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우러 온 거지?
루시아는 전방의 대행자를 경계하며 알파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한테 설명할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
…………
[player name].
알파는 이쪽을 바라보며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지하 도시에서 취서체를 제거한 다음, 루나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
또?
그녀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무언가를 이해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
알파는 거짓말을 꿰뚫어보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내 눈을 응시했다.
마지막 기억에서 자신은 취서체의 코어에서 눈부신 하얀 빛이 날아든 것을 보았다. 그 후 주변의 퍼니싱 농도는 급격히 올라갔다.
루시아와 함께 철수하려는데 위쪽에서 붕괴가 일어났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침식 정도는 이미 약화되어 있었고, 자신을 짓누르던 것들은 누군가에 의해 옮겨졌다.
그리고... 화서도 보이지 않았다.
…………………………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눈앞의 본·네거트에게 다시 눈을 돌렸다.
응? 얘기 더 안 하시는 건가요?
그 인간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그 일에 관심이 있으니 대화에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이 말에 알파는 같잖은 듯 차가운 웃음을 내보였다.
집행 부대에 있는 한 그들은 진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거야.
하지만 난 이미 기억을 되찾았어.
그리고?
뭐라고?
과거의 기억 이외의 다른 것들 말이야.
루시아는 침묵했다. 알파의 말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그 대행자 앞에서 계속 질문을 이어갈지 망설였다.
하지만 조금도 알지 못하는 적을 상대로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은 용기는 있으나 무모한 행동이었다.
온실 위에 있는 크롬에게 시간을 벌어주려면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게 좋을 것이다.
루시아가 안 알려줬나?
너 도대체 뭘 가리키고 있는 거야?
너는 기억만 되찾았을 뿐, 그 당시 일의 전모는 모르는 구나.
그 일의 전모...
궁금한적 없었어? 지휘관이 승격자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정보를 누가 레븐쉬에게 알려줬는지?
그리고 그는 또 어떤 승격자와 연결했을까?
알파는 일부러 "승격자"라는 세 글자를 강조하며 말했지만, 시선은 여전히 눈앞의 대행자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부하인가?
이해가 빠르네.
…………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음속의 궁금증을 해소하기로 결정했다.
"겨울 계획"이라고 알고 있어?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조사.
루시아는 짧게 두 글자만 내뱉으며 말을 아꼈다.
이 계획에 대해 나도 잘 알지는 못해.
단지 승격자에 관한 연구라는 것만 알고 있어.
내가 조사한 정보로 봤을 때 그건 어쩌면 레븐쉬와 관련된 사건에서 비롯됐을 수도 있어.
만약 [player name]의 현재 상황이 더 악화됐다면, 이 계획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커. 그 후에도 그들의 사람이 계획을 도울 지휘관을 찾고 있었거든.
알파, 왜 이런 것들을 알려주며 도우려는 거지?
난 반복되는 실수가 싫고, "내가" 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도 보고 싶지도 않아.
이 태도는 네가 이전에 말했던 거랑 좀 다른 것 같은데.
하...
내 태도는 변한 적 없어. 변한 건 너야.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건가? 루시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네가 놀이공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출발점"에 서게 된 거야.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은 "출발점"이 뭘 뜻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루시아는 그 단어에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네가 언젠가 심연에 발을 들여놓더라도 이런 식으로 배반당해서는 안 돼.
네가 말한 사실이 지휘관님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면 난 전력을 다해 그걸 막을 거야.
그건 단지 그 중 한 걸음일 뿐이야. 어떤 증오도 하루아침에 쌓이지는 않아.
잠시 침묵하던 알파는 루나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루시아, 나는 너를 그저 음모의 산물로 여겨왔어. 거짓말로 칠해진 불필요한 데이터의 일부일 뿐이라고 말이야.
그래서 너를 만난 그날부터 너를 제거하고 싶었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너는 내게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어.
지금의 넌 더 이상 그렇게 혼란스럽고 나약하지 않아.
독립적인 존재로서 나와 매우 닮았다 하더라도 난 더 이상 너를 불필요한 데이터라고 보지 않을 거야.
네가 앞으로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
난 절대 너와 같은 길을 걷지 않을 거야.
