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Reader / 히든 스토리 / 15 절해성화 / Story
라미아는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이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잊기 마련이다.
영유아의 뇌는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해마와 편도체가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억 메커니즘에 관한 뇌 각 부위의 연결 상태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연결은 파괴되고 그로 인해 기억도 사라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차가운 강철 벽을 쓰다듬으며 이 도시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서 오래 전 봉인된 기억이 다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첫 기억은 바로 어지러울 정도로 밝은 흰 조명이었다.
여긴…… 기억났어.
좁디 좁은 방과 주위에 널브러진 커피잔을 바라보던 라미아가 허리를 숙였다.
의료부 사무실의 구석에는 종이상자들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그 안에는 귀중한 설비들을 포장하기 위해 넣어둔 충격 완화 스티로폼과 비닐 공기 주머니가 담겨있었다.
장애를 가진 작은 아이는 두 손으로 상체를 지탱한 채 울타리 안에서 열심히 기어다니고 있었다. 기지에 아이들이 놀만한 장난감이 있을 리가 없었고 의료부 직원들은 케이블선, 커피잔, 칠판 등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울타리 안으로 던져주었다.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지?
저번에 보급선이 도착했을 때 기지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바빴고 평소 자산 물품 리스트에는 살아있는 생명체를 등록해 두지 않았던 터라…… 그만 깜빡 잊었습니다.
설마 화물 수송 루트로 대륙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나?
됐어.
라스트리스는 울타리 안에서 이리저리 기어다니는 아이를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원숭이처럼 못생겼어. 그녀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네. 인조 다리를 장착해 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라미아는 어지러운 케이블 선을 향해 기어가더니 케이블선 중 하나를 팔에 감고는 즐거워했다. 그 모습은 마치 뜨개실 뭉치를 가지고 노는 아기 고양이와도 같았다.
그런데 뭐?
아직 성장이 채 끝나지 않아 인조 신체 이식 같은 대수술을 버텨내지 못 할 겁니다.
그럼 더 자라길 기다려야겠군.
리스크도 있는 건가?
모든 수술에는 리스크가 따릅니다. 게다가 수술을 받는 건 어린 아이니까요.
성공 확률은 몇 퍼센트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뭘 어떻게 할 건지 말해 봐.
마취를 진행한 뒤 살을 갈라 하체 절단면을 외부에 노출시킵니다. 그리고 혈관을 막고 말초신경을 박리한 뒤 여기에 의족의 전극을 연결한 뒤 상처를 봉합하고 남은 조직들을 제거하면 끝입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의학 지식에 관심을 가지시는 겁니까? 아이가 걱정되시는 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분야라 관심이 생겼어…… 물론 개인적인 관심이야.
수술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과학 이사회에서 새로 연구한 인체 개조술이 훨씬 더 대단합니다.
아? 그래? 다음에 그 수술에 대해 설명해주게.
그럼 이제 수술을 시작하도록. 난 방으로 돌아가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