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상태는 요즘 좀 어때?
팀장님, 그 아이의 이름은 라미아입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섬에 있는 작업자들 모두 라미아를 아주 예뻐하죠.
좋아한다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제대로 들으신 것 맞습니다. 다들 저 아이를 좋아합니다. 굉장히 "재밌"거든요. 심심풀이로 한번 만나보시죠.
"재미"로 즐길 만한 여유 따윈 없어. 그건 당신들도 마찬가지일 텐데…… 뭐, 자네도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도대체 어떤 점이 자네들을 "재밌다고" 느끼게 했는지 궁금하긴 하네.
의료부 사무실의 한 구석.
라스트리스가 라미아를 찾아냈을 때 아이는 다른 사람들이 가져다준 커피잔으로 위태로운 형태의 탑을 쌓고 있었다.
골판지로 만든 울타리에 기대고 있던 라스트리스가 손을 뻗어 가장 꼭대기에 있는 커피잔을 내려놓자 흔들리던 탑이 균형을 되찾았다.
라스트리스를 올려다 보던 라미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라스트리스가 커피잔을 건네자 라미아는 기뻐하며 컵을 건네받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라스트리스는 고개를 젓더니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커피잔을 뺏자——부정적인 감정을 보였다.
커피잔을 돌려주자——긍정적인 감정을 보였다.
감정 변화의 역치가 아주 낮고 아주 작은 자극에도 감정이 바뀌었다.
어린 아이와 성인의 감정 논리는 아주 큰 차이가 있는 듯하다——굉장히 흥미롭다.
그 뒤로 또 몇 달이 흘렀다.
팀장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그래?
저번에 오셨을 때만 해도 라미아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이제 기본적인 어휘는 구사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라스트리스가 라미아를 쳐다보았다.
난 라스트리스라고 해.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던 라미아가 동작을 멈추고 멍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았다.
난 라스트리스라고 해.
라미아는 뭔가 알아들은 듯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 라미아.
저 사람은?
아저씨.
이건?
컵.
여긴?
라미아가 막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틀란티스.
아틀——라마스.
아-틀-란-티-스.
하드란——티츠.
라스트리스는 고개를 젓더니 또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청력——정상, 성대——정상, 언어 능력——발달 느림
라스트리스가 한숨을 쉬었다.
멍청한 인간 아이.
의료부의 수많은 방들 중 하나.
이곳은 원래 병실로 사용되었으나 의료 부장의 특별 허가를 받아 라미아의 개인 방으로 개조되었다.
약 조제대는 책상으로 수액 의자는 걸상으로 개조되었다. 하지만 두 물건 모두 어린 라미아에게는 너무 높았고 의자에 앉은 라미아의 짧은 의족은 바닥에 닿지 못한 채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
책상 위에 놓인 종이에는 간단한 계산식이 적혀있었다.
이번에 라미아를 만나러 온 건 데이터 부장이었다.
안녕하세요.
아이는 다른 작업자들의 모습을 어설프게 흉내내며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안녕.
데이터 부장은 대충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라스트리스를 바라보았다.
정말 원숭이처럼 멍청하군요.
자네의 판단이 나와 같아서 참 기쁘군.
요즘 수학을 배우고 있다던데.
진전은 어떤가요?
모르겠어.
됐습니다. 제가 검증해 보죠.
덧셈이란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수를 더해 새로운 수를 얻는 행위이다. 이와 같이 곱하기를 정의해 보도록.
라미아는 잔뜩 겁 먹은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다 치맛자락을 꼭 붙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요.
다른 문제로 바꾸지. 닭과 토끼가 한 우리 안에 있어. 머리의 수는 총 35개, 다리 개수는 총 94개야. 그렇다면 우리 안에 닭과 토끼가 각각 몇 마리 있을까?
죄…… 죄송해요. 질문이 너무 어려워요. 모르겠어요……
데이터 부장이 고개를 돌려 라스트리스를 바라보았다.
이 아이가 아틀란티스 국민들의 평균 IQ를 깎아먹고 있습니다.
이렇게 멍청한 생명체는 처음 보는군요.
마스크에 가려진 라스트리스의 입가에 그녀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자네의 판단이 나와 같아서 참 다행이군.
그녀는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이해 능력——저하.
반응 속도——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