그래?
그럼 그날이 오기 전에 전력으로 심연을 벗어나자.
그리고 지금——
알파는 앞으로 한 발 나아간 뒤 루시아와 동시에 태도를 움켜쥐고 칼끝을 위쪽의 본·네거트를 향해 돌렸다.
극지에서 발생한 "그 일"에 대해서 그녀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건가요?
어떤 말은 남이 하는게 더 믿음직스럽거든.
좋습니다. 자, 그럼 덤벼보시죠.
전투는 3분 동안 이어졌고, 상대방의 공격 수단은 다양하고 끝이 없었다.
본·네거트에 익숙한 알파를 제외하면 거의 전원이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왠지 모르게 그 대행자는 일부러 치명상을 피해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공격했다.
하지만 그녀조차도 본·네거트를 제대로 공격할 수 없었고, 모든 공격은 그의 근처에서 튕겨 나갔다.
저 방어 필드 정말 성가셔 죽겠네! 얼른 그 껍데기 안에서 나와!
방어도 전투 기술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제 근처로도 오지 못한다면, 과연 저에게 도전할 실력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여러분들은 왜 항상 가운데 있는 그 지휘관을 보호하는 거죠?
그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며 그쪽을 주시했다.
아하, 당신은 수정의 피라미드 같은 존재였군요.
그들의 힘을 자극하고, 또 빠르게 고갈시키죠.
지휘관님은 그런 존재가 아니야!
뭐라 하시든, 이제 저도 질리기 시작하는군요.
그는 두 손을 뒤로 젖히고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기체를 막 교체한 리더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네요. 벌써 모체의 양분이라도 된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아——————————
흐릿한 비명이 벽을 통해 모두의 귀에 닿았다.
축하합니다.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그는 모두를 향해 천천히 박수를 쳤다.
약속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여기를 떠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거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좀 있습니다.
빛이 그가 움켜쥔 손바닥 안에서 모래로 변했고, 그것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온 공간의 퍼니싱 농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이곳이 곧 붕괴될 것 같아. 빨리 철수해야겠어!
모두들 서로 엄호하면서 출구로 퇴각했다.
지휘관님을 엄호해!
인연이라는 것은 때때로 참 귀찮은 것 같습니다. 안 그런가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자 솟구치는 퍼니싱 전류가 즉시 지휘관을 보호하려는 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이 맞대응하는 순간 거대한 돌판이 위에서부터 덮쳐왔다. 약간의 틈이 있었지만 인간의 연약한 몸으로 움직이기에는 부족했다.
지휘관님!!
……
그의 공격이 우리에게 집중되고 있어! 지금 가면 그레이 레이븐의 지휘관을 끌어들이게 될 거야. 일단 그를 떼어놓자!
괜찮은 관찰력이지만 소용 없습니다.
천둥과 같은 폭발음이 허공에 터지면서 다시 벽이 무너졌다.
지휘관님!!!!!!
루시아는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중에서 떨어지는 돌판을 박살 냈고, 돌조각들을 이용해 주위의 전류 공격을 막아냈다.
이쪽이다!
알파의 연이은 칼끝에 본·네거트의 방어 필드에도 많은 균열이 생겼지만 곧 원상 회복됐다.
루시아는 자세를 낮추며 돌진했다. 두 사람의 칼은 앞뒤로 그 견고한 빛의 벽을 뚫고 들어가 복구되기 전에 다시 파괴했다.
여러분들의 발악하는 모습이 정말 재밌군요.
그렇게 지휘관을 구하고 싶다면, 다 같이 덤벼보시지요.
넌 그냥 여기서 전투를 계속하게 하고 싶은 거야.
붕괴될까 걱정된다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도 좋습니다.
그럼 빨리 가자!
카무이의 분노 섞인 말에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루시아가 다시 칼을 빼 들려고 할 때, 본·네거트는 알파를 향해 손가락 튕기는 소리를 냈다.
시작하기 전에 규격 외의 사람을 제거해야겠습니다.
순식간에 수많은 잡음이 알파의 의식의 바다로 쏟아져 들어왔다.
자신의 입장을 잘 파악해보시지요. 알파.