을 담은 바구니는 식당의 긴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바구니 안에는 쿠키와 통조림이 산처럼 가득 쌓여있었다.
그 뒤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그 바구니는 후방 지원 인원들의 발 아래로 옮겨졌고 보급품을 수령할 때 목을 길게 빼들어야 안에 든 식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바구니가 보이지 않는다. 식량은 아마 책상 밑에 숨겨져 있을 것이었다.
미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책에서는 인간은 음식을 먹지 못하면 아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아사하는 걸 기근이라고 한다.
기지에 기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나도 아사하게 될까? ——라미아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한 번도 바깥 세상을 본 적이 없었다.
책에서는 바깥 세상은 아틀란티스보다 훨씬 더 거대하다고 말했다.
책에서는 바다에는 끝이 있다고. 그 바다의 끝을 육지라 부른다고 말했다.
대륙과 비교하면 아틀란티스는 한낱 먼지에 불과하겠지.
육지는 수많은 아틀란티스로 구성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했다.
육지의 지평선은 구불구불한 모양인데 그건 육지에 산이라는 지형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육지에는 온실 속에 자라는 식물들이 무더기로 자라있는 곳이 있으며 사람들은 그것을 "숲"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육지에서는 아틀란티스처럼 수많은 "규칙"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곳은 아이가 울 때 따뜻한 포옹과 부드러운 위로를 건네는 곳이라고 했다.
라미아는 움츠린 채 침대에 누웠고 곧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