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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과학의 고아
>폭발과 함께 진동이 일어났다.
공중에서 내려다 보니 아틀란티스를 중심으로 해수면 위에 물결이 일더니 빠르게 확산되었다.
모니터링 시스템은 빠르게 폭발이 일어난 출처를 찾아냈다. 해수면 아래 영점 원자로가 있는 층이었다.
그녀가 원자로에 도착했을 땐 후방 지원팀이 이미 현장을 정리하고 있었다.
사방에 온통 재난 방지 설비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지만 원자로 주위에는 탄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영점 원자로 반응은 "연소"라는 원시적인 화학반응으로 에너지를 방출하는 게 아니었다.
라스트리스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엉망이 된 현장을 바라보던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상황은 어때?
재난 방지 설비가 바로 작동하여 전원이 나감과 동시에 방사능을 차단해 원자로 위의 기지는 무사합니다.
사상자 상황은 어떻지?
2명 사망, 1명 중상, 15명이 경상을 입었습니다. 의료팀에서 사상자 처리에 착수했습니다.
기계부 직원들 불러서 사고 원인부터 분석해. 그리고 재난 방지 설비도 업데이트하고.
이번 실험 담당자가 누구야?
실험부 라비아입니다.
해고하고 다음 보급선 편에 대륙으로 돌려보내.
이건……
무슨 문제라도 있어?
라비아가 바로 중상을 입은 부상자입니다. 아마……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습니다.
……
팀장님, 직접 만나러 가보시겠습니까?
라스트리스가 두 눈을 감았다.
난 멍청이한테는 관심없어. 의료팀한테 말해. 최선을 다해 살리라고. 멍청한 게 죽을 죄는 아니니까.
통신 단말기에 갑자기 불이 들어왔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해 주도록 하죠.
팀장님, 의료팀이 보낸 통신입니다. 라비아가 심각한 부상으로 결국 사망했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일로 내 시간을 낭비하는 거지? 위로금과 장례는 행정팀 직원들이 알아서 할 거야.
라비아는 임산부였습니다. 의료팀이 최선을 다했지만 라비아를 지키지 못했죠. 하지만 그 대신 뱃속의 태아는 살려냈습니다. 그 아이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의료팀에서 묻더군요. 신생아는 저희도 처음이지 않습니까……
우리 섬에 어떻게 임산부가 있었던 거지?
라비아는 보급선을 타고 대륙으로 돌아가 휴가를 즐길 예정이었습니다만 분만 시기가 다가옴에도 연구 중인 프로젝트를 손에서 놓지 못했죠…… 팀장님께서 직접 여기에 남는 걸 허락하신 걸로 기억합니다.
……
아이는 지금은 어디에 있나?
의료부의 조명은 밝았지만 창백했다. 복도를 걸어가는 사람들의 그림자마저 왠지 더 옅게 느껴졌다.
병실 중간, 녹색 커튼이 열리고 라스트리스의 시야에 침대에 누운 작은 아이가 들어왔다. 커튼 뒤로 언뜻 보이는 또 다른 침대 위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누워있었지만 아무런 생기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그냥 원숭이잖아? 라비아의 아이는 어디에 있지?
팀장님, 이 아이가 바로 라비아의 딸입니다.
……
생리학에는 익숙치 않아서 묻는 건데…… 태아는 다 이렇게 생겼나?
아니요. 하반신은 실험 사고로 완전히 부숴졌습니다. 폭발로 인해 파괴된 것 같더군요. 간단한 긴급 구조는 진행했지만……
어떻게 하면 치료할 수 있지?
팀장님, 더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사신의 손에서 채 자라지도 않은 신생아를 구해 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저희도 이미 최선을 다했습니다.
게다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사고에서 태아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자체가 기적입니다.
라스트리스는 고개를 들어 녹색 천에 덮인 라비아를 힐끗 바라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모체가 사망했음에도 태아가 살아있는 상황이 흔히 볼 수 있는 건가?
구시대에는 이런 일들이 종종 발견되곤 했습니다. 의료 조건이 여러모로 열악했던 구시대에는 여성들이 분만 도중 대출혈로 인한 난산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현대 의학이 발전을 이룬 뒤에야 산모가 사망하는 사고가 대폭 줄어들었죠.
그럼 이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놀랍게도 라비아가 죽기 직전 자궁이 수축되었습니다. 몸 상태도 최악이었고 의식도 흐릿한 상태였지만 그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뭐, 실제로도 성공했고요. 아니, 낳았다기 보다 폭발로 인해 너덜너덜해진 복부에서 아이를 꺼낸 거지만요.
…… 이런 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모성애"인가?
잘 모르겠지만 전에 이런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인해 두개골이 깨진 임산부가 이미 사망한 상태로 교통사고 현장에서 분만을 마치고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는 이야기였죠.
……
다음 보급선은 언제 도착하지? 이 아이는 다음 보급선에 태워 대륙으로 돌려보낸다.
지금 당장 아이를 돌려보낼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제 곧 "잠항일"이니까요……
라스트리스가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여기에 남길 수밖에 없겠군.
이름을 지어주시겠습니까?
마음대로 해. 그런 것까지 일일이 묻지 마. 코드번호나 입력해 줘. 어차피 이름은 호칭일 뿐이니까.
……
……
잠시 후 라스트리스는 타협을 하기로 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엄마 이름이 라비아니깐, '라미아'라고 부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